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민욱 문경대학교 부총장
2025년 라이즈(RISE)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전국의 광역시도와 지자체, 대학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지역별로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회, 실무협의회, 포럼 등을 추진해왔고, 일부 지역에서는 각 대학들을 대상으로 라이즈에 대한 가수요 조사를 통해 대학의 사업 계획과 방향, 예산 범위 등을 취합해 본 사업 계획을 수요에 맞게 조율하는 세심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년여 이상 지자체와 대학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 라이즈를 이해하고, 수많은 소통 과정을 통해 상당한 친밀감(rapport)을 형성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사업 시행을 앞두고 라이즈의 성공적인 출발을 위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 ‘양궁’에 빗대어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첫째, 명확한 목표 설정이다. 국가대표로 선발될 확률 약 8%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발탁된 한국 양궁 선수들은 그 누구보다 명확한 목표와 높은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집중한 결과 파리올림픽 양궁 전 종목을 석권한 것이다. 현재 라이즈의 목표는 ‘지방대학을 지역혁신의 허브로 조성해 지역인재 양성-취·창업-정주의 지역혁신 생태계 조성’이다. 누군가 라이즈의 사업 목표를 물었을 때 우리 모두가 한목소리로 위에서 언급한 사업 목표를 외친다면 지금까지 수행한 노력은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7개 시도와 지역 대학이 협력해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사업 목표 설정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각 대학과 지역사회가 협력해 최적의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지점, 즉 양궁으로 말하자면 일명 ‘엑스텐(X-10) 구역’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하기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과 대학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엑스텐(X-10) 사업에 선택과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유연한 대응, 그리고 지속적인 연습과 개선이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파리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경기장, 환경 등의 재현 훈련과 소음, 바람 등 자연환경 적응 훈련 등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상황에 대한 준비를 했다. 그러나 훈련과 실전은 염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레쟁발리드 경기장에서 큰 소음이 발생했을 때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곧바로 집중력을 되찾고 경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다양한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했던 것이고, 끊임없는 반복적 훈련과 지속적 개선을 통해 최고의 기량을 유지했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 정확성과 일관성을 높일 수 있었다. 라이즈는 기본적으로 향후 5년간 추진될 중장기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사업 계획이 지역별·대학별로 구체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역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목표를 세우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연차별 운영 과정에는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사업 계획을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하고, 각 시도에서도 이 점을 고려한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예를 들어 지역의 경제 상황과 산업구조의 변화,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반영한 대학의 사업 목표나 전략 수정 등이 가능해야 할 것이며, 유연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속적인 평가와 개선도 중요하다. 필자가 아는 범위에서 지금까지 라이즈의 핵심지표나 자율지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모두 알다시피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 핵심 성과 지표)는 실제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 목표와 연계성이 명확하고 달성할 수 있는 KPI가 선정돼야 한다. 가능하다면 KPI 선정 과정에 지역과 대학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사업 운영 과정에서 지역과 대학이 함께 정기적인 성과평가를 통해 지속적인 개선과 환류를 함으로써 사업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다. 양궁은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는 스포츠로 날씨, 지형, 심지어는 경기 중의 심리적 압박까지 다양한 변수에 대응해야 한다. 파리올림픽 당시 선수들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레쟁발리드 주변의 바람 무게나 돌풍, 예상치 못한 소음 등의 변화에 잘 대응했다. 라이즈도 마찬가지로 변화에 대한 높은 적응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대학들이 단순히 사업 선정이나 운영 등의 관심을 뛰어넘어 라이즈 사업의 취지와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적 변화나 사회적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된 열린 교육 주체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겠다. 라이즈 체제 안에서 더 이상 대학이 홀로 존재할 수도 없을뿐더러 존재해서도 안 된다. 앞으로 대학은 지역과 함께 윈윈(win-win)하겠다는 마인드셋을 가지고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 필자는 당면한 라이즈 사업을 양궁 스포츠에 빗대어 몇 가지 시사점을 언급했다. 한국 양궁이 지금까지 독보적인 자리를 지키는 것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게 한 인프라와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선수들의 끊임없는 노력, 실력 이외의 요인이 개입될 수 없는 공정한 시스템, 그리고 전략적 접근 등이 어우러져 한국 양궁의 ‘전설’이 이뤄진 것처럼 라이즈 사업도 마찬가지다. 명확한 목표 설정, 유연한 대응, 지속적인 평가와 개선, 그리고 변화에 대한 적응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다각적 노력을 통해 라이즈 사업 목표인 ‘지역인재양성-취·창업-정주’라는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유연한 대응과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원활한 의사소통 체계가 양궁에서 오늘날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던 것처럼 라이즈 사업 관련 이해관계자 간의 원활한 소통을 주문해 본다. 대학과 지역사회, 기업, 연구소들이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상호이해와 협력의 질을 제고할 때야 비로소 라이즈 성공이라는 과녁을 정조준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