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대, 2021년 에이블자립과정 학생 100% 취업
나사렛대, 재활자립학부 연평균 90% 취업률 유지
대구대, 국내 최초 장애학생지원센터 설립해 운영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졸업전시회에 베리어프리존
[한국대학신문 정은아 기자]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한 가운데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지원제도를 운영하는 대학들이 있어 대학가에 귀감이 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전담으로 교육하는 학과를 운영하고 취업까지 책임지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장애학습지원센터에서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학도 있다. 장애 학생들에게 대학 캠퍼스는 시설·교육적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들 대학들의 작은 노력이 모인다면 앞으로 대학가 풍경은 지금보다 장애 학생에게 친화적 모습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 발달장애학생 전담 학과, 학생 ‘자존감’ 상승, 취업 성과도 = 안산대와 나사렛대는 발달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발달장애학생의 특징을 고려해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
안산대 에이블자립학과는 전문대에서는 이례적으로 발달장애학생을 전담하는 학위과정이다. 에이블자립학과는 지난 2021년에 안산대 평생교육원 에이블자립과정에 다니는 발달장애학생들이 전원 취업에 성공하면서 학위과정으로 진화한 경우다.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현장 연계 교과목, 국가·민간 자격증 취득 과정 등을 운영하며 학생 취업까지 돕고 있다.
김병철 안산대 에이블자립학과 교수는 “교수들이 직접 발로 뛰어 회사 대표·관계자들을 만나 학생 영상을 보여주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을 없애고자 노력했다”며 “회사 측에서 일대일로 면접을 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면접 과정에서 학생들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고 합격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취업·교육과정뿐 아니라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한 점도 취업에 도움이 됐다. 발달장애학생들을 중심으로 학과를 운영한 덕에 에이블자립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활발하게 소통하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다.
김병철 교수는 “학생들에게 학과에 입학해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친구를 사귈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또래 집단과 어울리며 협업과 리더십을 기를 수 있어 사회에 진출하기 전 또 하나의 작은 사회를 경험하는 셈”이라며 “중·고 교육 현장에서는 장애인과 함께할 준비가 안 된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상처받기도 하는데 우리 학과에서 다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사회에 나가서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훌륭한 사회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렛대 재활자립학부는 연평균 90%를 상회하는 취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나사렛대 재활복지학부는 국내 최초로 지난 2009년 발달장애학생에게 고등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정규 학위과정으로 개설됐다. TLC(Tender Loving Care)라는 부모교수제를 도입해 담당 교수가 학생의 장애 유형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지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주 3시간 ‘특별활동의 이해와 실제’라는 과목을 운영해 예체능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등 생활 적응역량도 키워주고 있다.
김대룡 나사렛대 재활자립학부 학부장은 “발달장애학생은 또래보다 약 2~4년 정도 사회적 성숙도가 느리게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에게 스스로 이해하고 주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의 성향을 분류하고 적합한 교육 시스템을 제공한 결과, 학생들이 점차 생활 범주를 넓혀가며 생애 설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대학 내 장애학생지원센터, 구성원 인식 개선 이끌어내 = 대학 안에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해 이를 활용하면서 학교 전체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학교도 있다.
대구대는 전국 최초로 지난 2000년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는 관련 법이 제정되기도 훨씬 이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 장애학생지원센터 설치 근거가 생긴 것은 지난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이동석 대구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센터장은 “대구대는 법이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전국에서 가장 먼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만들었다”며 “결국 대구대의 모형이 법으로 이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구대는 일찍부터 장애학생지원센터를 갖춘 덕에 현재 대구·경북지역 진로취업거점대학으로서 장애 대학생 맞춤형 특강, 진로·취업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장애 학생 지원 거점대학으로서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부산·울산·경남 대학 교직원을 대상으로 장애 학생 지원 교육·컨설팅 등도 실시한다. 또 지난 2021년에는 장애인식개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2020년엔 ‘장애인 인권 및 복지 실태조사 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다.
이동석 센터장은 “297명이 재학하고 있다. 인근 대학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이 다니고 있는 편”이라며 “장애학생지원센터가 활성화됐고, 장학금, 시설 등 지원도 많아 우리 대학 선호도가 높다. 또한 대구대를 졸업한 장애 학생들이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소식을 보고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교 전반에 걸쳐 장애 학생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 특히 신순규 애널리스트, 김원영 변호사, 이길보라 영화감독 등 유명인을 초청해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복지, 특수교육 관련 전공생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학생들이 인식 개선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장애 학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거나 교내 행사에 ‘베리어프리존’ 설치를 기획하는 등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화여대 방송국 ‘EUBS’는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발달장애학생의 학교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EUBS’는 한 학기 동안 발달장애학생의 일상을 촬영했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또 이화여대 디자인학부는 오는 6월 졸업전시회에 베리어프리존을 설치할 계획이다. 시각·청각 장애인 등 전시회를 방문한 사람들이 디자인학부 졸업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설을 텍스트와 녹음된 음성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고윤자 이화여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전담연구원은 “장애가 있는 방문객들이 몇 명든 전시회를 방문한 모든 사람이 작품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며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장애 학생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한 대학은 전체 79.5%에 그쳤다. 현행법에선 10인 이상 장애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대학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전담 인력을 배치한 경우도 29.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동석 센터장은 “대학과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신체적 장애인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발달장애인 등까지 폭넓게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활성화하고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며 “장애학생지원센터 직원의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안정적인 지원과 전문성 확보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전담 지원인력을 확보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