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전서 ‘전문대학 RISE 대응 광역자치단체·유관 기관 토론회’ 개최
전문대학 총장·처장단, 지역 라이즈 담당 부서 관계자 등 참석해 의견 나눠
첨단산업, 신산업 인재 양성에 쏠려…“지역 특화산업 성장시킬 과제 필요”
“일반대와 체급 차이 있는데”…‘HiVE, LiFE’ 등 기존 사업 예산 확보부터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직업계고 연계 교육 위해 ‘타 부처와 협업’ 확대

지난 21일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전문대학 RISE 대응 광역자치단체·유관 기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지난 21일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전문대학 RISE 대응 광역자치단체·유관 기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내년 17개 시도에 전면 도입되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에서 일반대와 전문대학 간의 지원사업 분야 설정, 대학 특성화 전략 등에서 ‘칸막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라이즈에서 전문대학이 기존에 진행하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하이브)사업’ ‘2주기 대학의 평생교육지원 체계 지원사업(LiFE2.0, 라이프2.0’) 등의 국고사업 예산을 확보해 ‘전문대학 입지’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 전문대학 총장·처장단은 지난 21일 대전에서 열린 ‘전문대학 RISE 대응 광역자치단체·유관 기관 토론회’에서 이러한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광역별로 이뤄진 토론에서는 올해 초 17개 시도가 교육부에 제출한 라이즈 5개년(2025~2029) 계획안에 대한 건의사항도 공유됐다. 대부분 광역자치단체가 수립한 라이즈 계획안에 담긴 사업 과제가 일반대 중심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역에서 제출한 기본계획안에는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 기반 구축’ ‘지‧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으로 지역의 미래성장동력 발굴’ ‘지역민의 직업‧평생교육 지원’ ‘대학 역량 활용한 지역 현안 해결’ 등이 중점적으로 담겨있다. 이와 함께 지역별 특징, 주력 산업, 지역대학의 강점 등을 고려한 추진 과제가 포함됐다. 다만 광역자치단체가 설정한 과제에서 ‘학문 연구’ 중심의 일반대가 유리한 사업들이 다수를 차지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라이즈 목표가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에 있는 만큼, 지역 산업체에 필요한 실무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정주 인력을 배출하는 전문대학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과제가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이즈는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 행·재정 권한 일부를 지자체에 위임·이양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3월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 등 7개 시도가 시범운영 지역으로 선정됐으며, 내년부터 전국 17개 시도에서 전면 시행된다.

■ ‘일반대-전문대학’ 불균형 해소 관건 =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가 제공한 광역별 라이즈 토론 자료에 따르면, 광역별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지역의 라이즈 기본계획안에서 ‘일반대와 전문대학’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전문대학용 과제 선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과제가 연구개발과 첨단미래산업 인재 양성에 쏠렸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예산 분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특별시 전문대학들은 서울시 라이즈 기본계획안에서 전문대학에 적합한 지원사업 기획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반면 지역에 실용기술을 보급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의 지원 프로그램 비중이 적다는 의견이다.

서울시 라이즈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R&D(연구개발)’ ‘인재양성’ ‘창업’ ‘평생교육’ 등 4개 분야의 12개 과제를 설정했다. 이 가운데 전문대학만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사업은 ‘고숙련 전문기술인력 양성 전문대학’ 사업뿐이다.

서울지역 전문대학들은 산학교육·애로기술 지원 중심 트랙, 현장인력 외국인 인재유치 트랙, 중소기업 인재양성 트랙 등을 신설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고숙련 전문기술 인력 양성 전문대학 △대학창업교육 선도대학 △중장년 직업교육 혁신 대학 △서울 오픈 칼리지 조성 등의 사업에서 전문대학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서울지역 전문대학들은 “상위권 일반대 중심의 사업 기조가 강하다. 현재 서울시 라이즈 프로그램 가운데 전문대가 유치할 수 있는 과제는 전체의 9.5%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기준 라이즈 편입 대상 사업에서 서울지역 대학이 유치한 전체 사업비에서 전문대학이 유치한 사업비 비중이 22%였다. 따라서 서울시 라이즈 국고 예산 가운데 전문대학 친화형 프로그램 예산 비중이 22% 이상이 되도록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충남권 전문대학 관계자들도 예산 분배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지역에서 일반대학 수와 규모에서 균형이 맞지 않아 예산 분배에서 불균형이 예상된다”며 “최소한 전문대학이 진행하던 국고 사업의 예산은 전문대학에 배정될 수 있도록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역특화산업, 지역 기반 산업의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라이즈 계획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구광역시 소재 전문대학들은 “라이즈에서 전문대학 역할은 ‘지역특화와 기반 산업 인재 양성’ ‘지역 현안 해소를 위한 외국인 산업 인재 양성’ ‘지역민의 평생직업교육’으로 볼 수 있다”며 “첨단산업, 신산업, 연구개발에 치우치기보다 지역 발전을 고르게 견인할 수 있는 산업의 인력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원지역 토론에서도 광역지자체가 연구개발, 첨단산업 학문분야 인재 양성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전문대학들은 이번 토론에서 첨단산업, 신산업,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전환해 지역에 필요한 현장 인력 양성을 지원해 지역정주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경기도 토론에서는 평가 지표에 대한 건의사항을 제시했다. 일반대와 전문대학 간에 제공하는 교육, 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평가 지표도 달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기 지역 전문대학들은 고등직업교육의 경쟁력을 평가할 지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GRDP(지역 내 총생산)과 대학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QS 세계 대학 랭킹, THE 세계 대학 순위 등이 평가 지표로 있으나 일반대 역량 평가에 적용되는 지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남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 제기됐다. 전남권 대학들은 “획일적인 성과지표보다 지역과 대학 특성에 맞는 핵심·자율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청 등 유관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 필요 = 교육부와 타 중앙부처 간의 협력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특히 학령인구 급감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중요해지면서 비자 발급을 맡고 있는 법무부와의 협력이 강조됐다.

인천광역시 소재 전문대학들은 교육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타 부처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라이즈는 종합적인 국가균형 발전 전략”이라며 “이 취지에 맞게 교육정책, 기업·산업 기술발전 정책, 인구정책 등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유관부처 간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교육부와 법무부의 협력, 외국인 일학습병행제 신청 기준 완화를 위한 고용노동부와의 협력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인천은 라이즈 기본계획안에서 ‘인천 선도형 전략산업기반 정주형 미래인재 양성’ ‘지역혁신대학 특성화 중심 지산학 협력 생태계 조성’ ‘인천 일자리창출 연계 직업 평생교육체계 내실화’ ‘지역사회 문제 해결형 혁신 선도 프로젝트 구축’이라는 4대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총 16개의 단위 과제를 설정했다.

경기 지역 대학들은 직업계고와 연계한 인재 양성 체계를 만들기 위해 교육청, 지역교육지원청, 전문대학, 지역상공회의소 간의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광역자치단체 담당 공무원과 지역별 라이즈 추진 거버넌스 관계자도 함께했다. 이들은 전문대학 관계자들과 지역별 라이즈 추진 현황과 전문대학 애로사항 등을 공유하고, 교육부에 제출한 광역별 RISE 5개년 계획을 놓고 라이즈 활성화 방안과 건의사항 등을 나눴다. 토론회에서 학문 연구 중심 대학과 직업교육 중심 대학으로 명확하게 구분해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만큼, 라이즈 전환 후 일반대와 전문대학 간의 정체성 확립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광식 전문대교협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은 “토론회 결과보고서를 전국 전문대학에 공유할 계획이다. 광역별 토론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타 지역의 라이즈 진행 상황과 논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바탕으로 라이즈에서 전문대학에 맞는 사업을 제안하고 만드는 게 중요하다. 협의회가 소통 창구로서 전문대학의 목소리를 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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