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의학교육 평가 강화 방침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의평원은 정원의 10% 이상 증원된 30개 의대에 대해서 6년간 매년 평가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평가 대상 의과대학을 두고 있는 총장들은 매년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를 불러오는 무리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의평원은 ‘규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5월 의평원을 의학교육 분야 평가인증 기구로 재지정하면서 ‘사전심의’를 조건으로 통보한 바 있다. 주요 변화계획서 평가, 중간평가를 포함한 평가·인증 기준, 방법 및 절차 등을 변경할 때 교육부 산하 인정기관심의위원회로부터 사전심의를 받으라는 내용이다.

의평원은 이의신청을 냈지만, 교육부는 인정기관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를 재지정 조건으로 재차 통보했다. 이에 대해 의평원은 다른 평가인증 기관에는 적용하지 않고 오로지 의평원에만 적용하는 조치는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 침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갈등을 유발할 또다른 쟁점으로 의평원 이사회 구성 변화가 있다. 교육부는 지난 5월 의평원 평가인정기관 심사에서 의평원의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의평원 지배구조를 개방해 보다 나은 교육을 실시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실례로 미국은 의학교육 연계 위원회(LCME)에서 의학 교육 평가 인증을 담당한다. LCME는 21명의 투표권을 가진 이사(voting members)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미국 의학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을 갖춘 17명의 의학 교육자와 의료 전문가, 2명의 공공 대표(public members) 그리고 2명의 의과대학생(medical students)으로 구성된다. 이사회에 학생과 공공 대표를 포함하여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비슷한데 일본의학교육평가기구(JACME)에서 의학교육 평가 인증을 담당한다. JACME 이사회는 10명 이상 20명 이내의 이사로 구성된다. 현재 19명 이사 중 18명이 의사다. 의사 비율이 우리보다 높다.

의평원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20인 이내(이사장, 원장, 수석부원장 제외)의 이사로 구성된다. 당연직 이사와 정부대표(보건복지부 장관 및 교육부 장관이 추천하는 자), 공익대표(교육계, 언론계, 법조계 각 1인)가 있다.

당연직 이사는 의료관계협회장과 그들이 추천하는 자들이다. 현재 의평원 이사회는 당연직 이사 18명에, 정부대표 1명, 공익대표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료 전문가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의평원 이사회 구성 변화를 주문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정부가 지정한 의학교육평가인증기관으로서 중립적인 입장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의사로 편중된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를 신속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한 마디로 전문가 중심의 평가 체계에서 전문가와 소비자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사회 구성을 바꾸라는 요청이다.

의료개혁 논의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의학교육은 사회적 요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의료소비자 단체와 같은 공공 대표의 참여는 교육 프로그램이 사회적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키는지, 의학교육이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참에 학생 대표 참여도 논의해볼 만하다. 의학교육의 주된 수혜자가 학생임을 고려할 때, 미국처럼 학생 대표를 이사회 멤버로 참여시키는 것은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의평원의 이사회 구성 다양화는 의학 전문가들의 영역을 축소하는 것이 아닌 의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일정 정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고려해볼 만하다. 이를 통해 의학교육이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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