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배 재능디자인연구소 소장
Q: 지역사회에서 직장을 구할 때 어떤 이점이 있나요?
A: 우선 머물 집이나 월세방 또는 숙소를 얻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한 현재의 고객분들이 훗날 제가 창업하면 고객이 되어주실 분이라는 거지요. 그래서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과 신뢰감 형성이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출처: 이제는 대기업이 아니라 강소기업이다]
위 내용은 필자가 제자와 나눈 문답의 일부다. 수도권 대기업에 입사하려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제자는 지역에 있는 모 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현재 그녀는 ‘워라밸’을 누리며 만족스럽게 직장생활 중이다.
처음엔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를 부러워했지만 큰 회사가 무조건 좋으리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말했다. 급여가 많은 만큼 일이 힘들고, 근무 시간도 길며, 주말에 일하는 경우도 잦고, 업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지방 강연이 많았다. 즐겁게 다녔다. 지방에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강연할 때 큰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녀보니 수도권보다 지방이 교육에 관심도 더 컸고 열망도 더 높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대로 두면 인구 유출로 지방이 소멸할 것이라는 걱정이 깔려 있었다. 한 아이, 한 아이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기 때문에 학교나 교육청보다 교육에 관심과 노력을 더 기울이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피부로 실감하는 곳이 지방이다.
그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지방에 있는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덜 보는 것 같다. 서울처럼 끝없이 오르는 집값 때문에 마음을 졸이지도 않는다. 경제적 부담이 줄어드니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겨서인지 재능을 살린 스타트업 창업(創業)이나 창직(創織) 사례가 늘고 있다.
4년이 넘는 짧지 않은 대학 생활 동안 1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가며 교육을 받지만, 대학 교육의 이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니시카와 준은 《학력의 경제학》이란 책에서 “지방의 서비스업은 살아남을 것이고, 지역사회야말로 종신고용을 보장하므로 지방에서의 승리를 노려라”라고 조언한다. ‘로컬 엘리트’가 되라는 말이다.
국내에도 이런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는 곳이 있다. 거창고등학교가 내건 ‘직업 선택의 십계명’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중 두 번째, 다섯 번째, 여덟 번째 계명에 주목해 보자.
두 번째 계명: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다섯 번째 계명: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여덟 번째 계명: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볼 때마다 무릎을 칠 만큼 공감되는 말이다. 이미 도래한 인공지능 시대에 취업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대도시가 아닌 로컬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이 시점에서 꽤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주는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보다 먼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일본에는 이런 사회적 현상을 통찰한 책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마쓰나가 게이코의 《로컬 지향의 시대》다. 그는 도시의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과 젊은 세대가 떠나버렸던 지방으로 청년들이 되돌아오면서 일어나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지난 [발언대]에서 필자는 수도권에서 일어나는 지나친 경쟁의 폐단으로 취업 이후 직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결혼과 출산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현실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막막한 상황에서 벗어나 바뀌는 세상의 흐름에 맞춰 지나친 경쟁으로 레드오션이 된 수도권이 아니라 그 반대인 블루오션이 되는 로컬에서 삶의 질을 향상하는 해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로컬에서 시작될 행진(행복한 진로여행)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