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2030청년위원회,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 개최
“교원의 하루하루는 러시안룰렛”···교사들 궁지에 몰려 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 보호 법안의 조속한 통과 이뤄져야
전국 교사 3만 2000여 명 참여한 교원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해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이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 학부모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무섭다. 수업 중 자는 아이 깨웠다고 폭언, 난동 피우는 아이 껴안아 제지했다고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다. 이제는 이런 일이 놀랍지도 않은 지경이다. (중략) 교사의 권리가 추락한 교실에서 어떤 교사가 소신을 갖고 학생을 지도할 것인가.”
27일 국회 앞에서 한국교총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이상오 교총 2030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이같이 말하며 정부와 국회의 실질적인 교육활동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면서 “더 이상 동료 교원을 잃고 싶지 않다”고 거듭 호소했다.
■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이라는 꽃을 가꾸기 위한 동반자 = 교사들은 검은 옷을 입고 ‘반복적·상습적 악성민원으로부터 교사보호방안 마련하라’, ‘과도한 학생인권조례 전면 재검토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집회에 나섰다. 그렇게 마이크 앞에 선 고미소 한국교총 부회장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관계를 각각 화단관리자, 꽃, 관리 의뢰인에 비유하며 현재 교사를 둘러싼 상황을 지적했다.
고 부회장은 “성장이 더디고 애를 먹이는 꽃으로 다른 꽃도 성장의 기회를 잃을 것 같아 지적하면 의뢰인은 관리자의 문제라고 책임을 전가한다”며 “이 문제로 어느새 관리자는 링 위에 올라 의뢰인과 격투를 벌인다. 격투를 모르는 관리인은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참고 견딜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관리자 총책임자는 해당 문제를 방관하고 있고 링 위로 끌고 나온 상대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어 관리자는 스스로를 비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는 “관리인은 링 위에서 의뢰인을 공격할 글러브가 필요한 게 아니라 보호장구가 필요한 것”이라며 링 위에 서지 않을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부분 의뢰인은 관리자에게 힘을 불어 넣어준다. 의뢰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관리자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고 힘이 난다”며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의뢰인과 관리인은 꽃밭을 가꾸기 위해 함께 할 동반자이지 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 현장에서 근무하는 MZ 교사들의 호소 “비극적인 죽음 막을 법과 제도 마련돼야” = 고 부회장의 발언 이후 MZ 교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나연 인천하늘중 교사는 누군간의 성장과정에 함께하는 교사가 멋있어 보여 이 길을 선택했지만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에 자괴감이 든다며 교사들의 인권은 무너진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학교 수업에 두려움을 느끼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지적한 이 씨는 학부모가 항의할 사안이 있다면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에 정식으로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모 경북 북삼고 교사는 교사들이 희롱과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사회 전반에 거쳐 인권 신장이 이뤄졌지만 교사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영역이라고 비판했다. 양 씨는 “교실과 교권의 붕괴는 곧 공교육의 붕괴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서이초 참사가 다시금 일어나지 않도록 실질적인 교권 보호 법·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선배 교사의 다짐, “후배 교사들에게 더 나은 환경 물려주겠다” = 서울교총에서 수석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석승하 서울조원초 교장은 선배 교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는 말로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석 교장은 “소수의 문제 학생들이 교육권을 위협하지만 학부모의 동의없이는 제대로 된 지도가 불가능한 현실”이라며 “선배로서 후배 교사에게 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다. 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등 관련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지금이라도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환경 개선에 대해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나연 교권 전문 변호사는 이번 서이초 사건에서 지적되는 학부모 악성 민원 사건을 많이 담당해봤다며 처음 일을 시작한 4년 전부터 지금까지 교사들의 권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비상식적인 교권침해에 시달리는 많은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며 “교사를 지원해야 할 교육청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교사는 감정근로자다? 교사 99%가 ‘그렇다’ =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교권침해 인식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교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전국 유·초·중·고 교원 및 전문직 교원 3만 2951명을 상대로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교원이 자신을 감정근로자로 느낀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한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대다수 교원들이 감정노동 환경에 놓여있다. 현장 교원들이 더 이상 전문직 교원으로서 자긍심을 갖지 못하고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감정 노동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주 대상은 학부모를 뽑은 교사가 66.1%로 가장 많았고 △학생 25.3% △교장·교감 2.9% △교육행정기관·국회 2.5% 순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는 46.5%가 생활지도 및 문제행동에 대해 느낀다고 가장 많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해 무기력함을 느끼냐는 질문에는 98.7%의 교사가 그렇다고 응답하며 학교에서 문제행동 학생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
특히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청의 매뉴얼은 없는 수준과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악성민원 매뉴얼을 꺼내든 김 본부장은 “교육 현장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 매뉴얼로 어떻게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최근 불거진 교직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우수한 인재가 교직을 선택하겠는가”라며 “교사를 둘러싼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채로 미래 교육을 비롯해 학생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