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규 서령고 교사
인간이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접하는 대부분의 것이 화학 물질로 이뤄져 있다. 기저귀, 우유병, 옷, 파우더, 장난감을 비롯해 주거 생활을 둘러싼 환경과 각종 물질은 화학적 과정을 거쳐 생산된 것이다. 아무리 산업이 발달하더라도 문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재와 각종 물품은 여전히 화학적 공정을 거쳐 생산되고 있으며, 편의성과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더 다양하고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제품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화학은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분야지만 과거처럼 단독으로 분리돼 제한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것에서 벗어나 에너지, 환경, 생명 등 다양한 분야로 외연을 넓히며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사실 초기 화학산업은 화학 반응과 화학 물질에 대해 깊이 배우고 연구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인체를 포함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 등의 세포 내에서 수행되는 생명체 활동의 기본 현상과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인간에게 유익하게 만드는 확장적 요인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명과 같은 분야로 응용 분야를 넓히며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한 것은 불과 십수 년 전의 일이다.
자동차와 더불어 반도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품목이기는 하지만 화학제품도 아직까지는 3대 수출 품목으로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화학산업을 통해 발전시킨 기술적 노하우는 제약, 백신 등 레드바이오텍과 지속 가능한 친환경 화학물질 생산기술 등 화이트바이오텍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는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등을 이용한 세포치료와 유전자 편집을 통한 치료 기술 등은 화학에 기초를 둔 생명공학의 혁신적 과제로 떠올랐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실험실이나 공장에서 이뤄지는 것은 이론적 원리도 중요하지만 이를 현장에 녹여낼 수 있는 기술적 요인의 뒷받침이 있어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실무에 밝고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에 능한 전문기술인의 역할이 필요하다. 화학생명공학은 어쩌면 화학과 생명 그리고 바이오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 분야가 대단히 넓고 그래서 진입장벽이 높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나 오히려 화학 공정을 통해 정확한 분석력과 응용력을 바탕으로 이론과 실험을 겸비한 생명공학 분야의 기술적 난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매력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도전에 따른 성과의 매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 화학생명공학과는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갖춘 학생이 지원하나.
“평소 과학 실험이나 분석을 통한 원리 이해에 관심이 있거나 물질의 변화에 흥미를 갖고 있으면 된다. 또한 어떤 현상에 대해 집중해서 파고드는 열정과 호기심을 지닌 경우도 적합하다. 따라서 화학, 생명과학 등 과학 과목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원리 탐구에 대한 끈기와 집중력, 성실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삶에 필요한 과학적 기술을 다루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윤리 의식도 필요하다. 혼자서 학업을 잘하기보다는 팀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고 과학적 탐구 과제를 다루는 동아리에 가입해 실험이나 실습을 수행하면서 전문성과 함께 대인관계를 쌓는 것도 필요하다.”
- 학과의 잠재적 발전 가능성은.
“글로벌 화학 관련 시장의 규모가 연간 약 5000조에 이른다고 한다.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보니 경제적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에는 바이오 분야도 1500조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화학산업은 물론이고 신약 개발, 디지털 바이오, 합성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로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시장은 암과 당뇨병, 심혈관 등의 질환 치료를 위한 면역함암치료제와 기존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단백질의약품 시장과 재생의료 등으로 발전하면서 엄청난 성장을 추동하고 있다.”
- 화학생명공학과에 입학하면 어떤 내용을 공부하나.
“교육과정은 화학과 생명 및 바이오산업에 관련된 기초화학, 화학공학, 공업화학, 생명공학·환경 분야의 이론교육과 첨단 실험설비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 실습을 바탕으로 화학물질 분석, 화학공정 관리, 화학제품 생산, 바이오화학제품 제조, 생명·바이오공정 관리, 환경분석 등의 기술을 습득해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에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전문기술인 양성을 목표로 한다. 교양으로는 글쓰기와 토론, 영어회화 등을, 전공으로는 공정기초실험, 생물화학공학실험, 기기분석실험, 유기화학실험, 일반화학실험, 바이오산업기초실무, 화공양론, 분석화학, 생명과학개론, 일반화학, 유기화학, 고분자학, 표준현장실습(동계), 자율현장실습(동계) 등을 배우게 된다.”
- 화학생명공학과에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은.
“대기환경기사, 수질환경기사, 바이오화학제품제조기사, 식품기사, 폐기물처리기사, 자연생태복원기사 등을 취득할 수 있다.”
- 졸업 후 진로는.
“정유, 가스, 에너지 등 석유화학, 바이오 등 생명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소재고분자화학, 제약, 원료의약 등 제약산업, 화장품, 헬스, 화학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주요 취업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S오일, 현대오일뱅크, GS 칼텍스, SK 에너지, 듀폰, 롯데케미칼, SK에너지그룹, 한화토탈, LG화학, 종근당 등이다.”
- 화학생명공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대학은 어느 곳이 있나.
“신성대, 부산과학기술대, 충청대, 울산과학대, 동의과학대에 화학공학과가, 동양미래대, 서일대, 경기과학기술대에 생명화학공학과 등이 설치돼 있고 화학생명공학과는 인하공전에 개설돼 있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