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근 한국영상대 교수

김차근 한국영상대 교수
김차근 한국영상대 교수

교육부는 전국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졸업 후 상황을 조사해 양질의 통계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해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매년 취업통계를 조사한다. 취업통계는 고등교육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학교의 진로·취업 지원 및 관련 역량평가 등에도 제공되고 있다.

교육부가 고등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핵심적인 성과지표 중 하나로 취업률을 채택하고 있다.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서도 취업률과 유지 취업률을 연차평가에 반영하고 그 결과를 인센티브 배분에도 적용하고 있다. 취업률을 연차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전문대학 설립 목적이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이고, 현장실무인재 양성이라는 사업 목표에 부합하고, 취업자 인정 항목이 확대된 것을 감안할 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유지 취업률까지 연차평가뿐만 아니라 인센티브 배분에 반영하는 것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먼저, 다양한 취업자 중에서 유독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만을 유지 취업자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그간 교육부는 취업자 인정 항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최초 건강보험DB 가입자를 시작으로, 건강보험 직장가입이 어려운 산업과 근로 형태 등을 고려해 2012년부터 ‘개인창작활동종사자’, ‘프리랜서’ 등을 포함했고, 2022년에는 ‘농림어업종사자’까지 확대해 현재는 6가지 항목에 해당하는 자를 취업자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지 취업률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만을 대상으로 다음해 1~4차까지 유지 여부를 조사하고 마지막 4차 유지 비율을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즉, 최초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취업하고 유지 취업자 조사 기간 중에 퇴사해 진학이나 이직, 해외 취업, 프리랜서 전환, 창업 등의 사유로 단 한 번이라도 직장 건강보험DB에서 자격이 상실되면 유지 취업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다. 때문에, 졸업 후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책임있는 선택과 결정이 출신 대학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유지 취업률 평가 방식에 대한 것이다. 현재 혁신지원사업에서 취업률과 유지 취업률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4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취업률은 예능계열과 기타 계열 간의 격차를 고려해 등급별 기준 비율이 다르지만 유지 취업률은 계열과 무관하게 동일한 등급 기준을 규정해 적용하고 있다. 계열별 유지 취업률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정보공시 자료를 근거로, 전국 전문대학 중 교명에 특정 계열을 명시하고 있는 보건계열 특성화대학(17개)과 예능계열 특성화대학(7개)을 대상으로 최근 3년(‘20 ~‘22) 치를 비교해 봤다.

평가에 반영하는 4차 유지 취업률의 3년간 평균은 보건계열(81.1%)이 예능계열(61.6%)보다 무려 19.5%가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만 보면, 예능계열이 직장 건보DB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이탈해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취업통계 조사기준일(12.31)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중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예능계열(67.0%)이 보건계열(95.1%)보다 무려 평균 28.1%가 낮다. 즉, 최초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수가 예능계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조사 기간 중에 설사 보건계열과 동일한 인원 수가 자격이 상실된다 하더라도 유지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결과를 절대평가 등급에 적용하면 3년 동안 보건계열은 A등급, 예능계열은 D등급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프리랜서 취업자 비중은 예능계열(25.5%)이 보건계열(3.1%)보다 평균 22.4%가 높게 나타나, 연계산업의 특성에 따라 취업 및 근로 형태가 다르고 취업 항목별 비중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단일 취업자 항목으로만 유지 취업률을 절대평가하는 것은 평가지표로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인지 일반대학의 혁신지원사업은 기본 방향이 전문대학과 크게 다를 바 없음에도 취업률과 유지 취업률을 핵심적인 성과지표로 채택하지 않았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핵심적인 성과지표는 정책적 실행 목적과 방향에 따른 성과라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공정성, 신뢰성, 타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절대평가 방식은 공정하고 보편 타당한 등급 간 기준을 마련해야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가 최근 고등교육환경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과 간 장벽을 허물고 학생들의 자율적인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학사 구조뿐만 아니라 제도, 운영까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졸업 후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까지 평가에 반영하는 구조는 혁신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인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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