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예대 한국음악전공 24학번으로 입학한 강재희 씨
미숙아망막증·폐 기능 저하로 3급 시각장애, 작은 목소리 가져
중2부터 판소리 시작…판소리 통해 폐활량 개선 등 변화 이뤄
판소리와 함께 가야금, 북, 장구 등 전통 악기 도전하며 꿈 키워
“졸업 후 관현맹인전통예술단에 입단해 판페라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
“한계 이겨내고 세상에 희망 전하는 ‘행복 전도사’ 소리꾼 될 것”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세상에서 가장 측은한 사람은 시력은 있지만 비전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헬렌 켈러의 명언처럼, 시각장애를 뛰어넘는 비전을 토대로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학생이 있다. 바로 서울예술대학교 한국음악전공에서 판소리를 전공 중인 24학번 강재희 씨다.
지난 12일 서울예대에서 만난 강 씨는 칠삭둥이 890g으로 태어나 미숙아망막증과 폐 기능 저하로 어린 시절 산소호흡기를 오랫동안 사용하며 작은 목소리와 3급 시각장애를 갖게 됐다. 그가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의 추천으로 ‘설리번학습지원센터’에서 열린 여름방학 국악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국악과 판소리의 역사를 간단히 듣고 춘향가 중 사랑가를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연습한 뒤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에 소질을 보인다는 판소리 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를 통해 판소리를 시작했다.
이후 고등학교 2학년 때 참가한 대회에서 대회 관계자와 방청객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는 등 판소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소리꾼의 길을 걷게 됐다. 이러한 그의 열정은 눈부신 성과로 이어져 ‘제30회 대전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제32회 대전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일반부 최우수상(대전예총회장상)을, ‘제12회 서천전국국악경연대회’ 명인부에서 최우수상(국회의원상)을 받는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판소리의 길을 택한 후 서울예대에 입학한 그는 “상청과 하청을 모두 활용해 더욱 좋은 소리를 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판소리에 대한 강한 열정을 드러냈다. 상청은 기준음인 ‘본청’의 옥타브 위 음을 의미하며, 하청은 옥타브 아래 음이다.
강 씨는 자신만의 노하우(Know-how)를 바탕으로 판소리에서의 어려움도 극복해 나가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오랜 산소호흡기 사용으로 인해 심사위원들에게 부정확한 발음, 작은 목소리, 거친 숨소리에 대한 피드백(Feedback)을 받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대학 입시 전까지 수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숨을 길게 끌고 가는 연습을 했다”며 “상청, 하청을 내기 위해 최대한 높고 길게 발성을 하다 보면 목이 아프고 지칠 때가 있다. 이 때 팝송이나 가요를 부르는 등 목을 잠시 쉬어가며 꾸준히 판소리를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씨는 “판소리를 할 때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슬픈 대목을 부를 때는 제 경험에 빗대어 당시의 감정을 떠올리며 판소리를 하면 감정 전달이 잘 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고수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방법으로 “고수들은 제게 박자가 정확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수들마다 색깔과 기교가 다르다”며 “장단이 빠르거나 느리더라도 소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가져가기 위해 많이 느리게, 약간 느리게, 빠르게, 정박자, 4가지 장단으로 소리를 늦추고 당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수업을 듣고, 수요일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학교 일정이 빼곡할 정도로 바쁜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는 리듬이 빠르고 경쾌한 ‘Global 전통타악실습’ 수업을 가장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각기 다른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동아리인 ‘예음회’ 활동을 통해 “새학기에 판소리 눈대목인 춘향가 중 ‘쑥대머리’를 판소리와 오페라를 융합한 형식의 ‘판페라’로 불러보고 싶다”고 소망도 내비쳤다.
판소리뿐만 아니라 가야금, 북, 장구 등 전통 악기에 도전하며 재능을 쌓아나가고 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악기로 장구를 꼽은 그는 “장구가 리듬이 느껴져서 좋다”며 장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평소 그는 빠른 비트(Beat)의 ‘기타도라(GITADORA, ギタドラ)’ 리듬게임을 즐기고, 좋아하는 야구팀인 ‘삼성라이온즈’를 응원하는 등 취미생활도 하며 즐겁게 수업과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강 씨가 판소리에 더욱 열정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부모님의 깊은 관심과 헌신 덕분이었다. 그는 “부모님은 제게 눈이 돼 주시고 저의 등·하교를 책임져 주신다”며 “아버지께서 한문으로 된 가사의 이면을 알려주시는 등 부모님께서 제게 판소리와 관련된 지식을 먼저 공부해 제게 알려주신다. 부모님은 제가 소리를 공부하는 데 불편하거나 부족함이 없도록 모든 부분을 지원해 주시는 선생님과도 같은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향후 판페라 형식을 대중에게 알리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강 씨는 “졸업 후 관현맹인전통예술단에 입단해 애창하는 쑥대머리 등 유명 아리아를 관현악단과 판페라 방식으로 공연하는 등의 계획을 갖고 있다”며 “롤모델인 가수 윤복희 씨의 좋은 연기력과 가창력을 닮아 아름답고 훌륭한 한국전통음악 아리아 눈대목을 서양음악의 벨칸토창법과 융합한 판페라 형태로 불러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 씨는 판소리와 북반주를 하며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폐활량이 좋아지는 등 신체 변화를 체감하며 하루하루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안겨준 전통음악의 길을 걸어가며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의 힘을 세상에 널리 전하고 싶다는 강재희 씨.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알리는 소리꾼으로서 앞으로의 모습을 응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