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산업사회 변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도 2022학년도를 마감하고 2023학년도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도 예산안 처리로 힘겨루기 하는 국회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지난 15일 윤석열 정부(윤 정부)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개혁 로드맵을 제시하고, 3대 개혁이 우리나라 지속 가능에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임을 다시 확인했다. 그중에서도 교육개혁은 미래 세대가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필수’ 사항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교육철학을 묻는 질문에 ‘복지’와 ‘성장’ 두 개념을 제시하며 유·초·중등 교육은 복지 차원에서,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에 교육이 있으며 우수한 지방대학 육성은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 노동, 교육, 연금 분야를 핵심 개혁과제로 설정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다. 역대 정부가 정부의 인기만 생각하고 구체적 추진에 주저하면서 개혁의 골든타임을 속절없이 흘려보낸 데 반해 윤 정부는 정부 출범과 동시에 개혁 방향을 설정하고 어젠다를 발굴해 개혁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윤 정부가 출범 이후 고등교육 개혁을 위해 내놓은 여러 정책은 그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갖는다. 특히 열악한 고등교육 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노력은 이전 어느 정부보다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됐으며 새해 예산과 연동해 재정 관련 3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국가재정법)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윤 정부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길 바란다. 현재 국회는 2023년 예산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 설치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총액으로 1조 7000억 원 규모란다, 당초 3조 2000억 원에 1조 5000억 원이 감액된 액수다. 흡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첫 출발치고는 괜찮은 성적이다. 대학으로서는 ‘가뭄 끝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안도가 된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고등평생교육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앞으로도 재정 여건에 따라 확충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더 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 우여곡절도 있었다. 교육재정의 불균형적 배분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논란이었다. 그러나 뾰족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을 윤 정부에 들어와서 과감하게 메스를 댄 것이다. “동생 것 뺏어 형 주나” 하는 비아냥 소리도 있었지만 유·초·중등과 교육감의 대승적 양보를 통해 타협안이 마련됐다.

고특회계가 설치된다면 그 공은 일단 안정적인 고등교육 재정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정부, 여당에게 돌리고 싶다. 고등교육재정 추가지원에 난색을 표해왔던 기재부가 국가재정운영계획 발표에서 큰 골격을 잡아주었고, 유·초·중등 재정을 고등으로 전용하는 데 원천적으로 반대해왔던 교육부의 입장 선회도 큰 힘이 됐다.

이번에는 국회도 큰일을 했다. 특히 김진표 국회의장은 적절한 시기에 재정 관련 3법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고 고특회계법을 대표발의한 이태규 의원은 논리정연한 이론과 집요한 설득으로 야당과의 타협안을 이끌었다. 다른 한편으로 자칫 유·초·중등과 고등의 대립으로 무산될 위기를 타개하는 데 야당의 현실적 접근 노력이 큰 몫을 했다. 이 부분에서 유기홍 위원장을 비롯한 김영호 간사, 교육위원회 야당 의원들의 노고도 인정할 만하다.

‘고등교육 위기’의 시대다. 그러나 정부가 의지를 갖고 대학 정책을 펼치고 야당도 미래지향적 대안에 힘을 실어준다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이번 고특회계 설치와 같이 대학에 필요한 실질적인 조치들이 이뤄지고, 대학의 자율적 혁신 역량이 결합될 때 미래 성장 엔진으로서의 대학의 기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2022년에 가장 중요한 대학 재정난 해소의 단초를 열게 됐고 교육부를 대학교육 혁신의 지원부처로 바꾸는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니 2023년의 대학 정책이 어떻게 전개돼 나갈지 ‘우려’보다는 ‘기대’가 앞서는 세모(歲暮)를 보내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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