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제주도교육청 주관 ‘2022 IB 정책토론회’ 열려…IB 전문가 및 제주 IB 관계자 참석
향후 제주 IB 교육의 방향에 대한 치열한 논의 펼쳐져…대입 문제 해결이 안착의 ‘실마리’
학부모‧교사 “당장의 성과보다는 길게 보는 제주도교육청의 지원‧관심 필요”

지난 9월 제주도교육청을 방문한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 본부 회장이 제주 8개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도교육청 제공)
지난 9월 제주도교육청을 방문한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 본부 회장이 제주 8개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도교육청 제공)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현재 제주도에서 도입하고 있는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이하 IB) 프로그램 학교에 대해 장기적 시선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IB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제주도교육청이 대입 전형 확대에 앞장서야 한다는 요청도 나왔다.

지난 16일 제주도교육청은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2022 IB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향후 제주 IB 교육 정책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국내 IB 전문가와 제주 12개 IB과정 운영학교 교사, 학부모 등이 참석했다.

현재 제주도는 초등 교과과정 프로그램인 PYP(Primary Years Programme), 중등 교과과정 프로그램인 MYP(Middle Years Programme), 고등 교과과정 프로그램인 DP(Diploma Programme)까지 표선초등학교, 토산초등학교를 비롯해 12개 학교가 운영 중이다.

발제와 토론자 의견발표, 자유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3시간 동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높은 열기를 유지했다. 특히 질의응답 시간에는 교사, 학부모 등 적극적 참여가 이뤄지면서 끝나는 시점까지도 질문과 답변이 끊이지 않았다.

■ “IB는 좋은 제도…그럼에도 그림자는 있어” = 토론회 발제는 이무성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가 맡아 ‘IB 교육과정 실행 상의 문제점 및 공교육 도입에 대한 쟁점 논의’를 다뤘다.

발제에 앞서 연구자로서 제도의 그림자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그는 IB의 긍정적인 부분보다 비판적 접근을 통해 IB 도입 시 고려해야 할 부분에 대해 접근했다.

이 교수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림자가 늘 있기 마련”이라며 “제 아이를 IB 교육과정에 보낼 예정이지만 IB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실행상의 문제점들이 어떤 것이고 쟁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IBDP 교육과정 실행상의 문제점은 역설적으로 IB의 강점과 엇물려 있다”며 “IBDP 교사들은 통합적인 교과 지식 준비뿐만 아니라 외부평가까지 준비해야 하는 부담에 맞닥뜨린다. 이런 구조적 제약들이 탐구학습, 경험학습 과정 중심의 평가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IB 교육과정은 일반계층에게 교육의 사다리로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지역의 IB 학교의 80~85% 이상은 공립학교”라며 “미국의 저소득층이 많이 다니는 타이틀 1 스쿨 중 60%가 IB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IBDP 교육과정을 거친 저소득층 그리고 흑인 학생들의 고등학교 졸업률이 일반 학교 동일 집단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높다는 연구가 있으며, IBDP를 사용하기 위해 쓰인 비용보다 IBDP 졸업생들의 추정 소득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시아 지역에서 IBDP를 운영하는 학교 대부분은 사립학교나 국제학교로, 엘리트 교육을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즉 IB를 시행하는 주체와 대상에 따라 IB는 엘리트 교육으로 전유될 수도 있고, 대중적인 교육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IBDP의 가장 큰 장점으로 ‘학생과 교사의 만족도’를 꼽은 이 교수는 “다른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에 비해 IBDP 학생들이 자기 효능감과 교육 만족도가 높게 나온다”며 “IB 교사들 또한 8개국 데이터를 비교해봤을 때 비IB 교사들에 비해 자기 효능감과 조직 만족도가 높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IB 도입에 있어 ‘교육 주체들이 발전할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도입 논거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육 개혁의 시스템 툴로써 IB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IB 교육과정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먼저 도입된 후 그곳에서 성공적 결과가 누적적으로 도입돼야 IB를 도입할 수 있는 논거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책 수단으로서 IB 도입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답은 아니다”며 “IB가 도입돼야 한다면 제주형 모델이 분배적 차원에서 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구 경북사대부중을 방문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사진=교육부)
지난 2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구 경북사대부중을 방문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사진=교육부)

■ 제주 IB에 대한 치열한 논의…“지역 당사자들의 지혜 모아야” =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강석창 JIBS 제주방송 보도국장이 좌장을 맡아 강동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의원, 강현석 경북사범대 교수, 우옥희 전 대정고 교장,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손민호 인하대 교육대학원장이 참여해 IB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강석창 국장은 “IB를 두고 제주도 교육계가 양분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토론회가 IB에 대한 오해를 풀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먼저 강현석 교수는 “교육은 문화적 행위이기도 하고, 그 지역의 당사자들이 어떤 의도와 신념, 희망과 가치를 교육에 부여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진행이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문제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서 올바른 것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선과 성산 지역에 대해 알고 있는 입장에서 제주형 IB는 상당히 출발이 좋다”며 “표선고의 경우 학교 전체가 DP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제는 어떻게 적절하게 조율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가령 대구의 경우에는 DP과정을 끝까지 가지 않더라도 몇 개 과목만 이수해서 자격증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트랙을 다양화할 수 있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표선이나 성산의 여러 초중고 학생들이 IB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면서 민주적 의식이 길러지고 그 교육의 효과를 정책 당국은 빨리 확인하고 싶어하지만 교육이란 것은 그렇게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제주 지역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퍼져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이 있는 만큼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구 사업을 컨소시엄과 같은 협의체를 통해 IB를 비롯한 여러 가지 다양한 혁신 교육들을 융합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우옥희 전 대정고 교장은 제주도교육청의 IB 프로그램의 공교육 도입 문제가 아니라 이미 시행 중에 있는 정책에 대한 점검과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다고 전제한 뒤 “내년부터 IBDP를 이수하는 학생들이 대입을 준비하게 된다”며 “수시 대입 지원이 마감된 이후, 즉 다음해 초에 발표되는 DP 시험 성적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만약 학생들이 외부 평가를 치르지 않고 교육과정만 이수한다면 학생과 교사 모두 수업 부담은 줄고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는 높을 수 있다”며 “그렇다면 굳이 DP여야 할 필요가 있는가, 또한 외부 평가를 치르지 않는 DP의 교육과정 실행의 충실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 내에 고등학교가 하나밖에 없는 경우 IB를 원하지 않으면 타 지역으로 진학하거나 혹은 역으로 IB에 대한 기대감에 타지역 학생 지원자가 늘어 경쟁에 밀려 지역 학생이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는 문제 등 또 다른 교육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현재 DP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 교사들은 DP의 교육과정 운영 기준에 맞춰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다”며 “변화를 꿈꾸며 열정을 쏟는 교사의 노력이 결국 수업을 변화시키고 현재 IB 학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볼 수 있지만 언제까지 교사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교육과정 운영의 충실도를 높이는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는가는 고려해봐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 IB 우수성에 대한 연구 굉장히 많아…대입 관련해 여러 시도교육청에서 IB 도입 추진 중 = 이혜정 소장은 앞선 발제와 토론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중심으로 토론 발표를 진행했다. 페스트 페이퍼(기출문제)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접근법의 차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우리나라 고3의 대입 시험 준비는 EBS 문제집과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여기에서 점수를 더 높게 받을까를 연구하는 공부이지만 IB는 기출문제가 서술, 논술형 답안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미리 연습을 하는 것이지, 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또 학업 성취면에서 통계적으로 IB가 우수한지에 대한 결과 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통계적으로 양적 연구에서 그러한 결과가 없었다”며 “입학사정관이나 학생, 대학 측에 인식 조사를 한 연구에서 IB가 우수하다는 연구는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학업 성취도를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는 질문이 남는다”며 “수능과 IB는 서로 다른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데 어떤 능력에 점수를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측정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대입과 관련해서는 “제주와 대구에 더해 이번 교육감 선거 이후로 경기, 서울, 충남, 경남 등 여러 시도교육청에서 IB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공개된 한 연구 보고서에서 IB 학생도 공교육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한 공교육 이수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국가에서 주도하는 대입의 특정 전형의 지원을 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 자체가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손민호 교수는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이 굉장히 지난하고 고생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이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되면 IB가 원래 지향하려고 했던 교과교육을 제대로 해서 세계 시민교육을 한다는 방향이 흐트러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IB를 열심히 공부한 이유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제발 교육과정과 평가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였다”며 “이제는 교육과정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해나갈 것인가에 담론의 포커스를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우 위원은 “제주도가 IB를 도입한 이유는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내신 절대평가, 과정 중심 평가, 고교 학점제 등을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즉 평가의 혁신을 위해 IB 교육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만간 고교학점제 시행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대입 전형방법이 나올 예정”이라며 “표선고의 IBDP를 졸업한 학생들이 대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확대를 할 것인지 현행 유지를 할 것인지 그때 가서 결정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실시된 표선고 1학년 IB캠프 모습. (사진=표선고 홈페이지)
지난해 8월 실시된 표선고 1학년 IB캠프 모습. (사진=표선고 홈페이지)

■ IB 도입이 인구 유입 이끌어…“당장의 성과보다 긴 호흡으로 봐야” =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학부모를 비롯해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의 적극적인 질의가 잇따랐다. 표선 지역의 한 교사는 “IB를 도입한 학교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입학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IB가 인구 유입을 이끌고 있는데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 앞에서 이런 부분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표선고의 코디네이터라고 밝힌 교사는 “IBDP를 운영하기 위해 일선 교사들이 말 그대로 영혼을 갈아 넣어서 만들어가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우리를 지켜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현장에서 이런 어려움을 겪으며 학생을 가르치고 있지만 대학들, 심지어 로컬에 있는 대학조차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제주도교육청에서도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동우 위원은 “성과를 지금 보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며 “다만 DP를 한 아이들이 내년이면 고3이 되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대입에서 희생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대입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적용되는 대입안은 2028년 대입안”이라며 “즉 IBDP를 졸업한 학생들은 2028년까지 현 대입체제의 적용을 받는다. 이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들이 30% 정도를 선발하는 전형에 지원하는 수밖에 없는 부분을 걱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혜정 소장은 “계속 문제 풀이를 하는 것에 숨 막혀 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그런 아이들에게 IB가 숨구멍을 돌릴 수 있는 출구는 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수능에서는 최상위권 변별을 킬러문항으로 하는데 그 킬러문항 때문에 고3 학생들은 수십 개의 문제집을 풀어야 한다”며 “이에 반해 IB는 개념을 알고 그것을 얼마나 숙지를 해서 그 너머의 생각을 할 수 있는지 탐구보고서와 같은 것을 통해 최상위권을 변별한다”고 말했다.

표선초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고 밝힌 학부모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DP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초, 중학교에서 IB 교육을 받지 못했던 학생”이라며 “적어도 결과를 평등하게 보려면 지금의 초등학교, 적어도 중학교 교육에서 IB를 경험한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결과를 내는 게 IB 교육의 성패를 알 수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표선고 학생 학부모는 “대입 문제는 교육청이 앞서서 해결해줘야 하는데 이를 전가하고 있다”며 “교육청이 나서서 학부모와 선생님들을 지원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김창식 제주교육위원회장은 “최근 대입과 관련해 조례를 발의했을 뿐만 아니라 제주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진학에 대해 지역에 있는 대학과 같이 고민하고 있다. 나머지는 우리 교육청에서 잘 해내겠다”고 답했다.

다만, IB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IB 교육의 확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9월 열린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IB 교육이 좋은 것은 인정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 입학에 불리한 점 등 여건에 맞지 않는다”며 “2024년 대입 결과와 별도 연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답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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