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지난달 31일 청문회 이어 이번에도 끝내 ‘노쇼’
여당까지 청문회 보이콧 선언 “편향적 청문회 거부한다”
당시 학폭 처리 관계자에 성토 이어져 “책임감 부족했다”
강득구 의원 “추가 폭력행위 있었다…세면대 물고문까지”
교육부 학폭 근절 종합대책 “재발 방지 가이드라인 필요”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이 14일 열린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정순신 변호사 등 증인 불출석에 대해 엄정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이 14일 열린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정순신 변호사 등 증인 불출석에 대해 엄정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지난달 31일 파행을 빚었던 국회 교육위원회의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진상규명 청문회’가 14일 다시 열렸지만, 정 변호사와 그의 자녀 등 증인은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당 역시 불참하며 ‘반쪽짜리’ 청문회가 진행됐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날 정 변호사를 포함해 배우자, 학폭 가해자인 정윤성 군을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순신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청문회 불출석 사유였던 ‘공황장애’를 이유로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의 배우자와 학폭 가해자인 정 군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신이 매우 쇠약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 정순신 불참으로 시작부터 삐걱댄 청문회, 여당 위원들마저 보이콧 선언 = 유기홍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청문회에 나타나지 않은 정 변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이날 청문회 시작에 앞서 “지난 청문회에도 오지 않은 정순신 증인이 이번에도 오지 않았다. 국회의 권위를 훼손했다”며 질타했다. 또한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려 했던 증인이 공황장애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불출석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가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려고 한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지난달 31일 파행의 이유가 본인에게 있는데 다시 한번 안 온 것은 국회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동용 의원도 “관련 법규에 따르면 청문회 불출석에 대한 죄를 묻게 돼 있다. 이번 증인의 불출석 사유는 정당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불출석이 자칫 다른 청문회 증인에게도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 증인의 배우자, 자녀의 불출석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떠한 증빙서류도 없이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불출석한 정윤성 군을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청문회에 2번 연속 불출석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 행위는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 교육위 간사로서 9월 국정감사에서 증인과 가족들을 소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이 주도한 청문회 개최에 반발하며 일제히 불참했다. 이태규 의원 등 여당 소속 국회 교육위 위원들은 청문회장 밖에서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여당 소속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편향적인 청문회로 정순신 일가 망신주기와 대통령 인사 문제 공격 등 정치적 의도 공세만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학폭 사건에 대한 정 씨의 대처가 잘못된 것은 인정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실효성 있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피해 학생 위한 최선의 결정 했다”…유기홍 위원장 “귀를 의심해, 궤변 늘어놓지 말라” = 이번 청문회에는 지난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던 송개동 변호사를 비롯해 20명이 넘는 증인들이 참석했다. 특히 송 변호사는 정 군의 전학취소 행정소송을 대리해 야당 교육위 의원들에게 집중 포화를 맞았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이번 학폭 사건은 10번의 재심과 소송을 진행해 학폭 가해자의 전학을 지연시켜 학폭 대응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심각한 2차, 3차 가해를 한 것이 본질이다”며 “하나의 학폭 사건에 저렇게 많은 심의와 재심이 이뤄진 것은 피해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악의적인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문했다.

송 변호사는 이에 “재심과 소송이 많이 진행된 것은 사실이나 고의적으로 연기한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빨리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답했다.

송 변호사에 이어 당시 교육청 학폭 담당자인 정진주 변호사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정 변호사는 2018년에 열린 강원도 학생징계조정위에 조정위원 자격으로 참석해 정 군에 대한 8호 처분(강제 전학)에 대한 취소를 주장했다.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전학 취소’가 결정돼 정 군의 강제전학이 연기된 바 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피해 학생의 의사소견서와 전학 요청 등 객관적인 증거에도 전학 취소 결정이 타당했는지 물어봤는데 정 변호사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위해 최선을 결정을 내렸다”고 언급해 위원들의 분노를 샀다.

특히 유기홍 위원장은 해당 발언에 대해 “가해 학생이 반성도 안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최선의 결정인 것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학교의 입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비교육적인 태도라며 교육 기관에서 학폭을 담당하는 변호사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꼬집었다.

■ 재발 방지 위한 교육부의 학폭 대책 보완 필요하다는 의견엔 ‘한 목소리’ =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학폭 관련 제도적 허점에 대해 교육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호 의원은 추가 질의 시간을 통해 “학폭 기록이 졸속 행정을 통해 삭제되는 등 제도적 허점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인정하고 부족함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 군의 경우 담임 교사의 견해부터 시작해 성실한 학교생활을 근거로 학폭 기록을 삭제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교육부에 학폭과 관련된 이른바 ‘랜덤’ 배심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금전적 합의를 종용하는 피해자 동의 확인서와 관련해서도 심도 있는 고민 이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기홍 위원장도 현 제도 내에서는 학폭 기록 삭제를 노리고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가해자가 2차, 3차 가해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 부분을 교육부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득구 의원도 큰 틀에서 학폭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확실한 교육적 비전과 철학에 근거해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최근 교육부에서 내놓은 교육부의 ‘학교폭력(학폭) 근절 종합대책’의 보완을 요구한 민형배 의원 등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내용을 보완하고 교육적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엄벌주의로만 치우쳤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제대로 된 인성교육과 학교의 근본적인 문화부터 고쳐가겠다고 말했다.

■ 서울대 “학폭 대책 마련 나서겠다” = 학폭과 관련해 대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됐다. 이번 학폭 사건의 가해자인 정 군이 감점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 입학했기에 대학이 심각한 사유의 학폭은 입학 거절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안민석 의원은 “강제 전학과 같은 심각한 학폭 행위를 저지른 학생에 한해 대학 입학을 금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충분히 반성하는 자세와 피해자와의 진실된 합의 없이 피해자를 오히려 괴롭혔던 정 군의 사례가 반복돼선 안된다”며 서울대 측에 중대 학폭자 입학 제한 조치를 검토할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다.

유기홍 위원장도 대학이 가지고 있는 학생 지도, 감독 권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조치하고 이를 통해 많은 대학들이 학폭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이에 현재 불거진 학폭 문제에 대해 다각적으로 개선하고 서울대부터 나서서 변화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정 군 입학 당시 입학본부장을 맡았던 김성규 서울대 부총장은 “학폭 문제는 교육, 대책, 대학 입시 등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대학뿐만 아니라 교육 관계자들이 본질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내다봤다.

대학을 넘어 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학폭 기록을 열람하기 힘든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주호 부총리는 “학폭 근절 종합대책에도 대학원까지 가면 학폭 기록이 고려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현재 학폭 기록 유지는 4년인데 앞으로 제도 진행에 따라 증감 정도를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