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16만 6892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해
K-컬쳐 영향으로 직업교육도 ‘한류 열풍’…부천대, 유학생 맞춤 교과목 개설
거제대, 뿌리산업 기술인력 양성사업·지역특화비자로 유학생 ‘지역 안착’ 선도
외국인 유학생으로 입학자원 확보, 지방 인력 부족 문제 해결 등 긍정적 전망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며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대는 K-컬쳐를 활용한 외국인 유학생 맞춤 교육과정으로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며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대는 K-컬쳐를 활용한 외국인 유학생 맞춤 교육과정으로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K-컬쳐가 글로벌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 수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전문대에 입학하는 유학생 수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대는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K-컬쳐를 접목한 외국인 유학생 맞춤 교육을 제공해 학생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또한 기존의 고등직업교육과 산학협력 시스템을 활용해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 지역 정주까지 이끌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고등교육기관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16만 6892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대 학위과정 유학생 수는 지난해 9905명을 기록했다. 전문대 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 2017년 2232명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2019년(5140명)부터 지난해(9928명)까지 전문대를 찾은 외국인 유학생 수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 유학생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한류 열풍이 꼽힌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지난해 미국의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과 감독상을 차지했다. 그룹 BTS는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100에 진입해 1위를 달성했으며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유학생들도 본국에서 K-팝, 드라마 등으로 한국어, 한국문화를 접하고 흥미를 느껴 한국을 찾는 것이다.

전문대는 이에 맞춰 직업교육에 K-컬쳐를 접목한 교과목을 개설하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그 결과 외국인 유학생 유치-교육-취업-정주까지 이어지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 노동력 확보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고 있다. 전문대의 이 같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이 학령인구 급감으로 생존 위기에 놓인 전문대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교육계의 이목이 쏠린다.

■ K-컬쳐 인기 반영한 커리큘럼…교육과 재미 ‘두 마리 토끼’ 잡다 = 대표적으로 부천대는 현장 맞춤형 직업교육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들의 ‘K-컬쳐’에 대한 흥미를 교육과정에 적극 반영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본국에서 콘텐츠를 통해 한국에 대한 호기심, 흥미를 느껴 유학길에 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부천대 뷰티케어과의 K-POP 아이돌 메이크업 연출, 퍼스널컬러 과목이 그중 하나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주로 관심 있는 분야를 교과목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뷰티케어과에서는 헤어·피부미용, 메이크업, 네일 미용 등 뷰티산업 전반에 걸친 이론·실습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어울릴 수 있는 교류 프로그램도 운영해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인 재학생과 교류할 수 있는 B.G.M(Bucheon Global Mentoring)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내·외국인 재학생 간의 교류 활동을 통해 외국인 학생들의 유학 생활 적응을 돕는다. 부천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한 외국인 학생은 “B.G.M 프로그램과 여러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한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점 때문에 부천대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사회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도 진행한다. 부천대는 매 학기 1회 이상 한국법령 이해 교육을 실시해 유학생들의 한국 사회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각종 명절 행사, 김장 체험, 한복 방향제 제작 행사 등으로 유학생들에게 한국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과 취업에 필요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료를 지원해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 스피치 콘테스트, 전공 교과 연계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취업 역량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 외국인 유학생 ‘취업부터 정주까지’ 비결은? =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지역 정주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대학도 있다. 대표적으로 거제대는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 ‘지역특화비자 사업’을 기반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취업-지역 정주를 이끌어내고 있다.

거제대는 지역 주력 산업인 ‘조선업’을 기반으로 외국인 유학생 맞춤형 ‘현장 실무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위과정에는 용접·소성가공 분야(뿌리기업)로 취업할 수 있는 E-7 비자를 취득할 수 있는 정규과정이 개설돼 있다. 거제대는 지난 2015년 ‘뿌리산업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사업’에 선정됐다. 이외에도 미국선급협회에서 발급하는 ‘ABS 3G 국제 공인 자격증’ 취득 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해 유학생들이 직무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학생들은 거제대 뿌리과정(2년)을 마친 뒤 E-7 비자를 취득해 한화오션,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 등 경남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에 취업하고 있다. 국내 취업에 성공한 유학생 가운데 몇몇은 국내 거주가 가능한 F2 비자까지 취득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했다. 

올해는 외국인 유학생 졸업생 17명이 고성지역 지역특화형 지역우수인재 비자인 ‘F-2-R’ 취득에 성공했다. 지역특화형 비자는 지역인재를 확보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인구감소지역에 5년 이상 거주, 취업을 조건으로 발급되는 비자다. 거제대는 지난해 고성군과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거제대 외국인 유학생은 교내 한국어학당 과정을 수료해야 정규 학위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 한국어교육은 유학생 수준에 맞춰 분반 수업으로 진행된다. 한국어 초급 수준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본국 강사가 강의하는 ‘원어민 글쓰기 특강’도 제공한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자격증 대비 특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외에도 한국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여러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한국사회, 문화를 이해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당 교육은 외국인 유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내 외국인 근로자도 수강할 수 있다.

거제대는 향후 지역 산업체의 외국인 인력 필요성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글로벌 직업교육과정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 지역 정주를 위한 ‘평생직업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교육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 “외국인 유학생, 지역산업 발전·인력 확보 기여할 것” = 외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취업, 정착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향후 이들이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 산업 인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문대 외국인 유학생 수는 총 1만 451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유학생 수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은 “최근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유학생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학위과정 유학생 수가 최근 6년간 연평균 약 36% 수준으로 크게 늘고 있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오는 2026년에 약 3만 2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보건대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 국가별 비율을 살펴보면 베트남 학생 비율이 전체의 41%를 차지한다. 이외에 우즈베키스탄(19%), 스리랑카(12%), 몽골(12%), 인도(6%) 순이다. 부천대도 외국인 유학생 전체 인원 171명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베트남에서 온 학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거제대도 어학연수과정, 학위과정 모두 베트남 학생들이 80% 이상 재학하고 이외 학생들도 대부분 우즈베키스탄, 몽골, 네팔 등 중앙아시아 출신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이 미래 입학자원 확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방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조훈 실장은 “내국인과 일자리가 겹치지 않는 지역 특화 분야, 조선·요양·돌봄 분야 등 부족한 인력을 양성하면 지역사회·산업계 현안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보바로바 아나스타샤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계열 성악전공 1학년. ​​​​​​​​​​​​​​(사진=동아방송예술대 제공)
피보바로바 아나스타샤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계열 성악전공 1학년. (사진=동아방송예술대 제공)

[미니 인터뷰①] 피보바로바 아나스타샤(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계열 성악전공 1학년), “래퍼 지코, 그룹 세븐틴 멤버 정한이 이끈 유학길”

- 한국 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래퍼 지코, 그룹 세븐틴 정한이 다니는 학교에 관심이 생겼다. 러시아에서 한국 유학을 꿈꾸며 한국어 3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지난해 8월 한국에 입국해 서강대 어학당 1학기를 다녔다. K-팝을 좋아해서 한국에 온 뒤 실용음악 학원도 다녔다.”

- 러시아인들은 한국 유학 시 어느 분야를 주로 선택하는지.
“다양한 학과로 진학한다. 다만 주변에서 문화·예술 분야를 선택한 사람은 나뿐이다. 그래서 본국에서 한국 유학에 대해 궁금한 점을 많이 물어본다. 기쁜 마음으로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 한국 유학 중 가장 좋은 점은.
“전공수업에서 직접 만든 곡을 녹음하고 친구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어 보람차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이용해 개인 음원도 발매하고 싶다. 무엇보다 열정을 갖고 지도해주는 교수진과 함께 꿈을 꾸며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친구들이 있어 학교생활이 즐겁다.”
 

제시카 조블링 동아방송예술대 K-POP과 2학년. (사진=동아방송예술대 제공)
제시카 조블링 동아방송예술대 K-POP과 2학년. (사진=동아방송예술대 제공)

[미니 인터뷰②] 제시카 조블링(동아방송예술대 K-POP과 2학년), “K-팝 춤, 노래 배우고자 한국 유학 선택”

- 한국 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음악도 함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특히 K-팝과 같은 대중음악에 관심이 깊었다. 그래서 본국인 호주에서 준비한 포트폴리오로 입학 시험을 보고 동아방송예술대에 입학했다.”

-동아방송예술대 K-POP과의 강점은.
“학과에서 춤, 노래뿐만 아니라 카메라 실습까지 배우며 더 전문적으로 K-팝을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수줍음이 많은 편인데 외국인 유학생도 잘 챙겨주는 친구들 덕분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특히 학과 정원이 많지 않아 모든 친구와 어울려 지낼 수 있어 한국 유학에 빠르게 적응했다.”

- 향후 계획은.
“학사과정까지 꼭 마치고 싶다. 또 작곡, 편곡 등 음악 창작 능력을 특화해 직접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전문가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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