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숙명여대에서 음대 입시 비리가 터졌다. 잠잠한듯하다가도 감시가 소홀하면 독버섯처럼 그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입시 비리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터졌다.

2022년에는 연세대에서 음대 입시 비리가 있었다. 비리 유형도 다양하다. 연세대에서는 교수가 불법 과외를 해주고 실기 곡을 유출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입시 브로커가 중간에 나서 평가 교수와 모의를 해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해당 브로커는 외부 심사위원에게 입시생의 과외를 알선하고 외부 심사위원은 자신이 가르친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여기에 내부 교수가 연루된 것 같다. 경찰은 브로커와 내통한 혐의를 잡고 서울대 음대 전 학과장을 입건했다. 서울대는 비리에 연루된 심사위원들이 내부 교수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지만, 입학본부와 음악대학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이 이미 진행돼 입시 신뢰성에 큰 손상을 입게 됐다.

일부 몰지각한 교수들의 비리지만 2023년 대학 입시의 자화상이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비통한 마음 금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생존을 위한 대학인들의 고투(苦鬪)가 허공에 흩어지는 느낌이다. 이런 일이 반복됨으로써 대학에 대한 신뢰도는 밑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문제는 음대 입시 비리가 서울대, 숙명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이런 종류의 비리는 다른 대학에서도 얼마든지 발생 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비리가 반복돼도 음대 입시의 기본 프로세스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비리를 방치하면서 대학의 신뢰를 말할 수 있을까? 차제에 해마다 반복되는 음대 입시 비리의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부 견해에 따르면 음대 입시 비리는 음악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 자체가 워낙 특수 분야이기 때문에 입시를 음악 전공자들만의 리그로 치르는 데서 오는 부작용이란 것이다. 평가자 풀도 작고, 평가 과정도 매우 불투명해 부정이 끼어들 여지가 크다는 의견이다.

입시 평가 주체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있는 경우도 많아 공정한 평가보다 개인적인 관계나 영향력에 의한 평가가 이뤄질 개연성도 그만큼 높다. 특정 대학에 입학하려면 누구의 끈을 잡아야 가능성이 있다는 루머가 입시 시장에 파다하게 떠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대 입시는 ‘평가자의 주관적 평가와 개입’ 정도가 크다. 예능 분야 입시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유독, 음악 분야는 실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기에 평가자 주관이 크게 작용한다. 이것은 ‘비공개적이고 불투명한 평가 기준’과 결합해 비리 발생에 큰 몫을 한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떻게 평가되는지 알기 어렵고, 이로 인한 불안감으로 평가자 풀에 들어갈 수 있는 전문가와의 개인적인 관계 형성에 올인한다.

그렇지만 이런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대학은 입시 비리를 철저히 방지하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평가 인력 풀 구성과 평가 프로세스를 객관화해 공정한 룰을 만드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학에서는 입시 과정과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해 학생과 학부모의 입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고, 평가자 풀 구성에 있어서도 비리의 원천적 방지를 위해 더 많은 외부 전문가들을 위촉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3대 비리가 있다. 입시 비리, 병역 비리, 채용 비리다. 입시 비리가 우선한 것은 적어도 ‘교육만큼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 수준에 영향받지 않는 공적 영역’으로 남아 있기를 원하는 국민적 심리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아직도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입시는 대학 교육의 시작이다. 초장부터 불공정을 자행하는 입시 비리 행위는 대학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공동의 적’으로 엄단해야 한다. 대학은 물론 그 구성원도 엄격하게 도덕적 가치를 준수해야 한다. 입시 비리 가담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 한 번이라도 입시 비리를 저지른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대학 사회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원 스트라이크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그동안 몇 차례 당국의 대책이 있었지만 교묘하게 진행되는 입시 비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라도 음대 입시 비리에 대한 교육 당국의 특별한 관심을 촉구한다. 이와 함께 대학은 입시 전반에 걸쳐 학생들의 실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며, 엄격한 윤리 규범과 감독 체제를 갖춰 비리의 여지를 없애버리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기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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