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글로컬대학위원회 자문위원, 인덕대 교수)
저출산율이 현재와 같이 0.7대로 계속 유지된다면 1.5세대 내에 대한민국은 소멸할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정부는 인구 증가 정책을 수립할 것이고, 사회와 기업들도 전반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나 사회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단기간에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출산율인 2.1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정적인 국가 운영을 위해서는 외국인 이주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들 역시 존속과 발전을 위해 외국인 채용을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국가에서 다민족 국가로 전환될 것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에서는 직업 교육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인이 주로 맡는 직무와 외국인이 맡는 직무가 구분될 수 있고,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한국 문화와 역사 교육의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외국인과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수요가 늘어나면서 직업교육의 온라인화가 가속될 것이며, 인공지능을 통한 맞춤형 교육이 실현될 것이다. 노동 인구 감소와 기술 발전으로 자동화 기기나 인공지능(AI)이 많은 업무를 대체하게 되면서, 전통적 직업교육은 첨단 기술 기반으로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긱 경제(Gig Economy)의 확산으로 인해 역량 중심의 교육에서 단기적인 기술 중심 교육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학위보다 실질적인 기술(skill)이 중요해지면서 직업교육도 VR과 같은 가상 체험 실습이 가능한 온라인 교육이 확대되고, 디지털 배지의 도입이 일반화될 것이다. 또한 근무 형태도 전일제에서 파트타임 근무가 확대되고, 육아휴직 증가, 입사와 퇴사 과정의 반복으로 인해 지금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직업교육이 필요하게 된다. 직업교육이 성인학습자 중심의 평생직업교육 체제로 전환돼 전문대학의 교육 대상은 학령기 학생보다 평생교육 체제에 맞춘 성인학습자가 중심이 될 것이다.
현재의 직업교육은 단절되고 연계성이 부족하다. 직업계 고등학교(특성화고), 전문대학, 평생직업교육 간의 연계가 충분하지 않다. 기존 산업대학들이 직업교육의 연속성을 담당하던 것을 지금은 전문대학들이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기술석사 과정이 성인학습자들이 원하는 만큼 충분하게 개설되지 못해 직업교육의 연계성이 확보됐다고 볼 수는 없다. 직업교육 문제는 직업교육기본법 제정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했으나, 21대 국회에서 상정된 법안이 임기 만료로 폐기된 상태다. 직업교육법 제정은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할 중요한 과제다. 직업교육에 대한 기본법이 제정돼야 예산이 배정되고 관련 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직업교육은 초·중등교육, 고등교육뿐만 아니라 외국인교육 영역까지 포함돼야 한다. 직업교육법이 제정되고 국가가 직업교육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현재의 대학 입시 구조에서는 직업교육이 활성화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가 직업교육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 국가 기간산업과 뿌리산업 같은 필수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직업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취업 후에도 대기업 수준의 최고 연봉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1970~1980년대 국가 기반 산업의 인력 양성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산업계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해줬기 때문이다. 울산과 같이 1970~1980년대 국가 기반 산업으로 발달한 지역은 소수의 학생들만 유명 대학에 진학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역의 일반 대학이나 전문대학에 진학하거나 전문계고 졸업 후 지역 기업에 입사해 초봉 5000만 원에서 6000만 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으며 취업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지역에서는 타 지역으로의 이탈이 거의 없으며, 학생들도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이 적다. 그동안 전문대학들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직업교육을 맡아왔지만, 학생 모집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전문대학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 시대에 이제는 정부가 직업교육에 대해 책임져야 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