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근 충남삼성고 교사

권용근 충남삼성고 교사.
권용근 충남삼성고 교사.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산업(産業)’은 인간 생활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기 위해 재화·서비스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농업·목축업·임업·광업·공업을 비롯한 유형물(有形物)의 생산을 말하며 그 이외에 상업·금융업·운수업·서비스업 따위와 같이 생산에 직접 연관되지 않으나 국민 경제에 불가결한 사업도 포함한다. 좁은 뜻으로는 공업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 산업은 각각 증기기관(1차), 전기 에너지(2차), 컴퓨터와 인터넷(3차)의 출현으로, 세 번의 혁명적 변화를 보여줬다. 이것이 ‘산업혁명(産業革命, Industrial Revolution)’이다.

일반적으로 ‘산업혁명’ 시기에는 산업 변화에 따라 직업의 트렌드도 변해왔다. 예전에 없던 직업이 생기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직업들이 위협을 받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인공지능(AI) 대중화로 직업군의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가와 매체들은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이라는, 다소 살벌한 예언까지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자연스럽게 교육 현장과 교육과정에도 녹아들었다. 교육과정의 3요소인 ‘교과·학습자·사회’ 가운데 사회는 특히 이러한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산업혁명은 현대 자본주의와 산업화 체제에서 사회 흐름을 고려하는 교육과정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쳐왔다.

대한민국 교육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어느 정도 수용하려고 한 듯하다. 고교학점제 공식 홈페이지에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함’이라는 지향점을 명시하고 있다. 즉, 직업 세계가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서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개척하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역량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이 무엇인지를 찾게 함으로써 진로 개척 역량과 자기 주도적 학습 습관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지난 2020년부터 시작해 2025년에 본격 시행을 목표로 한다. 마이스터고부터 시작해서 일반계고와 특성화고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기.(사진=고교학점제 홈페이지)
고교학점제 도입 시기.(사진=고교학점제 홈페이지)

이처럼 고교 교육과정에서 직업 교육에 대한 방향성이 ‘고교학점제’를 바탕으로 조금 더 선명해진 점은 다행이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은 학교 교육이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개척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며, 이것은 교육적 패러다임의 큰 변화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즉 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잘 맞는 진로를 확인해 취업하거나 진학할 때, 예전보다 더 적극적인 조력자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는 학생들이 개인의 적성과 진로를 스스로 점검하고 찾아보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교과 수업 중심이다. 그 교과 수업을 통해 진로와 직업에 대한 직ㆍ간접적인 체험이 이뤄져야 한다.

고교학점제 성공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책임감도 중요하다. 학생이 수업을 선택하는 것이 고교학점제의 특징인데, 이때 학생들이 점수 따기 쉬운 과목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의 진로와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직업 선택에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익한 과목들이 반드시 개설돼야 한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이 1년도 남지 않은 현재, 대한민국 고등학교는 이러한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목적을 잘 구현할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수업을 통해 학생 개인의 진로와 직업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체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이 고교학점제 시행 이전보다 더 ‘직업교육 친화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최근 2028 대입 개편안이 나오면서 고교학점제와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 학교가 지식만을 배우고 암기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고교학점제의 이상적 목표가 잘 구현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행·재정을 비롯한 교육 거버넌스가 학생들의 실질적 체험을 제공하는 데 힘이 모아졌으면 한다. 이제는 지식을 전하고 배우는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부모와 교사 못지않게 자신들의 직업과 미래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기성세대들보다 직업을 선택하고 취업을 하는 것이 더 힘든 시대가 된 듯하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통해 대한민국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실제적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준비하고 노력한 것이 잘 안착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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