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
“진로의 범위는 대학과 전공, 직업이 전부일까?”
청소년의 진로를 말할 때, 대학의 학과와 취업을 주로 말한다. 한 개인의 진로가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해 취업하면 끝나는 과정이라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첨단 기술의 발달로 제조업이 자동화되고,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일자리는 매우 불안정해지고 줄어들었다. 게다가 의학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는데, 기업의 수명은 사람의 수명보다 짧은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어떤 기업이 떠오르고, 어떤 기업이 사라질지 모르는 시대가 됐다. 이 시대에는 대학과 전공, 취업만이 진로의 범위가 아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대기업에 입사하는 평균 연령이 31세지만 평균 49세에 퇴직한다고 한다. 초등학교부터 16년 이상을 열심히 공부해 18년이라는 짧은 기간을 근무하는 것이다.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과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보상이다. 더구나 인간의 수명을 100세로 가정했을 때, 49세에 은퇴하면 그 이후 50년은 다른 기업에 취업하든가 아니면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냥 놀면 누가 먹고살도록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퇴직 후에도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인생 전체와 배우자를 포함한 것이 진로의 범위라고 본다. 취업을 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개인이 직업을 갖기 쉬운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쌓는 것은 진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비혼주의로 혼자서 살아갈 세상이 아니라면 가족을 이루게 되는 배우자도 직업만큼이나 깊이 생각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날 준비가 필요하다. 내조나 외조를 잘하는 배우자나, 개인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격려하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젊은 나이에 퇴직한 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되는 삶에서 배우자의 격려는 인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한 외국계 기업의 대표는 ‘한국의 청년들이 좋은 직업을 갖는 것에만 집중해 노력한 나머지, 배우자에 대한 준비 없이 결혼 생활을 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남자나 여자나 똑같다고 했다. 그 자신과 몇 명의 후배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격증을 취득해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산다. 그러나 그들은 가정에서 배우자와 자녀와의 관계가 힘들기에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직장은 일하는 곳이고 상황에 따라 바뀔 여지가 많다. 반면에 가정은 결혼 후 평생을 한 배우자와 함께 사는 전통이 있으며 자녀가 생기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이 나타난다. 배우자 간의 역학 관계, 경제문제와 사소하지만 서로의 감정에 생채기가 나고 골이 생기는 문제들, 내 집 마련이나 자녀 교육 등 굵직한 현안들이 늘 존재한다. 이렇게 매일 닥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는 배우자가 필요하다. 젊은 나이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결정하겠지만 좀 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만난 많은 학생과 학부모, 지인들의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진로를 지도할 때 인생을 함께 꾸려갈 배우자에 관해서도 지도해야 할 것이다. 가치관이나 철학, 종교, 성품 등을 고려해야 하며, 그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나는 무엇을 버리며, 어떤 변화를 할 것인가?’도 깊이 생각해 보도록 해야 한다. 그런 고민 없이 사랑만을 내세워 결혼하면 힘든 인생을 살게 될 수 있다. 특히 은퇴 후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거나 새로운 전환기를 준비하고 도전해야 할 순간이 되면, 사랑보다 현실적 문제가 짓누르고, 서로 대립하고 상처를 주면서 어려운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진로 상담할 때 이렇게 질문한다. “너는 누구와 함께 살며, 어떤 삶을 누리고 싶어?” 이 질문은 직업과 직업적인 능력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인성도 포함하는 것이다. 필자의 질문과 같은 질문을 통해 청소년의 진로 지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진로는 배우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다양한 경로로 이뤄진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