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의 닌텐도’는 나올 수 없다
[시론] ‘한국의 닌텐도’는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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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근 본지 논설위원·건국대 경제학 교수

경제에서 무형의 상품(무형재)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무형재산업의 하나인 콘텐츠산업 시장규모는 2008년 1조 7015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제조업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산업의 1조 7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무형재산업의 육성이 국가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고 있고, 무형재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양성, 즉 교육의 변화가 양질의 많은 일자리 창출(more jobs-better jobs)의 해법임을 의미한다.

고부가가치의 무형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잘 보여 주는 사례가 ‘닌텐도’다.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닌텐도는 지난해 1조 8200억 엔의 매출과 5300억 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를 부러워한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도 닌텐도 게임기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없냐”며 안타까워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 당분간 닌텐도는 나올 수 없다.

닌텐도의 핵심은 다음의 몇 가지 특징들로 요약된다. 닌텐도는 게임을 파는 게 아니라 가족문화와 감성을 판다고 한다. 닌텐도는 게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율형 인간을 만든다고 한다. 닌텐도는 일류대학 출신의 엘리트라도 오락 소프트웨어 개발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뽑지 않는다.

닌텐도는 팀워크를 매우 중요시한다. 그래서 닌텐도는 다른 회사로부터 고액 연봉을 제시받고도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닌텐도 사장도 히트상품을 개발한 사원에게 다른 회사들처럼 특별대우를 해 주거나 연봉을 올려 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장이 재미있다고 판단하면 개발예산에 관해서는 개발팀에 전적으로 맡길 정도로 신뢰하고, 직원들에게 단기간 내 성과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닌텐도 성공의 핵심은 무형재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무형재는 ‘아이디어’가 생명이다. 오늘날 기업의 CEO가 가장 갈증을 느끼는 것이 ‘양질의 많은 아이디어(more ideas-better ideas)’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생산은 자율형 인간을 전제로 하는데, 기본적으로 오락 소프트웨어 개발을 좋아하는, 즉 동기유발이 되어 있는 닌텐도 직원들은 항상 자신의 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한다.

또한 결합을 통해 가치가 누적되는 아이디어의 특성 때문에 팀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닌텐도 구성원 모두는 좋은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고, 다양한 재능을 집결해 많은 시간을 들여 함께 만들어진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팀워크에 의해 가능했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고액 연봉을 제시받고도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반면, 기업 역시 직원들에게 단기 성과주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즉 닌텐도에서는 직원들에게 스스로 창조적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점에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율형 인간을 만든다 한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이 닌텐도를 배우기 위해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뭘 보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학력중심주의, 단기성과주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는 구조조정, 비정규직 노동력에 대한 선호 등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실상은 닌텐도와는 거리가 멀다.

마찬가지로 닌텐도가 만드는 ‘자율형 인간’은 우리 교육이나 사회의 현실과도 거리가 멀다. 무형재의 가치(희소성)는 차이에 있다. 따라서 차이가 가치로 평가받는 사회, 즉 다양성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에서, 그리고 다양성을 발휘시킬 수 있는 교육이 전제되어야만 창조성을 기대할 수 있고 양질의 많은 아이디어가 생산된다.

‘차이의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파악하는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모두가 한 길로, 한 방식을 고수하길 원하는 우리 사회에서 닌텐도는 나올 수가 없다. 기준 만들기와 줄 세우기, 그리고 기피와 쏠림 등으로 채색된 우리 사회와 교육의 다양성 결핍이 단기성과에 매몰된 기업과 더불어 멀쩡한 젊은이들을 백수로 만드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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