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태 영동일고 교사

윤희태 영동일고 교사.
윤희태 영동일고 교사.

전문대를 보는 가장 큰 편견 중 하나는 ‘전문대에 가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하는 것이다’라는 점이다. 물론 전문대는 4년제 대학보다 좀 더 취업에 용이하도록 교육과정을 실무중심으로 편성한 학교다. 하지만 전문대에서도 다양한 것을 배우다 보면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 있다. 이때 고민하는 것이 자퇴를 하고 4년제 학교에 가야 하나? 나의 2년은 사라지는 건가? 하는 부분이다. 또한 졸업하고 편입시험을 공부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존재한다. 바로 ‘무시험 연계 편입입학제’다. 무시험 연계 편입 입학제는 전문대학에 입학해 2년을 다닌 후 졸업하면서 바로 해당 전문대학과 연계돼 있는 4년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다. 보통 4년제 대학의 편입 같은 경우에는 영어나 전공같은 시험을 보기 마련이지만 이 무시험 연계 편입시험을 이용하면 이러한 편입시험을 보지 않고 연계돼 있는 4년제 대학의 유사학과로 ‘무시험’을 통해 편입이 가능하다. 이러한 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공부를 더하고 싶은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동양미래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학생의 경우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면 연세대(미래) 의공학부, 고려대(세종) 전자기계융합공학과, 홍익대(세종) 전가전기융합공학과(전기), 강원대(춘천) 전기전자공학과/전자공학과에 무시험으로 편입이 가능하다. 편입은 3학년으로 되며 2년 후에 졸업하면 4년제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전문대학별로 협의된 대학이 다르며 수도권 전문대학의 경우 주로 지역 소재의 캠퍼스 대학인 건국대(글로컬), 고려대(세종), 단국대(천안), 상명대(천안), 연세대(미래), 홍익대(세종) 등과 협약을 맺고 있다. 또한 강원대 등 가까운 지역의 국립대로도 편입이 가능하다. 다만, 같은 수도권 지역의 학교와는 협약을 맺은 경우가 없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에 지역에 소재한 전문대학들의 경우에는 지역의 4년제 대학과 협약을 맺고 있어 전문대학에서 동일 지역의 4년제로 무시험 편입이 가능하다. 다음은 수도권 소재의 대표적 전문대학과 무시험 연계 학과 편입제도를 운영하는 학교들의 예시다.

수도권 소재 전문대학의 연계편입가능 대학 목록 (표=본인 제공)
수도권 소재 전문대학의 연계편입가능 대학 목록 (표=본인 제공)

표에는 대학만 나와있지만 전문대학의 각 학과별로 연계편입 가능대학과 학과가 다르니 꼭 확인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무시험 연계학과 편입제도의 경우 4년제 대학 입학 목적이 아니라 전문대학에서 생긴 관심을 더욱 학문적으로 공부해 보는 학생들을 위한 제도임을 기억해야 한다. 상담 시 이런 내용들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몇 명이나 과연 이 제도를 사용하냐? 문서상의 제도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미 이 제도는 20년 이상 지속돼 온 제도이며 이러한 무시험 연계 학과 편입제도를 활용하는 학생들도 매우 많은 편이다. 다음은 동양미래대의 2년간의 무시험 연계 학과 편입제도를 이용한 학생들의 예시다.

동양미래대 4년제 대학 무시험 편입 현황(2023~2024) (표=본인 제공)
동양미래대 4년제 대학 무시험 편입 현황(2023~2024) (표=본인 제공)

학과별로 연계된 학교와 모집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해마다 어느 정도의 편차가 있지만 꾸준히 이러한 제도를 이용해서 학생들이 전문대 졸업 후 4년제 대학에 무시험으로 편입을 했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들어서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전문대에 가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을 만나기도 한다. 과거에는 전문대에 가면 취업을 하고 공부와는 멀어지며 4년제 학위를 따기는 힘들어진다는 고정관념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이 상생하는 시대이며,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 언제든지 기회가 열려있다. 실제 10여 년 전 기대보다 낮은 성적에 수도권 전문대를 선택한 학생이 이 무시험 연계 학과 편입제도를 통해 4년제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까지 받고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기회는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온다는 생각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전문대 입학은 돌아오지 못하는 두가지 갈래길에서의 선택이 아니라 다양한 길을 향한 문으로 한발 다가가는 일이라는 점을 알아야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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