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학교 학사팀장
요즘 대학가의 최대 ‘핫’한 이슈는 소위 ‘무전공’으로 일컫는 ‘자유전공(또는 자율전공)’ 제도 도입을 위한 방안 마련이다. 대학은 이미 십수 년 전에 학부제를 운용해 보기는 했으나 이런 형태, 이런 대규모로는 경험을 해보지 않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증명하듯이 ‘무전공’을 주제로 다룬 전국대학교학사행정관리자협의회 주최의 특강(본지 2024.6.13. 기사 참조)은 300여 명이 넘는 대학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지난 5월 30일 발표한 수도권 사립대학·국공립대학 무전공 제도 운영 계획을 살펴보면, 대학들은 당장 내년(2025학년도)부터 대학 내 모든 학과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1유형, 소속 내 제한적으로 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2유형에 각각 1만 4844명, 2만 2952명 등 3만 7796명을 무전공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대학 교육의 혁신을 위해 도입되는 무전공 입학 제도는 학생들의 진로 탐색 기회를 확대하고, 적성에 맞는 전공 선택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육 당국과 대학 측의 세심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여우의 신포도’ 우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우의 신포도’는 자신의 실패를 합리화하려는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우화다. 포도송이를 따려 했지만 닿지 않자, 여우는 “아, 그 포도는 신 것 같아”라며 자신의 실패를 합리화한다. 이것은 자신의 한계나 부족함을 인정하기보다는 외부 탓으로 돌리려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고스란히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무전공 제도 도입을 앞둔 일부 대학과 교육 당국의 모습이 마치 여우와 유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준비가 부족함에도 제도 도입을 당장 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치 ‘신포도’를 핑계 삼아 한계를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앞선다. 예컨대, “교육부의 밀어 붙이기식 급진 정책으로 우린 준비할 시간이 없었어. 그래서 제대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없을 거야”라는 식이다. 대학의 입장에서 경험해 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기에 쉬지만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이제, 대학은 긴 여름 방학으로 접어든다. 이번 방학은 대학이 무전공 제도 도입을 위한 마지막 준비 기간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리 조직을 정비하고, 교육과정을 점검하고, 비교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무전공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빈틈없는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전공을 정하고 입학하는 학생들의 지원에 소홀함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또한 전공을 정하고 입학한 학생과 무전공 학생 간, 쏠림학과 교수와 소수학과 교수 간의 갈등 유발요인이 없는지도 세심히 살피고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 과정에서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지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정 지원에 한정하지 말고 컨설팅, 우수사례 확산, 제도 개선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교직원의 인식 전환과 역량 강화 역시 중요하다. 단순히 전공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로 지도와 상담, 전공 정보제공 등 새로운 역할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행정 체계 또한 기존보다 더 유기적으로 운영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준비와 대응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무전공 입학 제도는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여우와 같이 자신의 한계를 합리화하려 한다면 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 당국과 각 대학의 이번 여름 방학 기간 노력이 의미 없는 과정이 아니라 앞이 보이지 않는 무전공이라는 암흑 속에서 ‘아리아드네의 실’을 찾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되길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