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규 서령고 교사

최진규 서령고 교사
최진규 서령고 교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초일류기업인 삼성전자에도 갑(甲)의 지위를 행사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다. 이재용 회장은 주기적으로 이 회사를 방문해 장비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기업 총수가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바로 반도체 공정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EUV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보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력 강화에 있다.

그런데 파운드리 제품 대부분은 아예 EUV 장비가 필요없다. 5나노 이하 소수의 제품에만 필요하다. 그런데도 삼성전자에 EUV 장비가 절박한 이유는 파운드리 포트폴리오가 일부 최신 공정 제품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제품 종류나 고객 수가 경쟁사인 대만 TSMC에 비해 훨씬 적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엔 부담이 너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이 필요한 제품에 집중적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는 최신의 기술을 끊임없이 구현해야 하는 승자독식의 구조이기 때문에 기술적 우위에 있는 장비에 대한 투자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말하자면 기존의 장비를 그대로 쓸 수 없고 새로운 장비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인 것은 틀림없지만 장비만큼은 미국, 일본, 유럽, 대만 등에 한참 뒤져있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장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반도체 장비의 매출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도를 기준으로 중국은 반도체 장비에 283억 달러를 투입했고, 다음이 대만으로 268억 달러를 사용했다. 우리나라는 이들 두 나라에 한참 뒤진 215억 달러를 사용하며 장비 투자 부분에서도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 자체가 ‘장비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설계를 해도 설계자의 요구대로 웨이퍼(반도체 생산을 위한 원형판)를 가공할 수 있는 장비가 없으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5000억 원에 육박하는 ASML의 EUV 장비를 줄 서서 기다려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은 반도체 장비가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최근에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장비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이 미국산인 경우 중국 수출 제재 규정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도 보호무역으로 흐르고 있는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에 비춰볼 때, 장비도 결국 국산화율을 앞당기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오산대 반도체장비과
오산대 반도체장비과

- 반도체장비과는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갖춘 학생이 지원하나.
“기본적으로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다루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을 만큼의 열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반도체를 다루는 장비는 사실 엄청난 정밀성과 함께 고도의 기술력이 발휘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과목 중에서는 물리나 화학과 같은 과학 과목에 지적 호기심을 느끼고, 일정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고등학교마다 물리와 관련된 다양한 동아리들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믿음과 열정에 날개를 달아줄 동아리를 찾아 열심히 활동할 필요가 있다.”

- 반도체장비과의 잠재적 발전가능성은.
“AI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점 더 고도의 성능을 발휘할 반도체의 필요성은 당연히 요구된다. 반도체가 경기를 반영하는 품목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문명의 속성에 비춰보면 반도체의 역할은 사실상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장비의 국산화에 있다. 물론 일부 품목에서는 국산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 장비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반도체 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국회도 반도체 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K-칩스’와 관련된 법을 통과시키는 등 여건 조성에 힘쓰고 있다.”

- 어떤 과목으로 구성돼 있나.
“교양은 청학품성, 체험형인성교양교육, 생활영어, 4차산업시대의융합적사고, 체험형창의교양교육, 학생설계형교양과목, 컴퓨터활용실무, 프리젠테이션스킬 등의 과목으로 구성된다. 전공으로는 진로커리어코칭, 회로이론기초, 반도체입문, 기초회로실습, 디지털논리회로, 코딩기초, 디지털실습, 반도체장비설계, 전자회로기초, 반도체특성실험, 반도체장비진공공학, 마이크로프로세서실습, 반도체장비전장조립, 자동화기초실습, 반도체공정기술실습, 반도체회로설계, 자동화응용실습, 반도체장비3D기구설계, 반도체장비직무기초, 캡스톤디자인 등의 과목을 배우게 된다.”

- 학과에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은.
“반도체설계산업기사, 전자산업기사, 무선설비산업기사, 유선설비산업기사, 정보처리산업기사, 디지털제어산업기사 등의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 졸업 이후 어떤 분야로 진출이 가능할까.
“삼성반도체, SK Hynix반도체, 반도체장비관련 기업, 반도체장비설계 제조업 및 공장자동화분야, 생산자동화분야, 자동차산업분야, 전기 전자분야, 방송통신분야 등으로 진출하게 된다.”

- 반도체장비과를 운영하는 전문대학은.
“반도체와 관련된 학과는 영남이공대에 ICT반도체전자계열, 경남정보대와 두원공과대에 반도체과, 충북보건과학대에 반도체기계과, 국제대에 반도체설비자동화과, 여주대에 반도체시스템과 등이 설치돼 있고 반도체장비과는 오산대에 개설돼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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