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영 충청대 교수
필자가 어렸을 때 듣던 광고 중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던 광고가 기억난다.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가파른 인구 증가에 따른 경제성장을 걱정해 인구억제 대책으로 나왔던 표어들이 이제는 부메랑이 돼 저출산에 따라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발표에 따르면 2015~2021년 중 수도권 인구 증가에 대한 청년 유입의 기여율은 78.5%로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은 지속적인 청년층 유출로 이어져 비수도권 지역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통계를 이용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하는 소멸위험지역에는 134개 기초자치단체가 포함됐다. 이 지역에 전문대학은 52개교(40%)가 소재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서 확인한 일반대학의 입학정원(정원 내)은 각각 2002년에 173개교 32만 4000명에서 2024년에는 189개교 30만 6000명으로 5.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문대학은 159개교 29만 3000명에서 131개교 13만 7000명으로 53.4% 감소했다. 또한 2002년 특성화고 입학생은 741개교 18만 9000명에서 2024년에는 487개교 6만 140명으로 68.2%가 감소했다. 일반고등학교의 경우는 1254개교 41만 1000명에서 1642개교 34만 2000명으로 16.7%로 특성화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감소했다.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통계 상 만 18세 인구가 동일 기간 27만 7000명(38.8%) 감소했으며, 학령인구 감소 시기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특성화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을 필두로 하는 직업교육 시장이다.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과 기울어진 운동장의 가속화에 따라 국가 차원의 고등직업교육 위기는 빠르게 가속화될 전망이다.
2023학년도 전문대학의 입학자(정원 내·외) 유형을 살펴보면 이미 26세 이상의 성인학습자 비율이 21.0%, 2022학년도 고교 졸업자 48.8%, 중간 연령대 학생 비율 30.2%로 고교 졸업자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성인학습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대학의 경우 3.1%, 68.2%, 28.8%로 아직은 성인학습자 비율이 적어 전문대학과 비교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시작은 중간 연령대 학생 자원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면서 일반대학의 성인학습자, 외국인 유학생 비율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일반대학에서 취업에 용이한 의학·공학계열로의 구조조정, 전문대학에서 인기 있던 학과의 신설 등과 맞물려 마치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결말과 같이 전문대학의 운명은 시나리오처럼 순차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고등교육 시장에서 이미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입시정책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2023년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문학사와 학사의 부족 인원은 1대 2의 비율이다. 충북, 강원과 같은 수도권 의존이 높은 지역에서는 이미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입학정원은 1대 4.6 비율 이상이다. 이 지역에서 전문대학 공학계열은 이미 아사 직전이며, 지역산업에서의 일자리 미스매칭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역정주 취업률이 높은 특성화고를 비롯한 전문대학의 위기는 곧 산업현장에서의 실무형 기술인재의 부족과 연계돼 지방 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다. 더 이상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중·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