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 유한대 총장

김현중 유한대 총장
김현중 유한대 총장

2023년 8월 15일은 제78주년 광복절이었다. 광복절에는 순국선열들의 뜻을 기리게 되는데 독립운동가로서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 박사님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어 유한대학교 총장으로서 매우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 유일한 박사님은 CSR의 개념이 정립되기도 전에 사회적 책임을 실현한 기업가였고, 교육이 국가를 부강하게 한다는 신념으로 유한학원을 설립한 교육자였으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군사작전을 준비한 독립운동가였다.

올해 7월 유한양행은 “렉라자에 대한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 실시하겠다”고 발표하고 개인당 연간 7000만 원 이상 드는 약값을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기 전까지 인원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설립자 정신을 실현한 아름다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유한양행의 이번 방침은 ESG를 추구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SG는 환경경영, 사회적 책임 및 투명한 지배구조 등 기관의 역량을 강화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함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제 ESG는 기업을 넘어 고등교육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ESG에 동참하고 있는데 수준·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본 기고문을 통해 유한대 총장으로서 ESG 방향성에 대한 그동안의 고민을 공유하고자 한다.

대학들이 ESG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학생, 교수, 직원 등 대학의 구성원들이 사회의 책임있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학 경영에 ESG를 적용함으로서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이 ESG를 적용할 때에는 ESG와 교육과정 및 대학생활을 통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ESG 기반 지속가능성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거나, ESG의 구체적 실행계획을 대학 중장기 발전계획과 통합하는 노력, ESG에 성과를 내는 기업과의 우선적 산학협력, 친환경 캠퍼스 조성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유한대는 「유일한 정신」을 통해 설립된 대학이다. 우리 대학의 가족기업들과 ESG경영 실천 공동 선언식을 진행했으며 「유일한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내외 구성원들에게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ESG 위원회를 구성해 대학 중장기 발전계획과의 연계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실천전략들을 수립·실행하고 있다. 친환경 캠퍼스 조성을 위해 종이없는 회의 진행, 에너지 절감 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ESG 핵심가치를 대학 교육 및 대학생활에 통합할 수 있게 됐다. 유한대가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대학 구성원들에게는 가치있는 학습 및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학이 ESG 정착단계를 거치고 나면 다음과 같은 편익을 기대할 수 있다. 환경 및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있는 교직원과 학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대학 자체의 브랜드 가치도 향상될 것이다. 또한 대학의 재정적 성과도 개선될 수 있으며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하게 형성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교육을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책임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이 ESG를 도입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장애요인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우선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여건이 열악해진 대학들이 ESG 경영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대학 중장기발전계획과는 별도의 ESG 전략을 개발하고 대학 내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는 과정도 간단하지 않다. 대학 내 행정절차 전반에 걸쳐 ESG를 적용하는 것도 행·재정적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ESG를 통한 성과를 단기간에 측정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결국 중장기적 로드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의 고등교육 환경이 불확실한 것은 분명한 장애 요인이다.

대학을 경영하는 총장의 관점에서 비용과 편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ESG는 편익이 더욱 클 것이며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ESG 분야에서 선도적 모범사례를 창출하는 대학이 탄생해서 준거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한대는 “기업이 사회로부터 얻은 이익은 다시 사회로 환원한다”라는 유일한 박사님의 철학에 의해 설립된 대학이다. 그 어떠한 대학보다 ESG를 추구해야 할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유한대는 설립자 정신과 일치하는 ESG 전략 개발과 실천, 대학 전구성원의 적극적 참여 확대, ESG 성과지표를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측정, 대학 내 ESG 노하우를 지역사회 등에 공유·확산,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ESG 교육훈련 실시 등을 통해 ESG 경영에 있어 모범사례를 창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SG는 기관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문대학의 존재가치는 ESG를 통해 증명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SG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전문대학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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