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2025년 새해를 맞아 대학교육을 둘러싼 환경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과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 AX)’이다. DX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경영 모델과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5G 등의 기술을 통해 자동화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AX는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를 중심으로 연구와 교육 구조를 재편하고 전략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AX 시대의 두드러진 특징은 기술과 인간의 협업이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면 인간은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는 대학 경영에서도 인문학적 상상력과 AI 기술의 결합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DX와 AX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대학은 혁신적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대학은 경계를 허무는 융합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는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어, 기존의 단일 전공 중심 교육으로는 더 이상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융합전공과 자율전공의 확대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적절한 해답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미래 산업의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전공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율전공제도는 이러한 융합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한다. 학생들이 1학년 동안 다양한 학문을 탐색한 후 자신만의 독특한 전공을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유연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대학은 전공 간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융합 교과목을 개발하며, 학생들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설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학사제도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평생교육과 글로벌 인재 유치는 필수 과제다. 기술 발전의 가속화로 지식과 기술의 수명이 급격히 짧아지면서, 한 번의 대학 교육으로는 변화하는 산업 현장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새로운 직무 역량을 습득하는 ‘업스킬링(Up-skilling)’, 전혀 새로운 분야로의 전환을 위한 ‘리스킬링(Re-skilling)’, 타 분야 역량을 융합하는 ‘크로스 스킬링(Cross-skilling)’이 필수 시대가 된 것이다. 심각한 학령인구 감소도 대학의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대학 입학 가능 연령층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많은 대학이 존폐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인재 유치가 대학 생존의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발전으로 물리적 거리의 제약이 사라진 만큼, 우수 교육 프로그램으로 세계 각국의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
셋째, 대학은 지역사회-산업계-학계-연구기관을 아우르는 혁신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첫 번째 축은 지역사회와의 연계 강화다. 대학은 더 이상 폐쇄적 상아탑이 아닌, 지역 혁신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지역 특화산업 육성을 위한 인재 양성, 지역 기업의 디지털 전환 지원, 지역 주민 대상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다각적 협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 축은 산업계와의 실질적 협력 강화다. 단순한 현장실습이나 취업 연계를 넘어,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혁신적 연구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세 번째 축은 연구기관과의 협력 고도화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보유한 연구 인프라와 전문성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DX와 AX 시대 속 대학은 경직된 제도와 관행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혁신적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는 대학의 생존을 넘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만큼, 2025년 새해에는 대학의 혁신도 더욱 과감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