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숙명여대 교육혁신원장(교육학부 교수)
1956년 다트머스(Dartmouth) 회의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이래, 우리는 지금 AI의 혁신적 발전이 인간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곡점에 서 있다. 단적인 예로, 2024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AI 기술은 기존에 몇 년이 걸리던 신약 후보 단백질 구조를 며칠, 심지어 몇 시간 만에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단지 의약학의 발전을 넘어서, 인간의 삶 전반을 혁신하는 AI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AI는 이제 의약학, 산업, 교육, 일상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어떤 세대를 길러내야 하는가? 그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
필자는 ‘WISE Generation’이라는 새로운 세대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이들은 단순히 AI 기술을 다루는 MZ세대의 ‘디지털 원주민’ 속성을 넘어, AI와 협력하며 인간 고유의 지혜를 증폭하는 세대다. ‘증강 지혜(Augmented Wisdom)’라는 역량을 통해 WISE Generation은 AI를 도구가 아닌 협력적 파트너로 활용하며, 창의적이고 윤리적인 선택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AI 시대, 증강 지혜가 왜 필요한가?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AI의 결과를 맥락화하고 인간 사회에 적합한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 리터러시(AI Literacy)’가 기술 자체의 이해와 활용에 초점을 두는 데 비해, 증강 지혜(Augmented Wisdom)는 AI와 인간의 협력을 통해 창출되는 지적 역량으로서, AI가 제시한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선별하며, 인간의 가치와 창의성을 결합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며,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판단을 실행한다. 한 마디로, 증강 지혜는 AI와 인간적 가치의 융합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중점을 둔다.
AI 시대에 증강 지혜는 창의적 활동의 수단이자 결과이고 계속 증폭된다. ‘지혜로운 자가 더 지혜롭게 된다’는 말처럼, 증강 지혜를 가진 인간은 더욱 증폭된 증강 지혜를 갖게 될 것이다. ‘증강 지혜’를 활용해 인간은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자신의 가치와 통찰을 반영해 더 나은 선택(choice)을 하고, 그 결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create)하게 된다. 이는 그레이엄 하먼(Graham Harman) 교수가 강조하는 ‘큐레이션(curation)’과 일맥상통한다. 큐레이션은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비판적으로 선별하고 맥락 속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증강 지혜를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역량
따라서 ‘증강 지혜’는 WISE Generation과 MZ세대를 개념적으로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속성이며, AI 시대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길러야 할 핵심 역량이다. 증강 지혜를 구성하는 하위 능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적응적 통찰력(Adaptive Insight)으로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가령, AI가 제공한 기후 데이터(온실가스 배출량, 기온 변화 패턴 등)를 분석해 지역별 맞춤형 탄소 배출 감소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다. 둘째, 창의적 융합력(Creative Fusion)으로 AI와 인간의 창의성을 결합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 결과물,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AI가 생성한 시나리오 초안을 기반으로 인간 감독이 창의적 요소(서사 구조, 감정적 메시지 등)를 결합해 영화를 완성하는 것이 그 예다. 마지막으로 윤리적 나침반(Ethical Compass)이다. AI 활용 과정에서 인간다운 가치를 지키고, 윤리적 판단과 책임을 기반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기술의 사회적·윤리적 영향을 고려하고, 인간 중심의 결정을 내리는 데 초점을 둔다. 이러한 능력들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AI와 인간 협력 중심의 프로젝트 학습을 실시하고, AI가 도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과 방법이 변해야 한다.
WISE Generation은 AI 시대의 리더로서, 인간의 고유의 지혜와 AI 기술의 강점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다. AI와 함께하는 시대, 그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의 선택과 지혜가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증강 지혜를 가진 WISE Generation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과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AI 시대, 인간 지혜의 확장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