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

“월급은 잘 나오니?”

이 말은 필자 지인의 아들 H에게 한 질문이다. H는 체격이 좋은 남학생으로 성적도 4년제 일반대학에 진학해도 좋을 성적이었지만, 수도권의 전문대학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올해 2월에 졸업한 후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에 취업했다. 요즘 같은 시기에 대학병원에 취업한 것은 축하할 일이다. 또 다른 지인의 아들 J도 간호학과를 졸업했지만 아직 구직 중이다. J에 비하면 H는 사회 진출에 성공했으므로 매우 잘 된 경우다. 구직난으로 어려운 시기지만 취업에 성공했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필자는 H가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알고 있었고, 고등학교 시절에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모습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간호학과를 진학할 때와 졸업할 때도 옆에서 지켜봤다. 취업을 하려고 할 때 자문해 줬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할 때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도와줬다. 필자가 도움을 준 덕분에 쉽게 취업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H는 몇 개의 대학병원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최고의 병원은 아니었으나 두 번째 원했던 병원에 합격 통지를 받은 만큼 기쁜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문대학을 졸업했기에 학벌에 대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생각한 것과 달리 불이익은 없었다고 했다.

필자는 H와 만났을 때, 왜 간호학과에 지원했는가를 물었다. 간호학과로 진로를 잡은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물었다. 체격도 좋았고, 성적도 뛰어난 편인 남학생이었기에 더욱 궁금했다. 그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서 간호학과를 간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할 때, 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가 알고 있는 직업을 백지에 많이 적어놓고, 가장 하기 싫은 일이거나 자기와 맞지 않을 것 같은 일부터 지웠다. 그렇게 하나씩 지우다 보니, 남은 것이 간호사였다고 했다. 그리하여 간호학과를 준비했고, 자기 성적에 맞는 수도권 전문대학의 간호학과에 진학한 것이다.

H는 학교 수업 시간에서 배우거나, 진로 전문가들이 흔히 말하는 직업 적성검사 결과에 따라 간호사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적성검사를 무시하고, 간호사가 되기 위해 간호학과를 지원한 것이다. 다행히 간호학과에 진학해서 공부하다 보니, 공부가 잘 맞는다고 느꼈다고 했다. H는 열심히 공부했고 당당한 사회인이 됐다. 현재 H는 돈을 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돈을 벌어 빨리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지금 여러 가지 수당을 받아서 월급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그는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일을 더 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필자는 H의 태도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의 태도가 매우 건전해서다. 월급이라는 보상은, 나의 자존심과 눈물, 땀, 그리고 시간이라는 피 같은 자원을 갈아 넣어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에 살면서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해, 남에게 의지하는 삶을 살지 않으려면 젊을 때부터 열심히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 즉, 자기 자신이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것은 나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20대에 경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나이가 들면서 빈곤층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지 하면서 경제 활동을 해야 생존할 수 있다. 청년 백수, 즉 직업이 ‘자녀’인 청년이 400만 명을 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기업의 생태계가 바뀌면서 생존이 더욱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 학교에서 배웠던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나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은 앞으로 없을 수도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내가 원하고 흥미가 있는 분야가, 사회에서는 필요 없는 분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발전하는 기술을 배울 수 없거나, 시대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직업을 찾지 못한 채 평생을 지내야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여러 청년에게 자주 건네는 ‘월급은 잘 나오니?’라는 질문에, ‘예, 돈을 벌어 좋아요’라는 답을 듣기를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