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외쳐” 탄소중립, 미래세대 생존과 직결
대학의 교육·인적·연구성과, 민간 공공분야에서 ESG 효과 끌어낼 촉진제로
교수·학생·경영자 3주체가 참여할 거버넌스 필요…플래그십 프로젝트 추진해볼 만
“대학의 ESG 역할은 외부로 영향력 확장하는 것” 대학 기금 활용한 ESG 펀드 제언도
“2050년 탈탄소사회 위해 대학이 이론과 정책개발 적극 참여해 간극 메꿔야”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일 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일 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두 번째 마주한 얼굴에는 더 깊은 고뇌가 드리워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세팅한 테이블에 일회용 컵이 놓이자 그는 “제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자고 했던 당사자인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도 물러나지 않는 고민이 엿보였다. 일회용 컵은 유리 찻잔으로 바뀌었다.

2017년 ‘진보도시’를 꿈꿨던 학자 조명래는 2018년 환경부의 수장으로서 한국의 ‘탄소중립’ 선언을 이끌어 낸 뒤 다시 학자의 모습으로 강단에 섰다. 이후 조 전 장관이 석좌교수로 재직하는 단국대에는 특수대학원 최초로 탄소중립학과가 설치됐다. 학자인 동시에 도시 운동가였던 그가 그간의 경험을 정책으로 풀어내면서 채 이루지 못했던 청사진은 아마도 후학양성의 길에서 찾게 될지 모르겠다.

대학의 ESG 경영 확산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본지는 한국ESG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한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을 지난 1일 한국대학신문 본사 사옥(서울시 금천구 소재)에서 만났다. 대담은 ‘ESG의 생활화와 대중화’ 실현을 위해 설립된 한국ESG경영원 홍남석 원장과 조 전 장관의 좌담으로 진행됐다.  

- 근황 얘기부터 해보자. 장관 퇴임 후 몇 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2021년 초 퇴임한 후 반년은 몸을 추스르는 기간이었다. 환경부 장관을 지내면서 탄소중립 선언을 했고, 퇴임하면서 대통령에게 사회에 나가서도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노라고 약속했다. 탄소중립 관련 연구와 강의, 교재 개발 등의 일을 주로 하고 있다. 단국대에 탄소중립학과가 만들어져서 석사과정에서 강의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관련 분야 요청이 있으면 특강도 한다. 현재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그림이다. 최근 수채화를 시작했다.”

- 현재 단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18대 환경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고 이력이 다양하다. 인간도시컨센서스 공동대표라는 이력이 있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인가.
“도시 관련 시민운동이나 연구, 민간연구기관 운영 등 시민단체와 여러 가지 도시 운동을 했다. 이 운동을 20~30년간 해오면서 ‘우리나라 도시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나’, ‘얼마나 도시답게 만들었나’, ‘도시의 사람이 그 도시를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있나’라는 등의 단순한 명제에 일조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진보도시’라는 개념이다. 이론과 현실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진보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과 연대하면서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플랫폼이 ‘인간도시컨센서스’였다.”

- 장관 시절로 거슬러가 보면 환경부 장관 당시 문재인 정부가 ‘2025년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소회가 어떠한가.
“당시를 떠올려보면 극적인 상황이었다. 나홀로 내부에서 메아리 없는 주장과 요구를 했었다. 점차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해지면서 정부 내에서 치열한 논쟁이 있었고, 환경부 내에서도 논쟁이 있었다. 1년간 탄소중립 관련 비전 포럼을 진행했는데 거기서도 탄소중립이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2018년 11월에 취임한 뒤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재임기간 중 탄소중립을 선언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얘기했다. 1년 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렇게 보면 금방 이뤄낸 것 같지만 그 전까지 무수히 많은 사전 작업이 있었다.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설득해 2020년 5월, 어렵게 그린뉴딜을 선언했다. 그러한 연장선에서 계속 탄소중립 분위기를 만들면서 입법 작업을 진행했다. 대통령과 함께하는 정책간담회에서는 서로 얼굴을 붉혀가며 토론을 했다. 대통령은 환경 부분에 정부의 유산을 남기고 싶었고, 동시에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했다.
탄소중립 선언이 결정된 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탄소중립은 인류의 미래, 기후와 관련된 생명의 문제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 진보와 보수의 구분 없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사회를 바꾸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미래세대를 위해 해야 하는 일에 시동을 걸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 좀 늦은감이 있으나 한국사회가 탄소사회에서 탈탄소사회로 이전하는 과정에 주춧돌을 놨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슈는 ESG다. ESG는 왜 중요한가.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국민이 탄소중립을 일상 속에서 실현하지 않으면 탄소중립은 실현되지 않는다. 결국 ‘이념을 어떻게 땅에 발붙이도록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탄소중립의 실현 방안으로서, 기업의 역할과제로서 기업이 어떻게 ESG를 활성화할 것인지는 이미 정부 추진과제에 포함돼 있었다. 지금은 ESG 중에서도 E(환경)가 중요하다보니 탄소중립을 위한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는 것 같다. 의미 있는 변화라 본다.
ESG를 기업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기업이 기업 외 사회 여러 부분까지 ESG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 기업의 존재 목적인 이윤추구가 어렵다. 전통적으로 무시해왔던 기업 영역 밖, 좁게는 지역사회에서 넓게는 국가까지 확장하면서 기업이 탄소중립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겠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국가가 했던 역할을 이제 그 반대에 있는 시장영역의 주체가 사회적 영역의 가치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업 밖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행위가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대학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ESG가 범사회적인 기후변화 시대에 새로운 시대의 문화, 경영, 산업구조 제도로 바뀌고 있다. 기업의 경영 방식도 이를 확대해서 ESG 영역을 넓혀 봐야한다.”

- 언급한 것처럼 대학으로도 점차 ESG 영역이 확산되는 추세다. 대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기관이 지속가능한 ESG 경영을 하고 있는지 여부다. 쓰레기 배출량, 연료 사용량, 탄소 줄이기 참여 등 통계적으로 파악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잘한다고 반드시 그 기관이 ESG 경영을 잘한다고 볼 수 있을까. ESG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은 그 기관의 아웃풋이 사회적으로 생산돼 거기서 ESG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본다. 대학이 할 수 있는 본연의 교육, 연구가 대학 밖으로 나왔을 때 범사회적 ESG를 얼마나 기여하는지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대학이 자원을 투입해 생산한 교육자원, 인적자원, 연구 성과 등이 사회로 나가 민간이나 공공분야에서 ESG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촉진제가 돼야 한다.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 ESG 경영 기법 등에 대학의 역할을 국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 단국대에 탄소중립학과가 개설됐다. 여기에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이 주체가 돼 ESG 경영을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단국대가 용인에 있다보니 지역의 탄소중립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용인시 의회 의원들과 용인시의 탄소중립을 위한 여러 가지 논의를 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관련 분야 중 하나가 에너지인데, 탈탄소화 위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연구를 했다. 용인시에서 가장 많이 에너지를 쓰는 곳을 조사해봤더니 단국대였다. 단국대가 솔선수범해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국대가 그 딜레마를 풀면 다른 민간 부분도 따라오면서 용인시의 민간부분에서도 재생에너지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연구를 제시하면서 정책 연구 제안을 권유했다. 대학 구성원이 열려 있으면 훨씬 쉽게 진행된다. 유명 대학들이 ESG 경영에도 앞서 있다. 일단 구성원들을 어떻게 ‘ESG 마인드화’ 하느냐가 중요하다. 교수, 학생, 경영자 3주체가 어떻게 ESG를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깨닫는 인식이 출발점이다.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전 사회에서 가장 앞서가는 각각의 경영 주체가 돼야 한다.”

- 대학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다면 ESG 경영을 위해 대학의 역할, 교수의 역할, 학생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
“시작은 같이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3주체가 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그 다음은 기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최소한 5~10년을 내다볼 수 있는 리포트를 작성하고, 이를 통해 각 주체들의 역할을 디자인해 재원 확보, 절차 방법 등을 구성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일종의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그 대학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낼 수 있는 선도과제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대표적이다. 국내 대학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데 대학 캠퍼스는 신물질, 태양광, 신재생 에너지 등 생산과 소비를 재구성하는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다. 연구와 개발을 통해 그 기술을 팔 수도 있고, 상용화할 수도 있다. 실제 대학 에너지 사용에 엄청난 절감도 가져올 수 있다. 선도과제를 개별 대학 차원에서만 하면 효과가 약할 수 있으니 지역 내 대학끼리 연계해서 타 대학의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해보는 방식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 미국 하버드대는 ESG 펀드를 출시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주고 있다. 투자 수익률도 적지 않다고 한다.
“대학의 펀드 발행이나 관련 사업은 중요하다고 본다. 위에서 용인시를 언급했는데 용인시 탄소중립의 완성본이 시민들이 펀드에 참여하는 것이다. 탄소중립 지역사업이 돈이 되면 또, 비전이 확실하다면 사람들은 은행보다 펀드에 투자할 것이다. 펀드를 통해 지역의 탄소중립이 이뤄지고, 조합을 육성해 수익이 발생하면 지역에 다시 활용할 수도 있다. 기업이 지역 커뮤니티와 같이 사업을 하게 되고 여기서 수익이 발생한다면 펀드가 상당히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모든 대학이 다 하기는 힘드니 성공 가능성이 있는 몇 개 대학이 선도적으로 모델을 만들어 확산시키는 방식이 좋다. 그게 대학 ESG 수행과 관련해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 대학의 다양한 기금을 활용해 ESG 펀드를 구성하고 대학 자체적으로 태양광이나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장기투자를 한다면 환경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교육 발전에도 기여하지 않을까.
“물론이다. 대학은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맞춤형 전략기술을 발전시켜서 생산과 판매를 통해 수익까지 낸다면 로컬 에너지에도 도움이 되고 대학이 훨씬 효용성 있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런 큰 그림을 대학과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다. 정부 정책이 ‘선망후사’다. 망을 깔고 사업자가 사업을 하게 돼 있다. 재정투자 시 누수가 많이 생기는 부담이 있지만 우선 망을 깔지 않으면 인프라 구성이 안 된다. 현재 재생에너지 사업은 개별 민간 사업자나 조합과 하다보니 규모의 경제가 없어 효용성이 떨어진다. 대학이 참여한다면 투자도 섬세해지고 효과도 클 것이라 본다. 이를 지방대 육성 차원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 대학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탄소중립에 대해 강의해보니 탄소중립 자체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개념에 깊이 들어가면 아는 게 많지 않다. 불확실한 동시에 미래적 개념이 대부분이다. 바로 이 ‘불확실성’이 탄소중립 실행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술, 시장, 정책, 재무 등 수만 가지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해야될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이 크다. 이것을 대학이 메워줘야 한다. 탄소중립의 목표 해인 2050년까지 30년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대학이 이론과 정책개발에 적극 참여해 이러한 불확실성을 거둬낼 수 있도록 일조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조명래 전 장관이 홍남석 한국ESG경영원 원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조명래 전 장관이 홍남석 한국ESG경영원 원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조명래 전 장관은…
단국대 법정대를 거쳐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석사, 영국 서섹스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1985년 단국대 사회과학부 도시지역계학 교수로 임용됐다. 한국도시연구소장, 인간도시컨센서스 공동대표,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수도권광역경제 발전위원, 환경부갈등조정위원장, 대통령 직속 군가균형발전위/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18대 환경부 장관에 임명됐다. 퇴임 이후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탄소중립학과에서 석좌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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