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연구기관의 10배 ... 안전의식은 뒷전

대학캠퍼스는 교직원과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대학의 교육환경의 기본 바탕이 된다. 그러나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캠퍼스 교육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대학마다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선언에 그칠 뿐 구성원들의 안전의식 제고와 함께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 대학 실험(연구)실 안전사고, 외부 연구기관보다 10배 많아 =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는 2007년 18건에서 2008년 68건, 올해는 8월 현재까지만 56건에 이른다.

사망 사고 등 큰 사고가 아닐 경우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실제 사고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과부 연구환경안전팀 관계자는 “사고 보고를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고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는 외부 연구기관보다 10배 이상 많다. 같은 기간 대학 이외의 연구기관 안전사고는 모두 14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험실 안전사고 10건 중 9건은 대학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소방방재청 자료에도 교육기관 중 대학 캠퍼스 내 화재 사건이 단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초·중·고교를 포함한 학교 전체 화재 건수는 307건이었고, 이 가운데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화재는 74건으로 단연 많았다.

■ 2006년 ‘연구실안전법’ 신설, 첫걸음 = 이에 따라 교과부도 뒤늦게나마 지난 2006년 2월 ‘연구실안전법’을 제정하고 연구실 환경안전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연구실안전법’은 연구실 안전진단 규정과 사고 보상체계, 안전 교육 훈련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사고 보고를 의무화하고 양벌 규정을 개선하는 한편 과태료 조항을 강제하는 조항 등을 신설한 개정안이 나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연구실안전법’은 사실 대학뿐 아니라 기업연구소도 포함해 적용된다. 일반 연구소의 경우 잘 지켜지지만 대학 연구소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원자력연구원 등 큰 곳은 잘 지켜지고 있다. 문제는 대학이다”고 말했다.

이런 규정이 있지만 법 적용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과태료는 2007년부터 규정에 있었지만 시행된 적은 한 번 도 없다”면서 “홍보가 더 급하다”고 말했다. 대학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규정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전담하는 직원이 없어 안전 관리도 헛돌고 있다. 외부 연구기관의 경우 안전만 전담하는 직원을 두고 있지만 겸업 체제인 대학의 경우 안전관리 상식이 부족한 비전문 직원이 안전관리를 떠않고 있는 실정이다.

■ 사고 발생시 후유증 커...대학들 관심 가져야 = 연구실 사고 보고 의무에 대해 일부 대학은 ‘대학 자율화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터무니없는 대응도 나온다. 교과부 관계자는 “무조건 보고하게 하면 대학자율화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또 안전관리 문제에 대해 대학 차원의 관심이 떨어지다보니 구성원들의 안전 불감증이 만연, 대학 실험실의 안전사고 급증을 부축이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대학들이 실험실 안전사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사고 이후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시 우선 대학 이미지 실추는 물론 교수와 학생 등 연구진의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

특히 고가의 실험기자재 손실은 물론 사고에 따른 피해보상을 위한 대학의 금전적인 손실도 크다. 사망 사고의 경우 대학생일 경우 최소 3억 원의 손해배상 금액이 일반적이다.

한국교육상담연구원 최원호 원장은 “사망 피해자 유가족과 소송이 진행 중인 대학도 있다”면서 “특히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적 피해 보상과 관련한 소송도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 대학 캠퍼스 도로도 ‘안전 무풍지대’ =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와 함께 캠퍼스 내 도로도 대학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대학 캠퍼스 내 도로는 특히 도로교통법 상 ‘도로’에서 제외된 탓에 음주운전과 불법주차, 무면허운전 등 교통 안전의 사각지대가 된지 오래다.

또 대학 캠퍼스가 대부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때문에 급경사 도로가 많아 작은 사고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작년 9월 동아대에서는 쓰레기 운반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건물 난간을 들이받고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 5명이 다치고 차량 6대와 오토바이 한대가 파손됐다. 앞서 지난 2006년 부산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는 음주운전사고로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나기도 했다. 또 경기도 모 대학에서도 무면허 운전연습을 하던 학생이 행인을 덮치는 사고도 있었다.

오토바이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어 대학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5월 안전운행 집중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학교 근처 음식 배달 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오토바이 안전운행 서약서’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07년 관악캠퍼스 내 교통사고 56건 중 23건이 오토바이 관련 사고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서약을 3회 이상 어긴 운전자에 대해 출입금지와 해당 업체 불매운동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서약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배달 업체 직원들은 “배달 시간을 고려하면 30km 속도 준수나 일부 도로의 진입 금지 조항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 신촌 대학들도 캠퍼스 진입 오토바이가 늘자 지난해부터 주차요금을 인상하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택시에도 1000원씩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연세대는 오토바이 통학 인구가 급증하자 주차요금을 징수하기로 했다. 교내에 800면의 전용 주차장을 마련했지만, 1일 평균 캠퍼스를 드나드는 오토바이는 1000대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와 달리 캠퍼스 내 교통사고에 대한 통계가 없다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과부 대학제도과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 기간 중 캠퍼스 내 교통사고 등의 통계를 요구하는 의원이 있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다수 대학이 관련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대학이 집계한 교내 교통사고 통계를 조사할 만한 인원도 없고 여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 대학 실험실 안전관리 어떻게 해야하나 >>

국회 계류 중인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들은 우선 연구실 기초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 여기에는 안전관리에 투입되는 비용과 안전 교육 실적, 안전진단 실시 여부 및 개선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안전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한 것이다.

또 ‘안전관리자’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관리자는 연구실 안전관리 업무에 관한 기술적인 조언이 가능해야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받는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은 안전보건책임자와 관리감독자를지정해야 하는 등 강도 높게 규정하고 있지만, 대학의 경우 기존 인력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망 사고 등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 보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사고 보고가 누락될 경우 과태료를 포함한 행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대학들이 사고 정보 공개를 기피하는 탓에 유사사고 재발 방지와 연구활동 종사자 보호에 애로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또 대학 연구기관 등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대학의 경우 안전관리예산과 전문 인력 부족 등 연구실 안전관리 여건이 일반 연구소와 비교해 열악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기준으로 평균 연구실안전관리 예산은 일반 연구기관의 경우 5억8700만원이었지만, 대학은 9분의 1 수준인 68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고] 대학연구실 사고예방 ‘事故心理’로 접근해야

  최원호 박사 / 한국교육상담연구원 원장. 한영신학대학교 겸임교수

  대학 학부생을 비롯한 석박사과정 중에 있는 연구 활동 종사자들에 대한 안전의식은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글쎄올시다’이다. 이미 이들의 안전의식은 ‘안전 불감증’의 최고조에 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연구 활동을 명분으로 소중한 생명이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위협받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연구실 안전사고 발생건수가 증가추세라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연구실 안전사고는 해당기관에 보고되기 보다는 자체적으로 처리하거나 은폐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더 많은 사고가 대학 내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연구실험에 앞서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안전교육의 목적은, 교육활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목적이 고사되고 오로지 연구결과에만 치중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안전교육은 시간낭비요, 예산낭비 쯤으로 묵과해버리는 관리자나 해당 교수들의 무감각한 안전의식 부족이 잠재적 사고발생 요인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사전교육과 예방의식 고취가 급선무이다.

  선진국의 사례처럼, 실험 참가자들은 안전장비 착용을 비롯한 각종 안전수칙에 따라 매 실험시간마다 철저하게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 책임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사전 안전예방교육은 사고발생시 학교와 피해학생과의 신체손해배상에 따른 과실유무를 판단하는 유용한 입증자료로 활용된다. 학교는 안전관리의 의무 이행여부에 따라 책임비율이 달라지며, 담당 교수나 조교는 특정 시간동안 관리감독자로서의 철저한 감독이행 유무, 연구자는 안전수칙준수 여부에 따라 각기 다른 과실상계 비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의 현실은 특별한 대형사고가 아닌 이상 과실상계를 적용하기보다는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의 보상책임은 쉬쉬하면서까지 학교 측이 통감하다보니 안전의식 고취와 이행여부는 무의미한 것으로 여긴다.

  물론 학교경영자는 경영자로서의 손해배상 책임 의무를 이행하지만, 관계자들의 부주의나 도덕적 해이로 발생되는 사고발생에 대해서는 오히려 학교 측에 끼친 손해에 대하여 당연히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적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긍정적 관점에서, 법적 사실 고지를 통하여 연구 활동 종사자들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며 실제적인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다.

  안전을 무시한 연구 활동은 연구절차의 A, B, C를 배우지 않은 기초지식의 부재를 의미한다. 안전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민방위교육형태의 형식적인 안전교육을 벗어나, 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사고 심리적’ 접근방법을 도입해야 교육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자연재난을 제외한 연구실내의 일반적인 안전사고 발생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사고발생에는 다음 세 가지 요인이 상호작용할 때 일어난다. 첫째, 개인의 심리적 요인이다. 실험에 대한 불안한 생각, 수면 부족, 과로, 음주, 지나친 스트레스 등이 사고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연구실 안전 환경 조성이다. 비좁은 공간 안에는 화공약품을 비롯한 온갖 시약들과 실험 장비들이 즐비하고 쉴 틈 없이 24시간 연구활동이 가동되고 있다. 노후된 실험실습 기자재는 정밀성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장비에 대한 안전보완 장치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보니 장비 자체의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실험에 대한 정확한 처리 절차와 화학물질에 대한 물질안전정보(MSDS)의 이해부족이다. 물질의 특성이나 정확한 실험과정 수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임의로 실험기기를 과다하게 조작했을 때 반드시 사고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사소한 부주의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로 귀중한 생명이 위협받거나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연구실 사고는 자칫하면 인명사고 뿐만 아니라,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행동습관으로 자리 잡을 만큼 안전교육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대학 관리자들의 안전관리 의식변화, 안전관리 전문요원의 확보와 우선적인 예산지원이 절실하다. ‘사고’는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단정짓거나, 안전예방활동은 ‘예산낭비요, 시간낭비’라는 생각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한 후에야 사전 예방교육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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