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귀덕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올 여름은 무척이나 덥고 길었다. 얼마 전 추석만 해도 최고 기온이 36~37도까지 올라가며, 정말 더운 한가위였다. 혹자는 이제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냐고 한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름은 체감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며, 겨울은 기록 영하 18도 이하의 한파가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여름은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더위와 싸워야 했다.
이런 기록적인 더위와 추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의해 생긴 다양한 현상들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덥고, 춥고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긴급한 사항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은 국제 사회가 도의적 책임감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해운 분야는 세계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핵심 교통과 운송 수단이다. 하지만 현재 선박의 연료 연소로 인한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컨테이너 선박 한 척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자동차 5만 대가 내뿜는 오염도와 유사하다고 한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를 통해 2050년까지 국제해운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우리나라 또한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선언하는 등 세계 각국은 기후 변화를 야기하는 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우리 조선 업계는 탈탄소·디지털 전화의 세계적 흐름에 빠르게 대처해 친환경 선박 위주로 수주를 받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친환경 선박인 LNG선(29척), 암모니아선(20척)의 100%를 수주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30년을 LNG 추진선 도입기, 2030년부터 2040년을 무탄소 선박 도입기, 2040년부터 2050년을 무탄소 선박 확장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를 위해 산업부 또한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를 발족해 조선업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 원팀으로 향후 5년 동안 9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조선업계가 호황이었던 시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조선업이 이미 사양 산업이 돼버린지 오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2008년 1020개까지 늘어났던 글로벌 조선사의 수는 2022년 382개로 감소했고, 그 사이 인력도 줄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선박 건조 가격은 올라갔고, 인력은 부족하다. 현재 전 세계에 있는 상선 수는 어림잡아 10만 척 정도 되지만 운영 중인 조선소는 300개 정도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모든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는 상선의 수는 합쳐봐야 연간 1000척 정도가 최고인데, 현재의 상선을 모두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려면 100년은 족히 걸리는 셈이다. 앞으로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물류가 줄어들까?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으로 국가적 통제가 일어나지 않는 한 점점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자, 이제 기후 변화와 조선업 얘기를 꺼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는가? 조선업은 미래가 기대되는 산업이며, 심지어 호황기의 초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렇다면 조선업과 관련된 직업에는 무엇이 있을까?
배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조선공학기술자를 추천한다. 조선공학기술자는 선박의 기본적인 특성, 구조 등을 개발·연구하고, 선박설계의 원리, 선박설계의 환경조건 등 조선 공학기술을 바탕으로 선박·해양구조물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일을 한다. AI융합기계조선 공학부, 기계조선공학과, 선박건조전공, 선박마이스터전공, 조선기계공학과, 조선해양산업공학과 등 조선·해양산업 관련 학과에 진학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선박·해양 구조물의 이동성, 부양성, 적재성 등을 학습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설계, 생각, 건조, 운용 기술들을 습득하며 초대형 유조선, 컨테이너선, LNG선, 초고속선, 크루즈 선 등 다양한 선박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습득을 위해 국가자격증인 조선산업기사, 조선선체기사, 선체건조기능사, 조선기술사 등의 자격증을 준비할 수 있으며 조선소, 조선해양기자재 제작회사 등 해운·해양산업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득시무태(得時無怠)’라는 말이 있다. 좋은 시기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조선공학기술자가 돼 미래의 무궁무진한 기회를 잡아보지 않겠는가?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