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에 공로상

[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는 23일 오전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제117회 학위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학부 3737명, 대학원 2275명 등 총 6012명이 학위를 받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이날 학위수여식에는 곽노정(재료공학 84)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졸업생들에게 전한 축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 곳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 졸업생들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며 곽노정 사장은 “여러분, 지금까지 제가 드린 말씀이 너무 뻔하고 틀에 박힌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요? 앞의 내용은 인공지능인 Chat GPT 로 작성한 것”이라며 “내용의 흥미여부를 떠나 확실한 것은 이제 드디어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고 우리 사회는 이쪽 방향으로 무척 빠르게 진화하리라는 것이다. AI 시대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마 여러분들이 사회에 나가면서 맞이할 가장 큰 첫번째 숙제가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진짜’ 축사를 시작했다.

곽노정 사장은 졸업생들에게 4가지를 전했다.

그는 “첫 번째는 망가지는 것에 대한 것”이라며 “중세 대 항해의 시대를 잘 아시나요? 그 당시 먼 바다로 나가기 두려워했던 사람들은 연안 바다에서 평생을 보냈던 반면, 용기가 있었던 사람들은 신대륙 발견과 세계사를 다시 쓰는 업적을 이루어 냈다. 혹시 폭우가 쏟아지는 날 축구를 해 보신 적이 있는가? 처음에는 옷에 흙탕물이 튈까 살금살금 뛰지만 한두 번 흙탕물이 튀고 나면 몸을 사리지 않게된다. 실패나 어려움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 결국 성공이라는 꽃은 많은 실패들을 딛고 피어난다.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골을 넣듯이 목표로 향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기억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달성할 수 없는 목표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중에 어느 사이엔가 안될 것 같던 목표가 달성 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없는 것’이라는 어느 책에서의 일갈처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정말 스스로가 깊게 고민하고 몰입한다면 그런 노력들을 ‘마법’ 같은 결과로 돌려받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절실하면 통한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제가 몸 담고 있는 회사는 2000년대 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떠났고 남은 이들도 반도체 치킨게임의 고통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회사를 살리기 위한 어떠한 방법이라도 찾아 내야만 했다. 그 덕분에 반도체 역사에 길이 남을 많은 혁신들이 그때 나올 수 있었다. 우리 회사의 DNA에는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혁신적인 방법들을 발굴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가혹한 조건을 이겨낸 것들의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일 것이다. 어려움이 있으면 그 반대 급부가 있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세상사가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번째는 세상의 흐름과 소통이다. MZ 세대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려 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라는, 앞으로 점점 빨라질 변화의 파도에 잘 올라타시면 좋겠다. 앞서 말씀드린 AI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라며 축사를 마무리 하기 전 곽 사장은 영화 ‘Gravity’의 대사 ‘There is always something we can do’를 언급하며 “항상 방법은 있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졸업을 축하 드리며 때로는 망가지기도 하고 삶에 대해 절실한 애정으로 무장도 하고 세상의 흐름에 올라타기도 하면서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길은 있다는 믿음으로 멋지고 행복한 자신만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 바란다”고 축사를 끝맺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

한편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원대한 이상과 큰 생각을 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리더가 되어달라. 여러분 가운데에서 혁신적인 포부와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인물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눈앞의 이익과 좁은 자아에 갇혀 살기보다는 세상을 넓게 멀리 보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높은 꿈을 꾸는 청년이 되어주길 소망한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꿈과 의지는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의 다른 사람의 삶, 나아가 인류의 미래까지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하며 “역사적으로 우리 고려대학교는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선굵은 큰 인물들을 많이 배출해 왔다. 여러분은 평범한 소시민의 삶에 안주하지 말고 개인을 넘어 국가와 민족, 세계와 인류를 생각하는 거대한 꿈을 꾸길 바란다. 여러분 자신을 믿고 원대한 꿈과 높은 이상을 세우고 정성을 다해 노력한다면 반드시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여정을 거치며 인류사가 한 걸음 더 전진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말로 졸업생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오른쪽)에게 공로상이 주어졌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오른쪽)에게 공로상이 주어졌다.

한편, 이 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에 대한 공로상 시상식도 이어졌다. 올해 고려대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헌법전공)을 마친 이중근 회장은 만81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학업에 대한 열정으로 각고의 노력을 쏟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러한 불굴의 정신과 학문의 실천은 기업경영 성과를 국내외 교육시설 지원과 장학사업으로 환원하여 미래 인재양성에 기여하는 등 고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제고했을 뿐 아니라 고려대 우정정보관 건립, 우정간호학관 건립, 법학전문대학원 발전기금, 행정학과 발전기금, 의학발전기금, 학교발전기금 등 2001년부터 현재까지 약 211억 원에 상당하는 기부를 이어왔다. 끊임없는 도전과 공익활동 등을 통해 학교의 명예를 높인 공로로 이같이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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