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연성대 국제교류원장(한국전문대학국제교류협의회 수석부회장)
얼마 전, 일본의 한 대학과 국제교류를 마치고 해당 대학의 총장님과 함께 서울 시내 거리를 걷고 있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학생이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핀 후, 우리 일행이 지나갈 때 바로 앞에서 침을 뱉고 있었다. 거리에는 수많은 담배꽁초와 과자 봉지가 나뒹굴고 있었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올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약 1조 7200억 달러로 세계에서 14위, 아시아에서는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또한 세계 10대 수출국·수입국에 포함돼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 기술 기반 산업이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전 세계는 ‘K(Korea)’에 열광하고 있다. K-Pop, K-Drama, K-Movie, K-Food, K-Beauty 등 전 세계 어디에 가도 이제는 쉽게 K-Culture를 보고 느낄 수 있다.
해외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필자는 당시 해외 매체나 뉴스에서 보았던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암울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당시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경제적 위기 속 고난과 역경을 불굴의 의지와 노력, 특유의 극복 정신으로 이를 넘어서고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1990년대 이후 저임금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면서 K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이토록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는 사이, 우리의 교육 환경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과도한 경쟁 속,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이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지나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OECD 평균보다 낮다고 한다. 자율성과 창의력을 키우기 어려운 현재의 입시 위주 교육환경은 세계가 하나가 되는 현재의 글로벌시대에 필요한 융합적·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데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국가가 초고속으로 경제적 성장을 하며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사이, 학생들은 끊임없는 입시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정작 인성 교육이나 공공 생활에 필요한 매너를 배우는 소양 교육의 기회가 부족해 보인다. 여러 경제성장 지표에 비해 우리 국민이 보여주고 있는 공공매너는 선진국 국민으로서 당당히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공공장소에서 개인이 보여주는 행동은 국가의 사회적 질서와 상호작용하게 된다. 흡연구역이 아닌 거리에서의 흡연, 침 뱉기, 쓰레기 버리기 등은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는 행위는 타인에게 불편을 줄 수 있으며, 한국 사회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공매너는 단순히 개인의 행동을 넘어, 관광이나 해외로부터의 투자유치, 더 나아가 국제적 평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교양 있는 태도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한국의 경쟁 중심적인 교육환경 속에서 공공매너와 소양 교육의 부재는 매우 중요한 이슈로 여겨진다. 전 세계에 K열풍이 확산되면서 대한민국의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적 경쟁력 역시 향상되고 있다. 이런 때인 만큼 더 높은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는 선진국 국민으로서 갖춰야 할 공공매너와 기본 소양 교육, 나아가 세계 시민교육을 어릴 때부터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해 보인다.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과 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에서는 현재보다 더욱 적극적이며 구체적인 글로벌 시민의식 교육의 도입과 확대가 필요하다. 가정에서의 기본예절 교육이 과거보다 약화된 반면, 학교는 이를 체계적으로 보완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특히 대학에서는 매너나 소양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공공매너와 소양 교육의 부재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 대학생들의 기본 소양을 배양하기 위해 인성·공공매너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대학생들의 시민의식이 높아졌을 때,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