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의대생 휴학 승인 여부로 시작부터 삐걱
의료계 “의대생 휴학 승인 돼야 협의체 참여” vs 정부 “협의체 출범에 전제 조건 걸 수 없다”
의대 교수·의대생 ‘조건 없는 휴학 승인’ 촉구…교육부 “동맹 휴학은 불가” 입장 고수

21일 전국의대교수비대위원회가 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불법적인 의대 증원과 반헌법적인 대학교육 자율성 훼손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고 교육부의 동맹 휴학 승인에 대한 입장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전국의대교수비대위원회)
21일 전국의대교수비대위원회가 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불법적인 의대 증원과 반헌법적인 대학교육 자율성 훼손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고 교육부의 동맹 휴학 승인에 대한 입장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전국의대교수비대위원회)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다음주 정부와 의료계가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하기로 했으나, 의대생 휴학 승인 여부에 대한 입장 차로 인해 시작부터 삐걱대며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의료계는 협의체 참여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협의체 출범에 전제 조건을 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달 30일 의대 학생들이 제출한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이에 교육부는 2일부터 21일까지 고강도의 감사를 벌이는 등 타 대학에도 동맹 휴학으로 인한 휴학 승인은 불허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개인적 휴학 사유를 증빙한 의대생에 대해서는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로 ‘조건부 휴학’을 승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의대 교수·의대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번 달을 기점으로 휴학 처리되지 않은 의대생 대다수는 유급 또는 제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학이 조건 없이 휴학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1일 전국의대교수비대위원회(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불법적인 의대 증원과 반헌법적인 대학교육 자율성 훼손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고 교육부의 동맹 휴학 승인에 대한 입장을 비판했다.

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의대 학생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을 동기를 잃고 자신의 미래의 직업에 대한 희망을 상실했으며, 정부의 폭압적인 대처에 항거하고자 자유 시민의 일원으로서 휴학을 결정했다”며 “이것보다 휴학을 하는 더 중요하고 절실한 이유가 존재하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들은 “대학들에게 의대생들 휴학이 3학기가 넘지 않도록 하고, 2025년도에는 복학을 시키는 학칙규정을 만들라고 한다. 그런다고 학생들이 돌아오냐”며 “학생들은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않고 입맛대로 정책을 바꾸는 정부와 학교에 배신감을 느끼고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되는 것에 깊은 회의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 학생 100여 명 역시 이날 서울의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부의 감사를 규탄했다. 김민호 학생회장은 “‘휴학에 대한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다’는 이주호 장관의 발언은 황당한 궤변에 불과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교육부 감사 과정 중 압수수색 하듯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회수해 가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소홀히 다뤄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다음주에 출범하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참여 전제 조건에도 의대생 휴학 승인이 포함됐다. 2025학년도를 포함한 증원 재논의와 함께 의대생 휴학계를 조건 없이 대학 자율적 의사에 따라 허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의학회·KAMC는 여야의정 협의체는 22일 참여 입장문을 통해 △협의체 발족 전 대학의 자율적 의사에 따른 의대생 휴학 승인 △2025년 및 2026년 의대정원 논의와 의사수 추계기구 입법화 구체적 로드맵 설정 △의대생 교육, 전공의 수련 내실화 위한 국가 정책 수립과 지원 보장 △의평원의 독립성·자율성 보장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개편 등 5개 원칙을 제시했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협의체에 합류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교육부는 대한의학회·KAMC의 참여 의사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의대생 휴학 승인에 대해서는 “동맹 휴학은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역시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로 한 휴학 승인 방침에 변함 없다”며 “현재 정부는 학생 복귀와 학사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교육부 관계자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법령상 사실상 불가하다”면서 “의사단체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참여하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종합감사에서 “2026년도 이후 의대 입학 정원에 대해 의료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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