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현 대경대 교수

조중현 대경대 교수.
조중현 대경대 교수.

어느덧 2024학년도 2학기도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이맘때면 이번 학기에 운영했던 수업이 어떠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필자는 학기를 시작하며 세웠던 학습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는지, 부족했던 부분은 무엇인지,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성장한 부분은 무엇인지 점검하며 교수로서의 성과와 부족함을 평가한다.

이번 학기에 진행한 ‘힐링인문학’ 교과목은 전년도에 이어 올해도 운영했다. 지난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자 하계 방학 동안 수업 설계와 교재 집필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특히 1학기 수업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전공 교재를 읽고 이해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했기에, 2학기에는 학생들이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힐링인문학’ 교과목의 콘셉트를 명확히 설정하는 일이었다.

다양한 대학의 인문학 강좌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문학의 기본 개념, 작품 감상과 토론, 인문학적 사고의 현대적 적용 등을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힐링인문학’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학교 생활에서 스스로를 힐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인문학을 가르치고자 했다. 이에 따라 학습자 중심의 교육 철학에 기반을 둔 콘셉트 기반 탐구수업 방식을 채택했다. 학생들이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학습 내용을 구조화하고 이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단순 암기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재를 구성했다.

‘사용할 수 있는 힐링인문학’이라는 콘셉트를 설정하고, 교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양과 내용을 조정했다. 초기 교재는 인문학의 역사와 주요 사상가들의 이론을 포함해 200페이지를 넘었으나 이를 100페이지로 축소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활동지와 이야기들로 나머지 100페이지를 구성했다. 또한 전공교재 느낌의 표지가 아닌 에세이집 같은 표지로 디자인해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이고 책과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했다.

필자는 인문학이 ‘사람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인문학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성찰하며 위로함으로써 힐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한 학기 동안 수업을 운영했다. 수업이 한 달 정도 진행됐을 때, 학생들의 의견을 수집한 결과,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기 이해와 성찰의 중요성을 깨달아 일기 쓰는 습관을 만들고 있다’ 등 수업 내용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업에서 명확한 콘셉트를 설정하는 것이 학습 목표를 분명히 하고, 학습 내용을 구조화하며, 학생들의 몰입과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콘셉트를 중심으로 한 수업은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이를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하고,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함양하도록 돕는다.

강의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에게 수업의 콘셉트를 설명하고, 매 수업 시작 시 현재 자신의 컨디션을 점수로 매기고 이유를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돌아보는 연습을 하게 했다. 이를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힐링인문학’의 핵심 개념을 반복적으로 실천하게 했으며, 에듀테크를 활용해 실시간 퀴즈를 진행하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즐거운 참여를 유도했다. 이러한 방식은 학생들의 몰입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종강을 앞두고 익명으로 조사한 결과, 83%의 학생이 수업에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실천할 수 있었던 수업’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는 수업’ 등 긍정적 피드백을 받았다. 다만 17%의 학생이 보통 수준이라고 응답했기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성인 학습자와 수업의 방향성과 동기가 맞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개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독서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이 독서 습관을 만들고 독서 모임을 자발적으로 형성하거나, 자연과 환경을 인식하게 되는 등의 변화를 경험한 사례는 이번 수업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콘셉트에 부합하는 성공적인 수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콘셉트 기반 탐구 수업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습자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고 새로운 개념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교육 혁신 방법이다. 말콤 포브스의 말처럼, 교육의 목적은 ‘공허한 마음을 열린 마음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학습자가 사고를 확장하고 새로운 개념을 실천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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