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정치인물사 ‘거목’…식지 않는 연구 열정 참작
김 교수 거쳐 간 상사·제자·정치 지도자…긍정적 평가 일색
제13회 민세상, 오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서 시상식 열려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가 한국정치사와 정치인물사 학계에 남긴 학술적 공로를 인정받아 민세상 학술연구부문에 수상자로 선정됐다.

2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제13회 민세상 학술 연구 부문 수상자에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가 선정됐다. 그는 이 매체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민세 안재홍 선생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쓴 학자이자 언론인이셨고, 해방 후 좌우합작과 통일 정부를 위해 노력하신 분이다. 그분의 함자를 딴 상을 내가 받게 돼 영광일 뿐이다”며 “민세상 수상을 채찍이 담긴 격려로 알고, 앞으로 더욱 공부에 매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켄트 주립대학 정치학 석사, 미국 피츠버그대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은 김 교수는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인천대 총장, 국가기록연구원장, 한국정치학회장, 세계정치학회 부회장, 동아일보 회장, 단국대 이사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대학가에서 오래도록 ‘고전’으로 통한 ‘러시아 혁명사’를 비롯해 ‘남북한 통일정책의 비교연구’ ‘한국문제와 국제정치’ 등 여러 저서와 논문을 통해 한국정치학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김 교수를 옆에서 지켜본 주변인들의 일화에서도 그가 걸어온 한결같은 길을 엿볼 수 있다. 60년대 그가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할 시절 정치부장이었던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그가 써온 기사는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출고시켰다”고 말했다고 한다. 1990년대 초 청와대 공보수석 비서관을 지냈을 때 노태우 대통령은 “당신은 나의 가슴이요 머리”라며 김 교수에 대한 신임을 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시절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강의’로 정평이 났고, 만나는 사람마다 부드러운 톤과 논리 정연한 말솜씨에 감탄했다고 한다. 당시 김 교수의 제자였던 전영기 시사저널 기자는 서울대 총동창회 인터뷰에서 “80년대 신군부 권위주의 통치에 저항하는 학생운동과 시위가 끊임없이 펼쳐졌던 시절, 서울대 대형강의실에 낭랑하게 퍼지던 김학준 정치학과 교수의 ‘한국 정치론’, ‘소련동구 정치론’ 등의 강의는 절망과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서울대 학생들에게 청량제가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김 교수가 본인은 물론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좋은 선생이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김 교수는 한국 근현대 정치인물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가인 김병로 평전’ ‘고하 송진우 평전’ ‘윤봉길 평전’ 등을 냈다. 윤봉길 평전의 경우 1992년 초판 발행에 이어 지난 4월, 윤 의사에 대한 지난 30년간의 연구를 보태 평전을 다시 출판하며 꾸준한 연구 열정을 뽐낸 바 있다.

김 교수는 “내가 정치전기학(政治傳記學)을 우리나라에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들었는데, 이것은 사실 정치학의 한 분야이고 선진국에선 상당히 발달한 것”이라며 “북한도 공부하고 소련도 연구했지만, 역시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정치 지도자들이 어떤 자질과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연구해야 앞으로의 정치인들이 조심하고 경계할 부분을 찾길 바란다는 것. 하지만 연구 초기에는 지도자의 리더십을 연구하는 것에 대해 ‘독재자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냐’고 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이런 의견에 대해 김 교수는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정치 지도자의 결정 때문에 나라와 국민의 삶이 어려워진 것을 볼 수 있지 않나”라며 정치 지도자 연구에서 일방적 찬양이나 비판은 금물이고, 긍정할 점과 비판할 점을 구분해야 국민이 그들을 선택할 때 안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제13회 민세상은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사장이자 민족운동가 민세 안재홍의 신민족주의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2010년 시작됐다. (사)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평택시와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이 상은 사회갈등 해소에 노력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한 개인 또는 단체에는 사회통합부문, 한국학 진흥에 공로가 있는 개인 또는 단체에는 학술부문으로 시상된다. 이번 13회 사회통합부문에는 박남선 사단법인 국민화합 상임이사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3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민세상 심사평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는 한국 정치사를 연구한 대표적인 정치학자로서 ‘남북한 통일정책의 비교연구’ ‘한국정치론’ ‘전환기 한국외교의 시련과 극복’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통해 한국정치학 연구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 특히 ‘가인 김병로 평전’ ‘고하 송진우 평전’ ‘윤봉길 평전’ 등의 저작을 집필해 한국 근현대 정치인물사 연구에도 방대하고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