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경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총장

이영경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총장
이영경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총장

캠퍼스에 봄이 끝나가고 있다. 벚꽃은 시기를 알 수 없이 일찍 피었고, 꽃이 핀 후에 한겨울 같은 바람이 불기도 했다. 벚꽃 피는 순서라는 암울한 은유로 인해 캠퍼스에 핀 벚꽃을 온전히 즐길 수 없었지만 벚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새잎이 돋아나 교정은 초록으로 완전히 물들었다.

대학 본연의 역할은 인재 양성이다. 그러나 지금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위기 속에 지방대는 입학생이 줄어들고 있다. 2021학년도 신입생 충원 결과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온 지방대의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지방 대학은 교육 격변의 시대를 맞이했다.

교육부는 RISE 체계, 글로컬대학30을 발표했다. 글로컬대학은 될성부른 비수도권 대학 30개교를 선정해 5년간 1000억 원씩 지원함으로써 대학혁신과 지역발전을 글로컬대학이 이끌게 한다는 정책이다. 글로컬대학 1단계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혁신성(60점)이며, 혁신 추진체계(성과관리 20점)를 제시했는지를 함께 평가하고 있다. 강도 높은 대학 혁신을 요구하고 있으며 자기희생을 각오하는 대학들에게만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단과대학 체제를 융합대학 체제로 개편하고, 무(無)학과 선발, 국제학생 50% 이상 유치 등을 추진할 수 있는 혁신적인 혁신 추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지방 대학의 변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미래와 혁신을 주제로 논하면서 우리 대학이 그동안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혁신해 온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동국대 WISE캠퍼스는 미래를 위한 혁신으로 캠퍼스 역사 44년 만에 최대 규모로 학사구조를 개편했다. 지난 2020년 총장 취임 이후 미래 지속가능한 대학을 만들기 위해 3년간 변화와 혁신을 추진했다. 변화와 혁신의 과정에서 캠퍼스 명칭도 WISE(Wise Innovation, Smart Evolution)로 새롭게 선포했다. WISE는 ‘지혜롭게 혁신하고 스마트하게 융합 진화 발전한다’는 뜻으로, 동국대 WISE캠퍼스의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담고 있다. 

필요한 분야, 잘되는 분야 중심의 학사구조 경쟁력을 확보했고, 미래 유망분야 학문 단위를 발굴하고 육성해 지속 가능한 대학발전을 도모했다. 단과대학 체제를 개편해서 학문 간 융합과 교육 혁신을 가능케 했다. 인문, 사회, 경영, 과학기술 등 전통적 단과대학들을 특성화 방향에 따라 스마트시티융합대학, 글로벌사회경영대학으로 개편하며 대학 내부 ‘벽 허물기’에 선도적으로 나섰다. 또한 각 건물마다 있던 학사운영실도 통합해 대학 본관 1층에 통합 학사지원실로 모았다. 학생을 위한 통합 학사지원으로 학사문의, 진로지도, 학사지도부 교수와의 상담 등을 한 곳에서 가능하게 했다. 

우리 대학은 2020년 1월에 수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보강 및 원격교육 시스템으로 웹엑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의 혁신은 코로나19 상황이 닥치면서 온라인 원격수업 우수대학으로 선정될 정도로 교육 혁신을 가져왔다. 이후로도 도서관에 이노에듀센터를 구축하고 학생회관을 위콤버 창의 학습 공간으로 조성했으며 건물마다 하이플렉스 강의실, 캡스톤디자인 강의실 등 총 16개 첨단강의실을 조성했다. 학생들에게 휴식과 힐링이 될 수 있도록 학생복지 시설 대운동장과 학생식당도 리모델링했다. 

혁신과 함께 교육의 성과도 인정받고 있다. 2022년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우수한 결과로 통과하며 대학혁신사업에 선정됐고, 대학기관평가인증에서도 모든 영역을 충족하며 교육의 우수성을 인증받았다. LINC3.0, 경상북도 특성화사업,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선정 등 국책사업에 선정되며 2020년부터 올해까지 601억 3000만 원을 수주하고 있다. 이는 우리 대학이 지난 11년간 수주한 국고의 73.7%에 이른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대학 재정진단 시뮬레이션 결과 재정우수대학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들을 수행하며 지역산업과 연계한 자동차소재부품공학과를 신설하고, LINC3.0 등을 통해 지역 산학협력 허브를 구축하며 대학 외부와 벽을 허물고 지역과 혁신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주시와 ‘글로컬대학 30’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영천시와도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경주는 역사문화관광도시이자 SMR 산업단지, SMR혁신 제조기술 지원센터, 문무대왕과학연구소 등 SMR 산업 인프라가 들어설 예정이며 국내 SMR 연구개발과 실증의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미래자동차 소재·부품산업 인프라 조성을 추진해 첨단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대학은 지역의 다양한 특성과 산업을 바탕으로 대학과 지역사회, 지역 산업체, 지역 연구기관 등이 동반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글로벌 학술교류도 박차를 가했다. 1월에 일본 시즈오카복지대학, 도쿄도시대학과 교류를 시작으로, 2월에는 인도 가우탐부다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하고, 뉴델리 네루대학교, 국립 자미아대학교와 학술교류 협력 확대를 시작했다. 

동국대 WISE캠퍼스는 미래로의 담대한 변화를 시작했다. 학문 공유와 융합 글로컬 시대에 학문의 경계에 자유로운 아카데믹 노마드를 지향한다. AI융합교육, 메타버스 캠퍼스로 지역사회에 경계를 확대했다. 미래학습자를 이해하는 새로운 교수과정과 교수방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하고 있다. 

동국대 WISE캠퍼스가 위치한 지역은 8세기 세계 4대 고대도시, 세계적 황금도시로 융성했던 신라 천년고도이자 미래형자동차, 혁신원자력 첨단산업 융합도시인 경상북도 경주다. 우리 대학은 지역의 활력을 제고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할 글로컬대학을 추진하며 미래와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의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교육부가 교육개혁 핵심 정책 및 국가 차원의 인재양성 전략을 논의하는 「2023 교육·인재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교육부가 주도하는 미래를 위한 교육개혁이 시작됐다. 벽을 허무는 대학 개혁으로 새로운 사회수요에 부합하는 체계로 대전환해야 하는 강력한 흐름 속에서 지방 대학은 미래를 향한 혁신을 시작하고 있다.

부처님 말씀에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이 있다. 우주 만물은 시시각각 변화해 한 가지 모양으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방 대학의 위기가 저출산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한곳에 머물 수 없는 것이 우주의 이치다. 대학의 봄은 끝나고 있다. 꽃이 진 자리에서 미래를 향한 새잎이 자라나게 해야 한다.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열매를 맺도록 대학, 특히 대학에 있는 사람들이 담대하게 변화해야 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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