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민형배 교육위 의원, 사걱세 주최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국회 토론회 열려
지역대학 위기 극복 한목소리…‘서울대 10개 만들기’ 공감하나 구체적 방법론에서 의견 엇갈려
지역혁신플랫폼 사업(RIS) 확대 필요성도 강조,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대학 재구조화 수반돼야

5일 국회 교육위 민형배 의원, 사걱세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토론회 모습. (사진 = 장혜승 기자)
5일 국회 교육위 민형배 의원, 사걱세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토론회 모습. (사진 = 장혜승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학 서열화로 일그러진 교육 본질을 회복할 방안의 출발점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대학 재구조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함께 제시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무소속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5일 ‘지역대학 위기 극복 방안을 위한 국회토론회’ 주제의 두 번째 의제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에는 장승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이 발제를 진행했다. 이어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김학수 KDI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석수 부산대 대외부총장, 윤소영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민 의원은 “서울대도 전략보고서에서 각 지역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같은 대학으로 키워보자는 ‘혁신학교 10개 만들기’를 제시했다”며 “오늘 토론회 이후에 이 자리에서 논의한 방안들이 지역대학 위기 극복으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장승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총교육비와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1인당 교육비가 높은 대학이 소위 SKY를 필두로 한 수도권 대학에 쏠려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수도권 집중 체제가 지역소멸과 지역 학생 폄하 등 국가적 문제로 연결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평등성과 탁월성을 함께 갖출 발전적 체제로 김종영 교수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안을 제시했다.

장 위원에 따르면 서울대 10개 만들기 안은 유럽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체제에서 착안한 발상이다. 캘리포니아 대학 체제는 10개의 연구중심대학과 23개의 교육중심대학, 116개의 직업중심대학의 3중 구조를 갖는다. 장 위원은 “캘리포니아 대학 체제는 공공성과 접근성, 기회균등을 확보하면서도 탁월한 대학 체제를 이룩하고 있다”며 “이러한 체제가 한국처럼 수도권에 쏠릴 이유 없이 각 지역을 튼튼하게 지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체제를 벤치마킹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안의 전제 조건으로는 지역대학 구조조정과 과감한 예산지원을 꼽았다. 장 위원은 “지난번 토론회에서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충남대와 성대를 비교하며 지역거점국립대와 사립대 교수 숫자의 현격한 차이를 지적했다”며 “지역거점국립대학이 우수한 연구실력을 갖추려면 충분한 교수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역거점국립대학이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예산지원은 종국에는 지역거점국립대들의 교육과 연구역량을 높여 지역산업의 든든한 축이 될 수 있다. 장 위원은 “각 대학마다 특화된 연구영역을 갖춰 수도권으로의 쏠림이 불필요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 특성화가 중요한 이유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의 개편도 뒷받침돼야 한다. 장 위원은 “학생 줄세우기가 아닌 일정 수준을 갖춘 모든 학생의 입학을 보장하는 ‘대학입학보장제’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에 따르면 대학입학보장제는 완전한 내신평가, 졸업 시 자격고사, 수시와 정시의 혼합 체제 등 어떠한 형식을 갖추든 간에 성취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무한경쟁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벗어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이 모든 안의 종착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대표되는 지방대 위기의 본질에 있다. 장 위원은 “우리 사회는 수도권에 너무 많은 이권을 집중시켜놨다”며 “가파른 운동장에 승자와 패자가 따로 있나. 언젠가는 다 굴러떨어질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지방대학 시대’를 꿈꾼다면 이제는 대한민국 곳곳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구조화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한국이 가야만 할 미래다”라는 주제로 토론을 시작했다. 문제 의식은 장 위원과 같았지만 지역거점국립대학을 발전시켜야 할 당위성을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세계적 대학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의 장기적 역사 흐름상 서울대 10개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미국 대학도 독일 대학을 따라잡기 위해 100년 동안 대학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이 대학의 기반인 지식경제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도 근거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지금은 이른바 G2 시대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다”며 “우리가 살 수 있는 방안은 대학의 지식에 기반해 고도의 산업을 만드는 길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방시대를 열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인구절벽을 극복하려면 지역에 반드시 서울대 수준의 세계적 대학을 세워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김석수 부산대 대외부총장도 “오늘 토론회의 주된 발제 내용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안에 대해 오래 전부터 공감해왔다”며 “이름은 무엇이어도 상관없고 결국 10개 정도의 서울대 수준의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을 만들자는 바람과 지역대학의 글로벌 학문단위(GAUs) 육성을 주요 정책으로 발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거점국립대학 10개만 집중 육성한다면 지역에서 소외된 대학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글로벌 학문단위 육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지역혁신플랫폼 사업(RIS)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부총장은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RIS 사업 확대 개편을 통해 현재 첨단산업 위주로 진행되는 RIS 사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대학서열체제가 해소되면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비수도권 지역에서 제공되지 않는 한 다시 수도권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비수도권 지역 일자리에 취업하고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시장 진입단계와 연계된 통합적 정책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들의 역할 변화도 주문했다. 김 연구위원은 “인구 축소 시대에 지역 대학들이 존재하려면 미래환경 변화에 대응해 교육수요자를 넓히는 방향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 일환으로 정규과정 이후의 고급직업훈련기관 및 평생교육기관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대학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소영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장은 “지방대학 살리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며 “대학이 미래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와 인구축소 시대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고등교육의 문제는 지방대 살리기만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체제 안에서 대학의 역할 분담 문제도 같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지자체 예산 이전 문제도 언급됐다. 윤 과장은 “그동안 교육부는 대학을 규제하면서 재정 지원도 직접 해왔다”며 “이제는 공백 상태에 있던 지자체가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문대를 포함한 400여 개 대학이 유형별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상으로라도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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