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거나 손해배상 등의 방법으로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지만, 법적 차원 이전에 다른 사람의 공로를 함부로 가로챘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난을 받기도 한다. 곧 윤리적 책임도 함께 부과되는 것이다. 비록 법적 책임까지 물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반드시 지켜야 할 그 무엇이 있다. 학습윤리가 바로 그것이다. 공부하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학습윤리가 필요한 이유는 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앞서 이뤄 놓은 여러 업적을 활용해 자신의 실력을 키워나가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업적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이며, 이는 대체로 자신이 활용하는 다른 사람의 업적에 대해 올바르게 인용하고 정확하게 출처를 표시하는 행위로 나타나게 된다.
‘윤리(倫理)’란 국어사전에 따르면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한다. 그러므로 학습윤리는 “무언가를 학습하는 사람, 곧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라고 할 수 있겠다. 초등학생이든, 중·고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학습하는 사람으로서 공부하면서 지켜야 할 올바른 자세나 태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학습윤리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규칙과 덕목”으로서의 학습윤리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학사과정을 마치고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거치면서 훌륭한 연구자(학자)로 성장해 본격적으로 연구자의 길을 걷는 과정에서 강조되는 것이 바로 ‘연구윤리’다. 학습윤리는 연구자에 초점을 둔 연구윤리보다 배우는 학생들에게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미국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학생의 명예제도(Honor Code)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학습윤리를 잘 지킴으로써 공부하는 사람들은 배우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고 실천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요즈음에는 우리 대학에도 명예제도가 속속 도입되어 학생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요컨대, 우리 사회에서 여러 사람이 어울려 함께 살아가려면 당연히 지켜야 할 공중도덕이 있는 것처럼, 학생으로서 공부를 할 때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 또는 윤리가 있다. 학문을 탐구할 때 요청되는 윤리는 교사나 교수 등 학자를 비롯하여 대학원에 다니는 전문 연구자나 초·중·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특히 대학생 이하의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윤리를 ‘학습윤리’라고 한다. 따라서 학습윤리는 “초·중·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의 학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윤리로써, 수강 및 출석(학습, 발표 등), 과제물 작성 및 제출, 시험 등 모든 학습활동에서 지켜야 할 윤리”를 뜻한다. 반면에 연구윤리는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면서 지켜야 할 원칙이나 행동양식”을 뜻하며, 연구부정 행위(위조, 변조, 표절 등)와 연구부적절 행위(중복게재 등)로 나누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학습윤리를 지켜야 하는 걸까? 학생들이 학습윤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이유가 바로 진리(眞理)를 추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진리를 추구한다고 하면서, 진실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결코 공부하는 최종 목표, 즉 학문 탐구의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둘째, 정직한 학습활동만이 학습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성실한 노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학습활동은 자신의 능력 계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자신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자발적이고 정직한 학습활동만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지식의 생산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셋째, 공부를 하면서 익혀야 하는 것은 다양한 학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공부를 하는 올바른 태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올바른 학습태도를 갖추지 못한 사람은 그 지식을 잘못 사용하기 쉽다. 성실하고 정직한 학습태도를 지닌 사람만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정직하지 않은 학습행위는 공정한 평가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룬 성과를 함부로 가져다 쓰는 표절 행위,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성과에 기대는 행위,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르는 행위 등은 성실하고 정직하게 학습해 온 많은 친구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같은 학습윤리는 공부하는 사람 개인 차원뿐만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학문 공동체)의 차원 및 인류 전체의 차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즉, 개인적 차원에서는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올바른 자세를, 학문 공동체의 차원에서는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인류 공동체의 차원에서는 공부하는 사람의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두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도 저작물 창작자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함으로써 문화와 관련산업의 향상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누구보다도 미래의 창작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대학생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는 ‘대학생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저작권 상식’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공표했다. 필자가 집필을 맡아 작성한 이 자료는 전국 대학에 책자와 파일 형태로 보급되고 있다. 이 자료에서는 자기 미래의 초석을 다지는 행위가 바로 저작권 보호의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대학생활 및 일상생활 속에서 대두되는 저작권 침해 사례를 중심으로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우리 대학 강단에서는 저작권 보호와 학습윤리 준수를 위한 노력이야말로 대학생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임을 지속적으로 일깨워나가야 하겠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