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우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총장

손영우 동원과학기술대 총장
손영우 동원과학기술대 총장

위기! 언제부터인지 매우 친숙한 단어가 되어가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모두가 예감했던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계 전반에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상 그 이상의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은 스스로 자구책으로 새로운 교육 환경에 어떻게든 적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러한 도전의 방향이 옳은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또한 누구도 단기간에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지금은 시간과 확신이 필요하다. 예상보다 더욱 파격적으로 다가온 학령인구 감소의 파장이 하나씩 사라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가짐과 우리가 지켜내야 할 전문대학의 존재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원천으로 돌아가 전문대학의 설립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전문대학은 우리나라 중견 기능인력 양성과 이에 따른 경제사회-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19세기 후반부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많은 국가가 직업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전문대학이나 기술대학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에는 기술교육을 필요로 하는 직업교육 수요가 급증했으며,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많은 전문대학이 설립돼 비즈니스, 보건,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양성해 왔다. 21세기에 이르러서는 급격한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제의 변화로 인해 더욱 유연하고 실용적인 현장 인력을 요구함에 따라 전문대학 또한 실용 인재 양성을 위해 학문적 진보와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대응해 왔다. 전문대학의 이러한 노력이 우리나라의 전문직업인 양성에 기틀이 되어 산업과 경제 발전에 엄청나게 기여했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당연히 지켜나가야만 한다.

이러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지혜로운 사고의 전환과 인내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베이비 붐 세대(1955년~1963년)에 출생한 엄청난 인적자원이 우리나라의 경제 부흥과 교육열을 최대로 끌어 올려놓았다. 교육 열풍에 힘 입어 대학 간판만 걸면 학생이 찾아왔고, 1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대학의 입학정원은 최대로 확보됐다. 베이비 붐 세대는 지났고, 이런 세대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도 없는 것이다. 이제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마음으로 차근차근 나아갈 때다.

대학 정원의 유연성을 가져보자. 입학정원 수에 비례해 교육의 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학생 수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고 경쟁력 있는 특화 영역을 찾아 새로운 교육 환경 기반을 구축해 가야만 한다. 정부는 대학의 이러한 노력에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의 재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교육부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모델의 국가 정책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어떤 방식의 재정지원사업이든 대학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시기까지 대학의 노력에 단비가 되어 주어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녹록지 않은 대학이 시대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정부의 재정지원이다. 교육 패러다임 격변의 시기에 재정지원 여부는 대학의 존폐를 가름할 수 있음을 반드시 직시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을 보면 지자체 중심으로 그 방향을 설정해 기존에 운영하던 대학혁신지원사업, HiVE 사업, LINC3.0 사업 LIFE 사업 이외에 글로컬(Glocal)대학, RISE 사업 등의 참여 대상을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으로 구분하지 않고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전문대학의 실질적 참여가 매우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고 이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더욱더 심각해지는 지역 불균형에 대비한 지방 활성화 정책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에 그나마 지역에 큰 버팀목이 되는 전문대학의 위치를 절대 간과하거나 그동안의 성과를 외면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아무쪼록 어려운 시기에 대학이 새롭게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 재정지원이 이뤄질 것이라 믿고, 우리는 국가 정책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구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교원의 역량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4차 산업기술의 혁신과 사회구조 변화에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할 사람이 교원이다. 교수자의 역량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교육을 성취하지 못할 것이며,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또한 양성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감하겠지만 현실의 교원역량개발은 시간과 재정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제도적, 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해 상시 역량 개발의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원의 역량이 대학의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와 대학 간의 협력관계를 통한 새로운 환경의 교육체제 정립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정책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모든 교육적 역량을 강화하고 준비해야 한다. RISE 사업으로 새로운 교육 모델 및 프로그램 개발과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실질적 Co-Industry Match 체제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글로컬 네트워크 구축, 국제 교환 프로그램 강화, 글로컬 프로젝트 수행 강화, 다국적 팀 프로젝트 활성화, 글로컬 인재 양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 글로컬 사회 공헌 활동 및 국제기관과의 협력체제 강화 등 핵심적 과제에 대한 중장기 발전계획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셋째, 교육 제도의 빠른 혁신도 필요하다. 전문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은 현장실무에 밀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 실무 학습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교육 방법을 적극 도입해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게 가능하기 위한 산학협력 또한 동시에 강화돼야 한다.

넷째, 학령인구 감소의 대안으로 국제 교류·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학문적 교류를 최대한 강화해 나가야 한다. 국제 교류를 활성화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해외 대학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함으로써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체험하고 국제적 시각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해외 대학과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적인 연구 활동을 활성화하고, 국제적인 교육 협력을 통해 학문적 교류를 늘리고, 다양한 국가와의 협업을 통해 국제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에는 당연히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 위험천만한 시기를 이겨내는 데에는 가능하다는 믿음이 서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혼자서는 안 된다. 인구의 감소, 산업과 정책의 변화 모두가 어쩌면 절대적이다. 이같은 절대성 앞에 당당히 확신이 서게 할 것이며, 학교와 지역사회와 정책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보다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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