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교육부 학술연구정책과장
2025년부터 인문한국 지원사업(HK/HK+)의 후속사업인 HK 3.0 지원사업이 시작된다. 물론 최종 지원규모는 국회의 예산심의 결과를 기다려야 알 수 있으나, 정부안에 신규과제 10개 내외가 편성돼 교육부도 후속사업 기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 현장에서도 이를 반기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말 HK 3.0 관련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당초 예상했던 참석 규모를 훌쩍 뛰어넘어 80명 이상이 참석했다. 열띤 의견 개진이 이뤄져 후속사업을 기다려왔던 인문학 연구 현장의 기대감과 설렘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인문학 위기’ 담론이 20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다. 단언컨대 국가 성장과 번영에 있어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인문학 위기 해결이 요원해보이는 것에 대해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대학 졸업의 목표가 취업일변도로 귀결되는 현상 속에서 응용학문 선호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인문학 지원은 가시적 성과를 내는 다른 학문 분야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인문학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인문학이 사회 변화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찾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는 맥락이다.
이처럼 ‘인문학 위기’ 담론이 다양한 맥락에서 이어져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인문한국 지원사업은 인문학 분야 대학부설연구소를 지원하는 국책사업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대학 내 공동연구 거점인 인문학 연구소를 집중 육성함으로써 인문학의 학문적 토대를 구축하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데 기여해 왔다. 특히 2007년 시작된 인문한국(HK) 지원사업이 2017년 2단계 사업, 즉 인문한국플러스(HK+) 지원사업으로 이어지면서 우수한 인문학 연구 성과의 축적·계승을 연속적으로 지원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후속사업인 HK 3.0을 반기는 목소리는 일관되나, 사업을 어떠한 방식으로 설계하고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그동안 다양한 정책연구와 현장 의견수렴을 통해 사업 성과와 한계에 대한 면밀한 진단을 시행하고 후속사업 모델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 결론적으로 후속사업은 기존 한계를 답보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개방성, 자율성, 지속가능성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통해 HK 3.0의 추진방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개방성’ 차원에서 개방형 공동연구 수행이 보다 강조된다. 단일 연구소를 지원하는 연구거점형 외에도 여러 연구소가 함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컨소시엄형이 신설된다. 연구소 간·국가 간 장벽을 허물고 국내·외 다양한 연구자가 함께하는 개방형 연구플랫폼 구축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둘째, 연구 수행과 연구소 운영상의 ‘자율성’을 적극 보장한다. 연구주제 결정에 자유공모(Bottom-Up) 방식을 채택하고, 핵심 연구주제 관련 공동연구 외에도 기초·심화연구, 학부·대학원과정 개설·운영 등도 얼마든지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아울러 고등교육 환경변화를 고려해 연구소의 연구인력 구성·운영상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셋째, 인문학 연구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중점적으로 고려한다. 그간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과 확산을 체감하기 어려웠던 지역인문학센터 운영은 자율화하고, 지역 주민 등이 함께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문리빙랩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연구소가 지역사회 문제해결의 주요 주체로 자리매김해 자립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연구소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학문후속세대가 단절없이 양성되고 인문학의 학문적 기반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연말까지 연구자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HK 3.0 추진방향을 확정해나갈 예정이다. 정부의 역할은 환경 조성이다. 결국 정부의 고민은 연구소가 어떠한 환경에서 연구를 수행했을 때 가장 좋은 성과로 이어질 지가 중심이 돼야 하며, 그 이후 실제 연구 수행 및 성과 창출은 전적으로 연구소에 맡겨야 한다. 자율과 책임의 구조 안에서 세계적 수준의 인문학 연구거점이 육성되기를 바라며, 나아가 HK 3.0 시작을 계기로 연구 현장의 다양한 혜안을 모아 ‘인문학 위기’ 해결의 단초도 발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