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종화 세종대학교 총장
대한민국 대학은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의 중심축으로서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혁신을 통해 꾸준히 성장해 왔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대학은 다시 한 번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위기 속에서도 한국 대학은 국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다. 오늘날 GDP 세계 10위, 제조업 수출 세계 5위라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은 대학의 역할과 기여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와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현재, 한국 대학은 새로운 접근과 전략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비록 대한민국이 탄핵과 국제적 정치 변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다. 대학은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며 국가 경제를 지탱해 왔다. 앞으로도 한국 대학은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이공계 인력 배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전인적 인재 육성, 그리고 4차 산업혁명 핵심 인력을 길러 국가 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
대학의 올바른 지향점 무엇인가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본다.
첫째, 대학은 AI 중심의 융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는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중요한 분야로, 모든 학문 영역에서 필수적인 교육 과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세종대학교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공학뿐 아니라 인문학, 경영학, 경제학 등 전 학과에 AI 융합 교육을 도입했다. 경영학과에서는 빅데이터 분석과 AI를 활용한 경영 전략을 교육하며, 인문학과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해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실제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AI를 도입한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도입하지 못한 기업은 생존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AI는 개인, 기업,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은 AI 전문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하며, 이들이 국가적 발전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학은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핵심인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2024년 기준으로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유입보다 유출이 두 배나 많고, 국내 기업들은 이공계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생 취업률은 45%로 낮아졌으며, 많은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미국, 베트남, 인도 등으로 공장과 생산 시설을 이전하면서 국내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 현대, LG 등 주요 기업들이 이러한 흐름을 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학은 이러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정부와 국회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1876년 개화기 당시 서구 과학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쇄국정치를 고집한 결과 일본의 지배를 받는 역사를 겪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한국은 통신 인프라, 스마트폰 보급률, 전자정부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일본을 능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5000달러로 일본(3만4000달러)을 넘어섰다. 이제 대학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기술을 선도할 이공계 인재를 배출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셋째, 인문사회 교육을 함께 받은 전인적 인재가 필요하다. 2025년 현재, 고등학교 졸업생 중 약 70%가 이공계 분야를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기술 인재의 중요성을 반영하지만, 단순한 기술 교육만으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배출하기에는 부족하다. 대학은 이공계 교육에 인문학적 소양을 결합한 전인적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우수한 기술과 제품은 인문학적 통찰에서 비롯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철학을 공부하고 인도 순례를 다녀오며 얻은 경험은 애플의 혁신적 제품 개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역량을 넘어서는 인문학적 사고와 통찰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공학 교육만으로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학은 윤리, 예술, 인문학, 사회과학 교육을 병행해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고, 인간 중심의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대학은 해외 청년 인재를 신입생으로 받아 우수 인재로 교육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해외 청년 인재를 유치해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양성하고, 이들이 국내에 정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필수 전략이다. 미국의 일론 머스크는 “H-1B 비자를 확대해 외국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 유치가 국가 성장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특히 학부보다 석·박사 과정에 초점을 맞춰 고급 디지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0만 명으로, 이를 750만 명 수준(총인구의 15%)으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25%), 프랑스(20%)와 같은 유럽 주요국들은 이민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다만 국내 대학에서 교육받은 디지털 고급 인재 중심으로 유입을 유도한다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경제 동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글로벌 인재 유치는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전략이다.
정부‧국회, 대학 혁신 적극 지원해야
결론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대학은 AI, 이공계, 인문학 융합, 그리고 신산업 기술 인재를 양성하며 국가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대학의 혁신을 적극 지원해야 하며, 정치적 안정과 양보를 통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학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적 변화를 주도한다면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