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도헌학술원, ‘AI시대, 한국의 디지털 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심포지엄 개최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등 AI·반도체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산업과 대학교육 논해
“교육 패러다임의 즉각적인 혁신 필요해”, “인재 확보 위한 선제적 정책 펼쳐야”
최양희 한림대 총장, “지방대학 혁신 위해선 기존 교육 통념 내려놓고 재조립해야”

한림대 도헌학술원이 개원 기념으로  ‘AI시대, 한국의 디지털 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심포지엄을 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림대 도헌학술원이 개원 기념으로  ‘AI시대, 한국의 디지털 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심포지엄을 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시대적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새로운 시대를 맞은 대학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특히 산업체와 연구기관 등 다양한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총체적이고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림대학교 도헌학술원이 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AI 시대, 한국의 디지털 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심포지엄에서 윤대원 한림대 학교법인 일송학원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논하기 위해 열린 이번 행사에는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임원진과 최양희 한림대 총장,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 등 전·현직 총장을 비롯해 대학 교육 관계자들도 다수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 ChatGPT, Bard 등 새로운 ‘Killer Application’ 부상 = 기조발제를 맡은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은 반도체 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가 사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만 치중돼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에서 분석한 반도체 공급망 내 한국의 점유율은 △메모리 반도체 57% △파운드리 18% △웨이퍼 13% △반도체 장비 4% △후공정 4% △팹리스 1% 순으로 메모리 분야에 치중돼 있음을 보여줬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와 디지털 패권경쟁의 핵심으로 반도체에 주목한 김 회장은 “강점을 갖고 있는 메모리 분야를 수성함과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역량 제고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반도체 핵심 경쟁력을 위해 △첨단기술 경쟁력 △우수한 인재 △적극적 투자 △건실한 생태계 등이 필요하다며 기술혁신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AI를 활용해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내다봤다. ‘ChatGPT’, ‘Bard’ 등 새로운 ‘Killer Application’이 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부회장은 “AI를 활용해 반도체 제조 공정 수율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효율성도 강화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Digital Twin’이라는 AI를 활용해 임상시험의 규모와 단계를 줄이고 있다”며 반도체가 AI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로 알려진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경쟁자로 올라온 상황을 설명하며 △기술 집약적 △미세공정 제조역량 △자본 집약적인 메모리 산업의 특징을 활용해 우리나라만의 강점을 더욱 살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국가 차원의 혁신을 강조한 그는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생태계를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려는 국가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사진=김한울 기자)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사진=김한울 기자)

■ 기존 교육 방식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어 = 주제 발제를 맡은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은 발표 전 대학교육 측면에서 AI, 디지털 시대를 논하겠다고 밝혔다. 오 전 총장은 “과학기술 혁신이 인류 삶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교육이 이를 선도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세계 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의 분석에 의하면 앞으로 5년간 선진국과 신흥국 15개 국가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는 210만 개가 개설될 것이라는 예상이 존재한다. 오 전 총장을 이를 통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65%가 현재 없는 직종에서 일하게 된다는 예측까지 가능해졌다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의 성공을 이끌었던 과거의 교육 성공모델이 새로운 시대에서는 ‘유물’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던 그가 총장 재직 중에 강조했던 것은 교육환경의 혁신과 창의적 인재상이었다. 서울대는 학생자율교육을 시작으로 △자유전공학부 운영 △창의성 교육 △소통의 교육 순으로 교육 혁신 실험이 진행 중이다. 여기서 그가 강조한 부분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컴퓨팅 핵심역량 교육이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컴퓨팅·데이터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필요한 일”이라며 컴퓨팅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또 “대학 입학제도 개선을 비롯한 교육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학문 융합적 소양과 디지털 능력, 타인과의 소통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대학에서 미래 인재 핵심 역량을 위한 인재상을 세우고 이에 맞게끔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에서 대학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으로 기정학 시대에서 첨단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사진=김한울 기자)
영상으로 기정학 시대에서 첨단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사진=김한울 기자)

■ 기정학(技政學) 시대, “인재 확보 위한 ‘한국형 천인계획’ 도입해야” =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기존 세계에서 통용되던 지정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기정학(技政學) 시대로 들어섰다”며 “정치와 경제가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흐름이 변했다”고 언급했다.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기술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기술을 보유하면 국제 무대에서 이전보다 더욱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특히 미중 패권시대에서 미국과 중국이 기술 확보를 위한 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미국은 비자 문호를 대폭 개방해 과학, 창업 분야 전문가에게 취업비자, 영주권, 시민권을 대폭 개방하고 있으며 중국은 2008년부터 과학 인재 유치를 위해 최고급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전문가들에게 고액연봉과 주택, 의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런 세계적 흐름에 한국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자율·창의·다양성 교육 △공교육 강화 및 교육 격차 해소 △초중고 과정 내 SW 교육 강화 △Singularity 시대 대응 교육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경쟁의 성패는 이제 기술 인재 확보에 달려있다. 국가전략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우수 외국인력을 유치해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유능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한국형 천인 계획’이다. 과학기술 우수인재 패스트 트랙을 도입해 이공계 특성화대를 활성화하고 연구경력과 실적 기준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이 들어가 있다. 더불어 네거티브 방식 비자도 신설해 반도체나 바이오 등 첨단 분야 인재 모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양희 한림대 총장. (사진=김한울 기자)
최양희 한림대 총장. (사진=김한울 기자)

■ 기존 교육 통념 해체, 재조립한 ‘New Hallym’ 만들겠다 =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AI시대 지방대학의 활로를 찾는다’를 주제로 지방대학의 역할에 집중해 발표를 진행했다. 최 총장은 대학의 새로운 모델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방대학의 혁신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복안을 내놓았다.

그는 “AI, 반도체 등 새로운 기술과 연관된 대규모의 인재 공급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방대학의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전통적인 교육 개념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해체와 재조립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한림대가 추진 중인 캠퍼스 공간 해체, 사이버 공간 확장, 온라인 1년 석사과정 개설, 복수전공 필수화 등을 소개했다. 또한 올해부터 ‘Mighty Hallym 4.0 – Campus(MHC) 프로그램’을 운영해 실질적 성과 도출에도 주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정부의 교육 정책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방대학에 맞춤형 정책을 펼쳐 과정 중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기술이 중시되는 새로운 시대에서 대학 교육은 단순 커리큘럼의 변화에서 벗어나 구조적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며 “정부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맞춤형 교육 정책 변화를 펼친다면 대학 교육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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