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대학상담센터는 재학생들의 마음건강 지원과 관련해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부서다. 비교과 프로그램이란 정규의 교육과정 이외에 이뤄지는 대학 내 교육 프로그램을 뜻한다. 이러한 비교과 프로그램은 정규 수업과 달리 시간구성이 자유롭고 방학 기간에도 운영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고,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대학별로 각자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유형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재학생의 마음건강을 지원하는 심리상담 영역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비교과 프로그램은 특정한 학점이 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동기를 가지고 참여하기는 매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전공에 따라 팀 프로젝트 과제, 졸업 여건 등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없거나 수업시간 외에는 등록금, 생활비, 각종 교육비를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마치 ‘개인의 능력’이 모든 사회적 위치를 정할 수 있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경쟁과 불안의 사회적 분위기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일회성’으로 보이는 비교과 프로그램에 자신의 삶의 시간을 쪼개어 참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대학생들이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가지만 학생들의 마음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대~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여전히 ‘자살’이며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2022 자살예방백서’에서는 청년들의 자살동기로 정신적 어려움의 이유가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로 인해 교육부에서도 대학상담센터를 활용해 학생들의 마음건강 지원을 강화하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지만 비교과 프로그램의 운영 체계는 미비한 실정이다. 대학상담센터들은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홍보 포스터를 만들어 교내 곳곳에 배포하거나 SNS 계정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소식지를 올려 관심을 유도하고, 각종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홍보활동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기관 내에서 이런 노력이 얼마나 각개전투인지 생각할 때가 많다. 또한 비교과 프로그램 전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들이 여러 대학에 마련됐지만 대체로 운영관리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곳이나 사용을 하는 대학상담센터 역시 잦은 인력교체로 장기적인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어려운 점도 현실이다. 잦은 인력교체는 결국 양질의 비교과 프로그램 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렇다면 대학 내에 마음건강 비교과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상설화돼 운영할 수 없는가?

행정가가 심리상담을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상담인력들이 ‘자신의 고유 업무를 그 수요자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환경은 과연 마련될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마음건강 지원을 이토록 강조할 것이라면 이제는 예산적, 시간적 낭비 없이 교내에 ‘마음건강 학교’를 상설 운영해야 한다.

자라나는 청년들의 마음은 사회적 관심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고된 삶속에서도 의미를 가지고 살도록 그 옆을 함께하는 일. 사회에 협력과 기여할 수 있는 구성원을 길러 내는 일. 이러한 모든 경험으로 마음에 용기를 두는 삶의 태도를 갖추도록 돕는 일. 그것이 교육기관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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