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아 동강대 미래전략기획실장

함순아 동강대 미래전략기획실장
함순아 동강대 미래전략기획실장

2023년 3월 교육부는 ‘대학 일반재정지원을 위한 평가체제 개편방안’을 확정하고, 올해 9월 2025학년도 학자금 지원·제한 대학을 발표해 학자금 지원 가능 대학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해 확정된 평가체제 개편의 골자는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해 오던 대학기본역량진단을 2025년부터 폐지하고, 한국사학진흥재단의 대학재정진단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의 기관평가인증제도 2가지를 통해 일반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즉, 2025학년도부터 재정진단에 따른 ‘재정건전대학’과 기관평가인증결과에 따른 ‘인증대학’ 모두 충족했을 때 일반재정지원이 가능하며,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되거나 대교협·전문대교협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에서는 해당 학년도에 입학한 신입생·편입생들이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도 제한된다. 따라서 일반재정지원을 받으려는 대학은 올해와 내년 사이 대교협·전문대교협에서 조건부 인증 이상을 획득해야 하나,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재정진단은 각 대학이 별도의 자료 제출 없이 ‘사립학교법’에 따라 매년 5월 말까지 제출되는 회계연도 결산자료를 기반으로 매년 진단이 이뤄진다.

기관평가인증은 받았으나 재정진단에서 ‘경영위기대학’에 지정된 대학의 신·편입생은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만 허용되며, 올해 한시적으로 유예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의 경우는 신·편입생의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이 가능하게 된다.

고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가 제도화됐지만 우려되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

먼저, 기관평가인증은 고등교육 관계 법령과 대학 교육의 질을 보증할 수 있는 최소요건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의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즉, ‘기관평가인증’의 본래의 취지는 재정지원여부 판단용이 아니라 교육의 질적 제고용이었다. 본래의 취지가 변질되지 않도록 평가인증에 대한 제고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대학재정진단의 경우 고등교육기관의 운영과 발전, 교육의 질 수준의 지역과 국가 발전에 대한 기여는 결국 경제의 원리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학의 자발적 재정 진단을 통한 자율적 선택·개선이 가장 자연스러운 생태학적 원리지만 대학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제도적으로 대학의 재정 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재정 여건 개선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사립대의 재정위기 극복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방침을 발표했다. 그에 따라 많은 대학에 쇄신과 발전의 계기가 돼야 하며, 정답을 정해 놓고 대학의 퇴로를 제안해 단순히 대학의 개수를 줄이는 방향은 지양해야 한다.

산업의 예를 들자면, 대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만 대기업 산하 중소기업, 중소 유관기관과 소상공인까지 이어지는 산업 구조상 불가피하게 조성된 하이어라키(Hierarchy) 속에서 지역, 국가, 세계가 돌아가고 있다.

올 2월 ‘소규모 대학 발전을 위한 정부 고등교육정책 및 재정지원 방향’이라는 주제로 대교협 정책포럼이 있었다. 소규모 대학의 존치와 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고 공감대가 형성됐다. 소규모 대학은 총 학생 정원이 4000명 미만의 대학을 의미하며, 전체 217개 대학 중 82개 대학으로 40%에 달하고(2022년 4월 공시), 2000년 이후 폐교된 일반대, 전문대, 대학원대의 총수는 18개이며, 이 중 재학생 4000명 미만의 소규모 대학이 16개로 89%를 차지할 정도다.

그 원인이 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그에 따른 신입생 비율 감소라는 해당 대학의 단순한 문제 때문이었는지, 혹은 사회 전반의 문제는 아니었는지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중대형 대학에 지원이 집중되지는 않았는지, 중대형 대학과 소규모 대학 간 경쟁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뤄지지는 않았는지, 또 일반대와 대부분이 소규모 대학인 전문대 간의 경쟁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이 고려되지 않고 이뤄졌는지 등을 연구·검토하고 고등교육정책 개선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현재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사업을 토대로 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위해 지역 내 대학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나, 소규모 사립대학 또는 전문대학은 국립대학교, 대규모 대학들과의 사업비 경쟁에 있어 합리적 출발점이 보장돼 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에머리대학의 정신의학 전공 그레고리 번스 박사의 논문을 소개하고 싶다. 번스 박사는 두려움에 대한 생물학적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발바닥에 전기충격을 주며 뇌 MRI 촬영을 하는 실험을 했다. 뇌 MRI를 통해 예고된 고통에 대한 집중도가 고통의 정도를 결정하며, 간단한 생각의 전환으로 고통을 얼마든지 경감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019)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실험의 결과로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라는 우리 속담의 과학적 근거가 생겼다고 평가되고 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 대학의 교수가 먼저 매를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한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 어떤 대학도 지표가 변경된 4주기 기관평가인증과 매년 진행되는 재정진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매를 먼저 맞거나, 어차피 맞을 매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매는 안 맞는 것이 맞다. 기관평가인증을 통해 교육의 질을 고도화하고, 재정진단으로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대학이 많아지는 계기로 승화되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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