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시민대학, 중·고교부터 성인학습자까지 아우르는 ‘평생직업교육기관’ 역할 수행해야
저출산·초고령화 대응 위해 재직자 대상 직무능력 향상교육, 은퇴자에게 신중년 재취업 교육
지역 중·고교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과 진로 상담 제공…기업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 체계 구축
성인학습자 증가 추세 속…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 핵심 축 되려면 폭넓은 재정적 지원 필요
[한국대학신문 정은아 기자] 지방 위기, 인구감소 등으로 지방에 있는 전문대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저출생과 더불어 청년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지방 소재 전문대들은 이에 대비하기 위한 생존 전략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전문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부터 재직자, 은퇴자까지 아우르는 ‘지역시민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더 나아가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무상 직업교육훈련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대 관계자 측에서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가 그 역할을 충실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영준 전북과학대 총장(전북지역전문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지난 13일 국가교육위원회와 전라북도가 공동으로 주관한 ‘미래교육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전북지역 전문대 현황 및 생존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이영준 총장은 지방 전문대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대가 ‘지역시민대학’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무상 직업교육훈련 서비스의 대상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했다.
이영준 총장이 말하는 지역시민대학이란 중·고교부터 성인학습자까지 아우를 수 있는 평생직업교육기관이다. 대학과 중·고교를 연계해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산학연계까지 이어가 기업수요 맞춤형 인력을 배출해내는 체계를 갖춘 형태다. 저출산·초고령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재직자에게는 직무능력 향상교육이나 이·전직교육을, 은퇴자에게는 신중장년 재취업 교육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영준 총장은 성인들의 직업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며 “인구가 고령화가 되고 있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직업 변신을 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며 “심지어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는 분들도 전문에 입학해 공부하는 성인학습자들이 많다. 이런 분들을 위해 야간반, 주말반처럼 수업 시간을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학의 경우, 전기과나 천연물바이오과에 들어오는 성인학습자들이 많다. 전기기능사와 같은 자격증이 필요로 해서 전기과에 입학한다. 천연바이오과에는 인근에 위치한 농생공단지에 연구보조원이 되고자 하는 분들이나 천연물을 추출해서 개인 사업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들어온다”며 “실제 성인학습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제공하면 성인학습자 모집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의 한 입학 관계자는 전문대가 지역시민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성인학습자를 모집해 수업을 운영하고 보니, 성인학습자들은 지역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부족한 입학자원을 성인학습자로 ‘채운다’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이들이 지역사회 학습 분위기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존재라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시대다”라고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대학이 지역시민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성인학습자뿐만 아니라 중·고교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 최근 전북지역은 ‘2023년 지역 품은 대학·중고교 연계 인재 육성사업’을 위해 20억 원을 출자해서 전북지역의 대학이 인구감소지역에 소재한 중·고교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과 진로·진학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현대 전북과학대 산학협력단장(뷰티앤디자인과 교수)은 “중·고교와 지역대학이 연계하는 목적은 지역의 중·고교 학생들이 지역 내의 대학에 진학해서 지역의 산업체에 정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지역에서는 이번에 인구소멸 지역을 중심으로 대학교수들이 중·고교에 직접 방문해서 중·고교 정규교육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방과후 수업,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형태로 중·고교 학생들과 소통하며 이들의 진로 설계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영준 총장은 지역시민대학과 더불어 성인학습자 대상으로 무상 직업교육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지방 전문대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재원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국가의 책무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모든 국민이 전체 산업 분야에 걸쳐 직업교육훈련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지역산업과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이영준 총장은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장학금과 같이 수업료 측면에서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대학이 교육의 대상으로 삼는 학령인구의 범위가 점차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성인학습자들도 청년들과 똑같은 학생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는 정부사업에 선정돼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들 중심으로 성인학습자들을 향한 금전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나아가 정부 사업에 선정되지 않아도 성인학습자를 위한 금전적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역시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들이 제기된 배경에는 저출생과 초고령화 현상이 더욱 심각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년 전국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별 학령인구는 2020년 대비 각각 41.4%, 41.6%, 15.6%, 4.7%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미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16.5%에 달했으며 오는 2026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지방의 경우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 때문에 더욱 큰 위기에 봉착했다. 전북을 포함한 지방 전문대를 보면, 입학을 해도 편입 등으로 중도 이탈하는 학생들 증가했다. 신입생 충원율을 보면 지난 2021년 93.58%, 2022년 93.0%로 양호한 편이라고 분석할 수 있으나 중도탈락율이 지난 2021년 7.83%, 2022년 6.71%로 타 지역 학교로의 편입, 유출 등이 증가 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졸업 후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비율도 약 32%, 도내 취업률은 약 40% 정도다.
이승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실장은 “전문대가 이미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학령인구가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자체적으로 극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지금보다 많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