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심각한 재정적·교육적 위기에 봉착했다. 대학생 78.5%가 재학 중인 사립대학이 적자 운영으로 부실교육이 심히 우려된다는 점, 미래인재 양성의 거점인 대학의 위기는 곧 국가적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사립대학이 이러한 위기에 처하게 된 주요 원인은 무리한 반값등록금 정책 추진, 14년째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입학금 폐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 감소,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실질적 대학 운영비 성격의 국고지원금 부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학생 감소 등으로 인한 대학의 운영수익 감소에 있다. 대학정보공시의 사립대학재정규모 추이를 보면, 사립대학 재정규모가 증가해 온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국가장학금을 이중계상함에 따른 허수에 불과하다. 실제로 사립대학 운영의 재정 규모는 크게 감소해 왔다. 등록금 수준은 14년 전과 동일한데 등록 학생 수가 감소해 등록금 수입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대학재정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결국 교직원 급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정도로 교육재정투자를 최소화하면서 교육의 질을 추락시키는 극한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사립대학들은 10년째 운영수지(운영수익-운영비용)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0월 20일에 발표한 ‘사립대학교 재정 운영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 회계연도 기준 전국 156개 사립대학은 2조1471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10년간 누적 적자는 18조8000억 원에 이른다. 또한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8일 발표한 서울 소재 10개 주요 사립대학의 2021 회계연도 기준 회계결산 공시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8개 대학(고려대·이화여대·경희대·서강대·건국대·연세대·한국외국어대·성균관대)이 재무제표상 운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소재 대학들이 이러한 실정이면 지방대학의 어려움은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사립대학의 재정적·교육적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내년에 11조20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고등·평생교육 재정을 확충할 방침이다. 특별회계 11조2000억 원 중 3조 원은 관련 법령을 제·개정해 각 시도교육청에 배분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 일부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야당과 초·중등 교육계가 3조 원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전환한다는 점을 반대하며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사립대학이 처한 재정적·교육적 위기는 그 심각성을 고려할 때,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에 대한 찬·반 논란에 휩싸여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사립대학이 재정적자로 인한 부실 교육을 계속하도록 방치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력 양성이 가능하겠는가.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학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약 50만 명의 청년들을 실망시킬 것인가.

이에 필자는 사립대학의 부족한 재정을 조속히 확충함으로써 대학이 미래인재 양성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 국회 통과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견해를 기술하고자 한다. 국·공립대학은 제외하고 사립대학만 대상으로 기술하는 이유는 고등교육기관 전체 중 국·공립대학은 14.7%에 불과하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으므로 사립대학에 비해 등록금 의존율이 낮아 재정압박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육, 사립대학에 의존

<표1>은 올해 4월 1일 기준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의 설립 주체별 학교 수를 나타낸다. 381개교 중에서 85.3%(325개교)가 사립대학(일반대학 81.6%(155개교), 전문대학 93.4%(125개교), 기타 78.9%(45개교))이다.

<표2>는 올해 4월 1일 기준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의 설립 주체별 재적학생 수를 보여주고 있다. 재적학생 278만3633명 중 78.5%(218만5346명)가 사립대학 학생(일반대학 77.1%(145만6803명), 전문대학 97.9%(52만8071명), 기타 56.4%(20만472명))이다.

사립대학의 비중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의 대부분(학교수 기준 85.3%, 학생수 기준 78.5%)을 사립대학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사립대학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는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에 인색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등록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반값 등록금 제도 도입,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입학금 폐지 등 각종 제재만 가해 온 것이 사실이다. 마치 고등교육단계 인력 양성의 책무가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민간(사립대학 경영자)에게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그 결과 사립대학은 최근 10년 동안 적자 운영을 기록했고 그로 인한 부실 교육이 심히 우려될 정도로 재정적·교육적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OECD 국가 중 독립형 사립대 학생 비중 가장 높아

<표3>은 2019년과 2020년의 OECD 교육지표 중 고등교육기관 전일제 등록 학생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OECD 교육지표 분류에 의하면, 고등교육기관은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으로 구분하고 사립대학은 정부의존형 사립대학과 독립형 사립대학으로 구분한다.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은 정부(대행)기관이 대학 재정의 50% 이상을 지원하거나 교수 인력의 급여를 지원하는 대학이고, 독립형 사립대학은 우리나라 사립대학과 같이 정부(대행)기관이 대학 재정의 50% 미만을 지원하거나 교수들이 정부(대행)기관에서 급여를 지급받지 않는 대학이다. 대다수 국가의 학생들은 국·공립대학이나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어 등록금 부담이 적다. 우리나라(80%)와 칠레(71%), 일본(78%)만이 독립형 사립대학 재학생 비중이 50% 이상으로서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수준이어서 등록금 부담도 최고 수준이다. 또한 국·공립대학은 적고 절대다수가 독립형 사립대학이며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사립대학 이대로 방치하면 국격에 걸맞은 대학경쟁력 기대할 수 없어
이처럼 대다수의 OECD 국가들은 대학교육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재정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의 대부분을 사립대학에 맡겨 왔다. 그리고 사립대학이라는 이유로 재정지원도 OECD국가에서 최하위 수준으로 방치해 왔다. 따라서 대학교육 재정의 대부분을 민간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민간(사립대학·학부모)에게 맡겨 놓은 셈이다. 이는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무성 결여, 대학교육의 공공성 약화, 교육정책과 대학교육의 일관성 결여로 이어져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강화(국정과제 전략2 :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와 공공성 강화 및 고등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2019년부터 공영형 사립대학(정부 책임형 사립대학)의 단계적인 육성·확대를 추진(국정과제)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기초연구 수준에서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채 공약으로만 남았다.

마침내 윤석열 정부에서 고등교육기관의 재정적·교육적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정 확충을 위한 관련 법령의 제·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으나 야당과 교육감 및 초·중등교육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다. 미래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지원방안을 시급히 마련해 국가경쟁력 수준의 대학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위기의 사립대학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첨단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 국격에 걸맞은 대학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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