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진 서정대 특수목적한국어연구소장
2023년 대한민국의 체류 외국인 수는 25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전문취업·비전문취업을 비롯해 취업 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52만 명 이상으로 전체 외국인의 약 20%다. 취업 자격을 가진 외국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비전문취업인 E-9 체류자격을 가진 근로자들로 이들은 고용허가제 제도를 통해 자국에서의 선발 과정을 거쳐 국내에 취업하게 된다. E-9 근로자들은 선발을 위해 한국어 시험(EPS-TOPIK)을 통과해야 하고 송출국에서 입국 전 한국어 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문제를 겪는다.
한국어 능력 부족은 업무 수행에 영향을 미쳐 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이들에게 한국어 교육은 필수적이다. 특히 이들에게는 일상적인 의사소통 상황에서 사용하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직무 상황에서 사용되는 ‘특수한’ 한국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필요한 한국어 교육이란 어떤 것일까? 예를 들어 일반적인 한국어 교재 속 등장 인물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출근해 작업장에서 맡은 업무를 수행한다. 대부분의 한국어 교재는 초급 학습자에게 장소 어휘로 ‘학교’ ‘교실’ 등의 단어를 가르친다. 하지만 ‘작업장’ ‘사무실’ ‘창고’와 같은 단어는 교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매우 일상적이고 중요한 공간이지만 일반적인 한국어 교육 상황에서는 초급 수준의 교육 내용으로 다뤄지지 않는 것이다.
한편 외국인 유학생에서도 근래에 큰 변화가 보인다. 외국인 유학생 수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교육부는 오는 2027년까지 유학생을 300만 명 유치하는 프로젝트(Study Korea 300K)를 적극 추진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2023년 대비 무려 45%가량 증가해 그 성장세가 괄목할 만하다. 같은 기간 일반대학의 유학생이 11%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이것이 얼마나 큰 성장인지 이해된다. 이는 전문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문대학에 대한 외국인 유학생의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한국 유학의 목적이 학문적 성취뿐만 아니라 고등직업교육으로 나아가 한국에서의 취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문대학에서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은 역시 ‘특수한’ 한국어 사용 상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전문대학에서는 자동차 정비, 용접, 미용, 조리 등 다양한 직업적 기술을 배우게 되는데 이때 각 분야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높은 벽이다. 전문 용어는 한국인에게도 ‘배워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볼트는 ‘조이고’, 용접이 끝난 후에 ‘가스 밸브를 잠가야’ 한다는 것은 한국인 학생들과 달리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역시 한국어 교재에 ‘조이다’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고, 가스밸브가 아닌 ‘문을 잠그다’를 배울 뿐이다.
위에서 예로 든 ‘작업장’ ‘사무실’ ‘볼트를 조이다’ ‘가스 밸브를 잠그다’와 같은 표현들은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에게는 당장 배워야 하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 그리고 고등직업교육을 받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취업을 희망하는 전문대학의 유학생 등 한국어 학습의 주요 목적이 ‘한국의 직장에서의 직업적 활동’이라면 그 중요성이 달라진다. 이렇게 특수한 목적을 가진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을 ‘특수목적 한국어 교육’이라고 하며 그중 직업적 상황과 관련된 목적을 가지고 학습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직업목적 한국어 교육’이라고 한다. 한국 내 외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취업 희망자의 수와 지위가 변화함에 따라 특수목적 한국어 교육 내에서 직업 목적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 또한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근래 ‘용접한국어’ ‘도장한국어’와 같은 특정 직무 중심의 한국어 교재, 세종학당재단의 E-8 계절제 근로자 대상 한국어 교재 개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정대 역시 특수목적 한국어연구소에서 직업 목적 기초 한국어 교재로 ‘장영실 기초한국어’를 개발했으며, 자동차정비 한국어, 미용한국어 등 전문대학의 전공과 관련한 다양한 직업 목적 한국어 교재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외국인 정주 인구가 증가하고 이들의 구성, 역할과 지위 등이 변화함에 따라 앞으로 특수목적 한국어 교육 역시 다양한 대상과 내용으로 확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