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으로 재정 위기 내몰려…비슷하지만 다른 흥미로운 일본 사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대학 등록금 문제…이제는 등록금 동결 해제할 시기
“등록금 동결 해제로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 강화해야”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가 3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 8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에서 ‘고등교육재정 지원 확대 방안’을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 교수.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국내 교육계에서 대학 재정과 관련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교수가 있다. 송기창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는 ‘반값등록금 폐지’, ‘대학 등록금 동결 해제’, ‘ 대학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 등을 주장하며 대학 정상화를 위한 국가의 책임론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반값등록금 정책의 성과와 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간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의 등록금 결손 규모가 연평균 2조 원을 넘어섰다고 밝히며 “이제는 대학 등록금 동결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등록금 동결 해제만으로는 현재 국내 대학들이 맞닥뜨린 문제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 등 단순히 재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학 재정 전문가인 송 교수를 만나 국내 대학들이 처한 현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대중의 시선에서 대학의 재정 문제는 매우 복잡하게 느껴진다. 대학 재정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짧게 설명해주신다면.
“수입 기준으로 보면, 대학 재정은 등록금, 법인전입금, 국가 및 지자체 보조금, 교육부대수입, 기부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이 부담하는 등록금은 다시 입학금, 기성회비, 수업료구 구분된다. 원래 대학에서 수업료와 입학금만 받아야 했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워지자 학부모 자율 협찬금이라고 부르는 기성회비를 받게 됐다. 말하자면 등록금 외에 추가로 받은 것이다. 국립대학의 경우 기성회비는 국고로 들어가는 수업료와 달리 학교 자체에서 받았기 때문에 자율 협찬금이라는 형태를 띠었고, 법적인 근거 유무가 쟁점이 됐다. 이 문제가 대표적으로 표출됐던 사건이 서울대 기성회비 반환 소송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성회비가 없어지게 됐고, 수업료와 용도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년부터 입학금도 폐지됐다.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구성하던 세 축 중 두 개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기존에 세 축이 잘 돌아갈 때 대학은 국가의 지원이 없더라도 등록금을 통해 대학 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등록금 동결이 시작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 반값등록금 문제 자체는 결국 대학 재정 문제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이전에 주장했던 것처럼 “등록금 동결을 해제”해야만 해결되는 문제라고 보나.
“반값등록금이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시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당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에 참여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대학등록금 동결이 시작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등록금 동결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었다. 그간 대학이 갖고 있던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에 반값등록금이 정책이 발표되고 2012년부터 시행되면서부터 점차 대학들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시기에 학령인구 감소도 같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기 일본은 학령인구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취학률이 상승하면서 대학의 어려움이 우리나라 대학보다 덜했다. 즉 학령인구가 감소해도 취학률이 올라가 재학생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 취학률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학령인구가 감소했고 그 상태에서 등록금 동결도 진행됐다. 결국 대학들이 재정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등록금 동결이 14년간 지속되면서 이제는 단순히 등록금 동결을 해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총 10조 원이 되지 않는다. 금년도 기준 4%를 올릴 수 있는데 대략 따져보면 4000억 원이다. 그런데 4%를 전부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70%로 올린다고 생각하면 2800억 원이다.
이에 비해 국가장학금 2유형으로 지원되는 금액이 3000억 원이다. 알다시피 국가장학금 2유형은 등록금 동결을 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해도 2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다. 등록금 동결 해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물가는 계속 올랐기 때문에 실제적인 적자 폭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 올해 동아대를 비롯해 몇몇 교대들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어떤 요인이 등록금 인상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보는지.
“교육부가 2018년까지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등록금 동결을 요구해오다가 2019년부터 등록금 동결 조건을 없애긴 했다. 그러나 국가장학금 2유형은 등록금 동결 조건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대학의 경우 등록금 자체가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가장학금 1유형만으로 등록금이 거의 충당되며,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을 필요가 적었다. 즉,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금을 받아도 금액이 크지 않다. 반면 등록금 인상을 할 경우 국가장학금 2유형으로 지원받는 돈보다 크기 때문에 해당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에 나서게 된 것이다.
또한 대학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대학 재정이 어려워진 이유는 정부가 규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국가가 보상해줘야 할 문제다. 그간 정부의 지원은 대학이 아닌 학생 지원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대학은 등록금을 학부모로부터 받느냐 국가로부터 받느냐의 문제일 뿐 받는 것은 똑같았다. 오히려 사실상 줄어들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문제의 핵심은 정권과 교육부, 국회 모두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 그렇다면 현재 대학들이 가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대학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등록금 동결에 버금가는 대학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처럼 사업 중심으로 예산을 분배할 경우 사업에 관계된 학과는 2개나 3개뿐이다. 구조상 타 학과가 예산을 활용할 수 없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려면 경상비를 올릴 필요가 있다. 라이즈 사업의 경우 경상비 관련 부분을 다소 풀어줘 어느 정도 진전됐다고 할 수 있다.”

- 지난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통과됐다. 이 법안의 의의나 한계가 있다면.
“이 법안의 의의라 한다면 아무래도 대학 재정 규모가 확대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특별회계는 원칙적으로 국가의 특별한 일에 한시적으로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교육세의 경우도 5년 한시로 처음에 만들었지만 한차례 연장한 후에 영구세로 바뀌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고특회계 또한 그동안의 관례대로 한시법으로 만들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추후에 시한을 철폐하든가 폐지 후 그만큼 일반회계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번 고특회계는 추가 재원으로 3조 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와 달리 1조 7000억 원에 그치면서 대학 재정지원 규모가 줄어든 점이 좀 아쉽다.”

- 대학 등록금 동결이 해제된다면 그 다음으로 대학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간의 등록금 동결로 대학들은 재정을 국가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돼 대학 독자적으로 발전 계획조차 세울 수 없었다. 국가 보조는 확정된 재원이 아닐 뿐만 아니라 연도 중간에 나오는 돈이기 때문이다. 등록금 동결 해제는 대학이 자체적인 발전 계획을 세워 나름대로 교육의 청사진을 그리고 그에 맞춰 돈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대학들 또한 책무성을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극심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의 재정적 어려움이 모두 등록금 동결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신입생 및 재학생 충원율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학 재정 위기의 1차적 원인이 등록금 동결인지, 학령인구 감소인지 불분명하지만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때문에 재정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등록금 동결을 해제하는 것은 대학의 재정 위기를 대학 자체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책무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다. 등록금 동결이 해제되고 나면 대학들은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만 한다. 즉, 등록금 동결 해제는 대학 책무성의 필요조건이자 대학 자율성의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