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수입 지난해 1천억 원 돌파…전년比 두 배 증가
장기적 관점 투자 행보 지속…한림대·부산대, 펀드 조성
대학 연구성과→산업계 이전→대학 재투자 선순환 고리
[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지난해 정부 지원을 통해 대학들의 산업계 기술이전으로 인한 수입이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BRIDGE·브릿지) 사업을 진행 중으로, 이는 대학이 보유한 창의적 자산 가운데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특허·기술 등을 발굴‧고도화해 기술이전‧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대학들은 단기적 방안을 넘어 펀드 조성 등 장기적 관점의 투자 행보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대학 재투자를 위한 거대한 선순환 고리 조성에 힘쓰고 있다.
■ ‘브릿지 사업’ 기술이전 요람…가시적 성과 평가 = 교육부에 따르면 브릿지 사업을 통해 대학들이 거둬들인 기술이전 수입은 지난해 100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업 도입 전인 2014년 521억 원 수준 대비 두 배나 늘어난 것으로, 기술이전 건수에서도 동 기간 3247건에서 5774건으로 77.8% 대폭 증가했다.
브릿지 사업은 우선 정부가 대학을 선정해 재정을 지원하면, 대학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학내 연구 성과물을 찾아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파악한다. 기술이전을 지원하는 산학협력단 등 전담조직의 전문성 강화 분야에도 사업비가 투입될 수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5년 브릿지 사업을 처음 도입한 바 있다. 이후 두 번의 개편 과정을 거쳐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3기 사업을 운영한다.
교육부는 지난 개편 과정에서 ‘지역거점형’을 신설, 특히 지역 내 타 대학, 연구기관, 기업, 지자체 등과 연계해 지역특화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술거점형’을 통해선 국가전략기술 사업화를 통한 중대형 기술이전 활성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학 총 30개교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3년간 총 588억 원을 지원받는다. 다만 2025년부터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이 본격화하는 만큼, 지역 안에서 지역 발전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층 강화하는 등 브릿지 사업 변화도 예고된 상태다.
브릿지 사업을 통한 개별적 우수사례도 이목을 끈다. 특히 지난 2022년 한양대와 LG화학 간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된 데 이어 세종대의 경우 ‘표준 특허 풀(pool)’ 가입을 통해 매년 안정적인 기술이전 수입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종대가 가입한 표준 특허 풀이란 특정 기술 분야의 특허권자들이 특허를 통한 공동의 이익을 목적으로 결성한 ‘특허 집합체’를 의미한다. 해당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관련 제품을 생산할 수 없어 매년 안정적인 사용료(로열티)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세종대에서는 브릿지 사업을 통해 교원 창업이 사업 전에 비해 4배 증가했으며, 해외 특허는 10배나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투자유치 197억 원, 기술이전은 148억 원이라는 성과를 각각 달성하기도 했다.
■ 대학별 기술이전 도모…단·장기적 체계화 움직임 =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학의 산업계 기술이전 움직임이 더욱 구체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지난달 경상국립대는 미래 유망한 원천기술 중 하나인 바이오차(Biochar·바이오매스(Biomass)+차콜(Charcoal)) 관련 기술을 스타트업에 제공하며 주목받았다. 바이오차는 다양한 바이오매스를 무산소 또는 저산소 환경에서 열분해해 만든 탄소 소재를 의미한다.
그간 바이오차의 원료로 대다수 ‘식물’ 바이오매스가 활용돼왔지만 최근 가축분 바이오차가 비료로 등록됨에 따라 바이오차의 원료는 분뇨로까지 크게 넓어진 상태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른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탄소 소재가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산물 소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부산물이 대량 발생한다. 일부 수산 부산물은 키틴·키토산·칼슘 등 인체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바이오매스량 면에서도 충분하다.
이에 수산 부산물은 이제 더이상 폐기물이 아닌 ‘새활용’을 통한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도 현재 대다수는 활용처가 확보되지 않아 대거 폐기되는 실정이다.
경상국립대 서동철 환경생명화학과 교수진은 새우부산물 바이오차를 농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우부산물 바이오차 제조방법과 농업적 활용방안’에 대해 최근 국제개발협력 관련 스타트업인 엠에프엠에 기술이전했다.
이를 통해 향후 비료 사용량 저감은 물론, 나아가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외에도 공공기관과 협약을 통해 체계적으로 기술이전을 도모하는 대학도 있다. 한경국립대의 기술보증기금 업무협약 체결이 주요사례로 꼽힌다.
앞서 한경국립대 산학협력단은 지난달 22일 경기도 안성시 소재 한경대에서 기술보증기금과 ‘기술이전·사업화 촉진 및 창업·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양 기관이 더욱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 현재 한경대가 보유 중인 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는 한편, 지역 우수기술기업에 실효성 있는 기술중개업무 및 육성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협약에 따라 한경대는 보유한 기술이전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기술보증기금에 제공한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의 발굴·추천 △기술이전 및 중개업무에 필요한 정보 제공 △우수기술 이전을 통한 사업화 촉진 지원 △기술이전 기업에 대한 기술금융 지원 등 성공적인 기술이전과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협력한다.
더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대학들도 있다. 몇몇 대학이 보유한 대학 기술지주회사들이 급변하는 미래 상황에 대비해 최근 펀드 결성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의 연구성과를 기술이전하고, 자회사를 설립해 스타트업 등 유망기업을 지원·육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이들의 펀드 결성 노력은 대학발(發) 창업의 특수성을 적극 반영해 장기적 관점의 투자·육성을 지속하기 위함이다.
먼저 부산대 기술지주는 최근 ‘부산대 딥테크 대학창업 제5호 개인투자조합(펀드)’를 결성해 총 6개, 222억 원 수준의 펀드 운용을 현실화했다. 이번 신규사업 추진은 부산대 기술지주가 교육부·한국벤처투자가 주관하는 ‘2024년 2차 정시 출자사업’의 운영사로 최종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부산대 기술지주는 그간 4개의 단독 대학창업펀드(제1호~제4호)와 1개의 공동 창업펀드 운영을 통해 축적해온 투자 역량과 다수 창업기업을 성공적으로 지원·육성한 경험을 인정받으면서 최종 선정됐다.
해당 펀드는 ‘딥테크’ 분야 대학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딥테크는 아직 사업 모델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커 중장기·대규모 자본 투자가 요구되는 공공분야 원천기술을 뜻한다.
이번 신규 펀드는 투자기간 3년을 포함해 총 10년간 운영된다. 이를 통해 교원과 학생창업, 대학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등 대학발 딥테크 창업기업은 물론 지방소재 및 초기 창업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부산대기술지주는 지금까지 총 37개 자회사 설립·육성, 대학펀드를 통한 61개사 약 125억 원 투자, 29개사 1226억 원 후속 투자유치 지원 등 활발한 기술사업화 및 투자지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강정은 부산대기술지주 대표는 “미래 신산업을 주도할 딥테크 유망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지역 위기를 타파하는 중요한 해결 방법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많은 창업기업을 육성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딥테크 기반 새로운 창업 투자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 지역과 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림대기술지주도 최근 설립 이래 최초로 모태펀드를 결성했다. 이는 대학창업 제1호 개인투자조합을 통한 펀드 출범으로, 한림대는 이 펀드를 통해 강원·충청권 대학의 창업 활성화와 스타트업 투자 및 성장 등을 위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림대기술지주의 펀드 규모는 24억 7000만 원 수준으로, 한림대 기술지주와 로우파트너스가 공동업무 진행 조합원으로 조합 운영을 담당하고, 한국모태펀드는 특별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이희우 한림대기술지주 대표는 “한림대 의대 졸업생이 춘천에서 설립한 ‘휴젤’이 대한민국 대표 바이오 유니콘으로 성장했다”며 “이번 펀드로 대학창업 펀드 운용의 새로운 성공기준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 “사장될 기술 수면 위로”…선순환 결정적 역할 기대 = 이 같은 대학발 기술이전 사업의 확대 움직임은 향후 이뤄질 선순환 고리 조성의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간 사장(死藏)의 길로 몰락해온 수많은 연구성과를 산업계로 발굴·이전해 기업의 핵심기술로 역할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거둔 수익을 재차 대학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최근 기술 간 융합이 글로벌 연구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 신(新)산업이 빈번히 창출되는 4차 산업혁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개별 국가의 연구·산업역량 강화가 집중적으로 요구된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의 창출공간이자 학문의 집적지로, 융·복합 신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 성장동력 확보, 4차 산업혁명 선도의 핵심 주체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이 보유한 혁신적 지식의 융합 및 이전·사업화 촉진을 위해 수요중심 실용화 확대, 기술이전 전담조직 강화 등 ‘기업가적 대학’의 역할 강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중론으로 대두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