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삶을 시작하는 중장년부터 창업 꿈꾸는 청년까지 다양하게 입학
배움에 열정 많아 학업 분위기 상당히 긍정적, 교수와 학생들 모두 만족
성인전담반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평가지표, 교수법 등 전략 재설정 필요

지난 3월 수원여대 메디컬허브치유과가 입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수원여대 제공)
지난 3월 수원여대 메디컬허브치유과가 입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수원여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정은아 기자] 학령인구 감소 위기로 평생학습 체제로 전환하는 전문대들이 성인전담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모집이 잘 될지, 운영은 잘 될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보다 학업 분위기가 밝다고 전해져 고무적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 전문대학에게 성인전담반은 또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더불어 이에 맞는 교수법, 대학평가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제기된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신입생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전문대학들이 새로운 입학자원으로서 성인학습자에 주목해 성인전담반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처음 신입생을 받은 수원여대 메디컬허브치유과는 메디컬 허브 식물을 활용해 건강증진 식품을 개발하고 반려식물과 원예치료를 연계한 전공이다. 성인전담반으로 운영하는 전공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사회복지 등에 관련된 학과가 많다. 수원여대 메디컬허브치유과는 복지계열 아닌 전공으로 성인전담반 개설해 눈길을 끌었다.

이진원 수원여대 메디컬허브치유과 교수는 학과 개설 취지에 대해 “지역에서 특화 작물 재배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이를 상품화함으로써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며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정년 시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년’들이 제2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학과를 개설하게 됐다. 하지만 창업도 가능한 교육 커리큘럼이기에 창업 꿈꾸는 30대 청년에서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재학 중이다”고 전했다.

수원여대 메디컬허브치유과에 재학 중인 30대 이용성 씨는 전남 구례에서 수원여대까지 통학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이 씨는 “허브 작물 재배만 해오다 허브 작물 활용법과 관련 자격증에 관심을 갖게 돼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대학에서 교수님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유튜브나 다른 도서를 활용하는 것보다 깊이있고, 정확하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평소 주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대학에서 허브 작물 활용한 테라피 등을 배울 수 있다면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학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수성대 보건복지경영과는 지난 2015년 60명으로 시작해 올해 120명으로 정원을 늘렸으나 100% 모집에 성공했다. 수성대는 약 7년 전부터 성인학습자의 입학자원의 가치를 인식해 다른 대학에 비해 성인전담반을 앞서 개설할 수 있었다.

박선태 수성대 보건복지경영학과 학과장은 “성인학습자 중심의 고등학교인 한남미용고등학교, 방송통신고등학교와 유대를 강화하면서 성인학습자를 모집해 신입생 유치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게 됐다”며 “성인학습자들은 일단 합격하면 다른 대학으로 이동하지 않고 주변인의 소개로 이어진다. 덕분에 신입생 유치 활동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성인전담반의 학업 분위기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성인전담반을 운영해 본 결과, 오히려 성인학습자 분들이 청년들보다 수업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성인학습자들은 청소년 시절 어려운 가정 여건으로 학업을 진행할 수 없었던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배움을 향한 욕구가 강하다. 덕분에 좋은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생교육원에 다니다 배움의 뜻이 깊어져 대학에 입학한 성인학습자 사례도 있다. 계원예대 순수미술과에는 재학 중인 박철세 씨는 계원예대 평생교육원에서 미술을 배우다가 순수미술과로 입학했다. 성적 장학금을 받고 독서 동아리를 만드는 등 청년 대학생들보다 열정적으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박 씨는 “지난 2019년 3월 퇴직한 후 시간이 많아져 평생교육원에서 기초소묘를 배우다 이왕이면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하면 좋겠다 싶었다. 대입 시험을 치러야 하는 줄 알았는데 성적 졸업 증명서만 제출하면 된다길래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늦은 나이에 대학에 다니면서 좋은 점 중 하나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육체적으로 건강해지고자 신경쓰게 된다. 또한 요즘 청년들과 어울릴 기회가 생기니 자녀들과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렇듯 뒤늦게 새로운 학문을 배우고자 하는 성인학습자가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에 입학자원 부족으로 고민이 많은 대학이라면 성인전담반 개설에 주목해 볼 수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이색적인 전문대 입학생들이 있는 가운데, 카페 창업을 꿈꾸는 만학도, 일반대 교수 출신인 60대 등이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성인학습자 특성 고려한 대학 평가, 교수법 설정해야” = 성인전담반을 운영하는 대학들은 성인학습자가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으로 보면서도 성인전담반 운영에 있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박선태 교수는 대학 평가에서 성인전담반의 평가지표를 달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졸업 후 취업한 성인학습자들의 경우 건강보험료가 아닌 다른 지표로 취업률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연령대가 아닌 경우가 많아 취업을 했음에도 취업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또한 성인학습자들이 대학에 오는 목적은 취업이 아닌 경우도 많아 대학 평가 요소로 취업률을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전했다. 박 교수는 “대학 취업률 산정에 고령의 학생들은 취업대상자에서 제외하는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가 충원률, 취업률과 같은 지표에만 익숙하지만 취업이 목적이 아닌 성인전담반 운영에는 적합한 지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인학습자들 중에는 순수하게 배움의 뿌듯함을 느끼고 싶어서 대학에 오는 분들도 많다. 사실 취업을 원한다고 해도 연령대가 높은 관계로 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렵기도 하다”며 “성인전담반에 한정해서라도 다른 지표로 학과 운영을 평가해야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연수 국제대 입시홍보처장(사회복지과 교수)은 “성인학습자들만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성인학습자에 적합한 교수법과 청년들에게 적합한 교수법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성인학습자 별도반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성인학습자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치 않고, 새로운 분야에 처음 접근할 때 적응하는 시간이 길다. 하지만 경험에서 우러나는 통찰력과 폭넓은 이해력은 성인학습자의 장점이므로 이런 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교수법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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