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강의·라운드 테이블·연대 사례 소개 통해 대학언론 위기 재구성
첫날 150여 명의 대학언론인 결집…위기 진단·극복 사례 공유해 해결책 마련
고대신문·대학알리 등 주최·주관…한국대학신문·구글 뉴스 이니셔티브 등 후원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강성진 기자)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강성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강성진 기자] 편집권 침해·인력 감소 등 대학언론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150여 명의 대학언론인이 한 데 모여 문제의식과 극복 사례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대학언론이 학내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동시에 예비 언론인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현장임을 강조하며,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이 언론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뜻을 모았다.

△고대신문 △대학알리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가 주최·주관하는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가 지난 11일부터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미디어관에서 열렸다. 오는 1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콘퍼런스는 △전문가 교육을 통한 관점 확장 △대학언론 위기와 현실 분석·극복 방안 논의 △대학언론인 콘텐츠 제작 역량 교육으로 구성됐다. 이번 행사는 △한국대학신문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 △아름다운재단 등이 후원했다.

이헌율 고대신문 주간교수(미디어학부 교수)가 개회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성진 기자)

이헌율 고대신문 주간교수(미디어학부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대학언론이 언론인을 길러내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헌율 교수는 “대학언론은 대학 커뮤니티를 위한 언론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언론의 미래를 키워나가는 장이다”며 “오늘 행사를 통해 대학언론인들이 위기와 대응책을 논의하며 언론의 미래를 마련할 주춧돌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콘퍼런스는 대학언론인이 대학의 편집권 침해·예산 감축·독자 감소 등 위기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다. 12일에는 미디어 학자·전현직 대학언론인의 발제와 주제별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대학언론의 위기를 분석한 발표를 듣는 한편, 분야별 전문가에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조언을 구했다.

차종관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사무국장은 “현재 대학언론은 대학의 편집권 침해·예산 삭감·인력 부재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기를 맞이했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라운드 테이블 논의 주제로 반영했다. 참석자들은 전문가의 진단을 들은 뒤 라운드 테이블에서 문제 요인과 해결책을 탐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학언론이 연합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소개하는 윤희각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사진=강성진 기자)
미국의 대학언론이 연합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소개하는 윤희각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사진=강성진 기자)

■ 저널리즘·현장 취재·위기 극복 등 사례 발표 이어져 = 대학 강단에서 미디어 관련 교육을 하는  3인의 교수와 전·현직 대학언론인 2명이 초청연사로 나서 대학언론 위기를 진단했다. 이들은 대학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각자의 시각으로 구성한 대학언론의 위기를 설명했다.

윤희각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대학언론 현장 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대학언론의 연대를 강조했다. 윤 교수는 “미국의 대학언론은 미국대학언론협의회(CMA, College Media Association)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 편집권 침해 등 문제 해결에 대응한다”며 “대학언론인들이 위기 극복 사례를 모아 제도권 언론으로 안착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욱 부산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부산대 학내 언론사를 개편해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를 소개했다. 황 교수는 “학내 언론인 부대신문·효원헤럴드·부대방송국이 협력 없이 운영 중이었다. 세 곳 모두 기자 인력 부족·팬데믹 기간 동안 취재원과의 제한된 소통·시설 낙후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비효율적인 조직을 개편해 <채널PNU>로 통합 출범했다. 역량을 한곳으로 모아 콘텐츠를 개선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재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독자들이 기사를 반드시 읽도록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나가야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독자들이 많이 읽을지 꼭 생각해야 한다. 독자들이 어떤 정보를 접하고 싶은지 고민해야 한다”며 “대학언론인들이 수시로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독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에세이 등 코너를 할애하면 독자들을 자연스레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혜정 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전 한성대신문 편집장)은 서울 소재 대학 학보사 편집국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제시하며 학생 기자 대상 교육이 없다는 점이 위기의 구조적 원인이라 지적했다. 한혜정 전 회장은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대학 학보사는 기자 교육 매뉴얼과 이를 뒷받침할 인력이 있다”며 “기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학보사일수록 인력 이탈이 심해진다. 수습기자에게 충분한 교육을 진행해 업무 효용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규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대구대신문 편집국장)은 지방 소재 대학 학보사의 위기는 지방 소멸 위기에서 비롯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도권 중심의 정치 구조로 인해 지방 청년 인구 유출이 이어지고, 대학도 마찬가지로 재학생이 줄어든다. 비수도권 대학 학보사의 독자들이 줄고 있는 셈”이라며 “지역의 민의를 담아주는 언론을 소비하고 수도권 중심 정치 구조 개혁해야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강석찬 전 숭대시보 편집국장이 대학의 편집권 침해 사례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성진 기자)
강석찬 전 숭대시보 편집국장이 대학의 편집권 침해 사례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성진 기자)

대학언론 현장 문제 해결책 찾는 라운드 테이블 = 강연 이후에는 대학언론의 위기를 유형별로 재구성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콘퍼런스 참가자들은 대학언론 활동 중 마주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현직 언론인·대학언론인·활동가·변호사 등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논의 테이블은 각각 △대학의 예산 삭감 대응 △인력난과 모집 전략 △지방 대학언론의 위기 △내부 조직 운영 △편집권 침해 대응 △독자 소통·확보 방안 △취재원과 마찰·갈등 해결 △대학언론 비전 설정 등 9개 주제로 나뉘었다. 참가자들은 사전에 신청한 주제에 따라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질의를 이어갔다.

김규민 의장은 지방 대학언론의 위기 해결을 위해 수도권 대비 다양성이 있는 지방의 의제를 기사로 담아내는 방안을 제안했다. 논의에 참여한 배준성 고대신문 수습기자는 “지방 대학언론이 지역 문제 특화 보도를 이어가면 지역 의제와 대학 의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현민 상명대학보 기자는 독자 소통·확보 방안 토의에 참석해 적극적인 독자 유치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한 기자는 “SNS를 전담하는 기자를 별도로 선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자들이 SNS를 통해 기사를 접하니, 담당 기자들이 독자들을 끌어올 방안을 고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강석찬 전 편집국장은 대학의 편집권 침해 대응 사례를 설명하며 각 대학언론의 공론화·팩트체크를 짚었다. 그는 “우선 대학이 대학언론의 편집권을 침해한 선례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편집권에 개입한 이유를 물어 어떤 점에서 충돌이 일어났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의 활동 사례를 설명하는 김규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대구대신문 편집국장). (사진=강성진 기자)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의 활동 사례를 설명하는 김규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대구대신문 편집국장). (사진=강성진 기자)

대학언론인으로서 문제 해결 함께 나설 것 강조 =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한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이하 대언넷)는 대학언론인이 뜻을 모아 위기 극복에 나선 사례를 설명했다. 김규민 의장은 대학언론의 설치 근거와 독립성을 보장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발의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대언넷 구성원들이 대학 내 언론자유 실현을 위한 정책 활동에 나선 지 1년 반만인 2022년 7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며 “소속에 구애받지 않고 대학언론인으로서 대학언론의 문제에 함께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위기 극복 방안을 실현할 팀 구성도 이어졌다. 차종관 사무국장은 라운드 테이블에서 수렴한 해결책을 수행할 대학언론인들을 모집했다. 그는 “오늘처럼 대학언론인이 모여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선다면 각 대학언론인은 위기 해결의 불씨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이재익 고대신문 기획간사는 폐회사를 통해 대학언론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려면 현직 대학언론인부터 대학언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간사는 “고대신문은 활동을 종료한 학생들도 꾸준히 관심을 둔다. 이점은 고대신문이 학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한다”며 “기자가 되지 않더라도 대학언론에 관심을 두는 것부터가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법”이라 말했다.

차종관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사무국장. (사진=강성진 기자)
차종관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사무국장. (사진=강성진 기자)

[미니 인터뷰] 차종관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사무국장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 위한 불씨 틔우겠다”

- 이번 행사를 통해 대학언론에 어떠한 변화가 있길 바라나.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한 불씨를 틔우는 데 이번 콘퍼런스가 계기가 됐으면 한다. 분절된 대학언론인들이 모여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할 팀을 구성해 함께 해결하자고 약속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이번 행사가 대학언론인이 주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발판이 되리라 믿는다.”

- 전야제 일정으로 미디어 전문가 초청 교육을 마련했다. 디지털 뉴스 트렌드는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대학언론도 기성언론과 마찬가지로 유의한 콘텐츠를 내세워 독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의 ‘디지털 뉴스 미디어의 흐름과 전환기 대학언론의 과제’ 강의는 향후 대학언론이 전달할 내용을 디지털 뉴스에 접목해 효과적인 콘텐츠 제공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 대학언론인은 예비 언론인으로서 어떠한 역할을 해낼 수 있나.
“대학언론인은 대학 안팎의 사건과 이슈를 취재·보도해 대학 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책 정립에 기여할 수 있다.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장에 올려 대학 사회의 민주적 의사소통 활성화 역할도 해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대학언론인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대학언론인 스스로가 자신이 속한 사회 문제를 직시하고, 위기 극복을 실행에 옮기길 바란다. 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대학언론인이 많아질수록 대학 공동체의 민주주의가 건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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